[강선영 칼럼] 슬픔이 만들어낸 중독의 문제들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초로의 여성이 상담실에서 눈물을 토해내며 말했다.

“한 번씩 우울증이 심해지면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에요.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 산송장 같아요…. 봄이 제일 싫어요.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더 슬퍼 보여요. 다 꼴 보기 싫고. 남들은 봄이 오고 꽃이 피었다고 즐거워하는데, 제 마음은 한겨울처럼 춥고 힘드네요….”

이 여성은 어린 시절에 많은 상처를 입으며 살았다. 너무 가난해서 고등학교에 진학을 못했고,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던 아버지와 무기력한 어머니 사이를 중재하며 살았다.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공장에서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하며 꽃같이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도 아무도 알아주지도, 그 누구도 칭찬해 주거나 인정해 주지도 않았고, 가족들은 그녀의 희생을 당연시했다. 

그녀의 슬픔은 병이 되어 갔다. 슬픔이 작은 시냇물로 흐르다가 점점 더 큰 강물이 되어 이 여성의 영혼에 범람했다. 우울증은 해마다 심해져갔고, 죽음의 그림자가 캄캄하게 드리웠다. 봄꽃들은 슬픔만 더욱 부추겼다. 봄볕도 가리고 싶은 쓰라린 가시로 느껴졌다. 

어느 날부터 마시게 된 술은 점점 중독이 되어갔다. 술이 몸을 가득 채우게 되자, 슬픔은 더욱 더 깊어졌고 우울증은 더 심해졌다.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치유의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치유를 위해 포기하지 않은 노력의 시간 속에서 그녀는 서서히 치유되었고 우울증에서 해방되었다. 

이처럼 슬픔이 중독을 부른다. 중독은 외로움과 사랑 부재의 시간들이 만들어낸 병적인 집착이다. 너무 슬퍼서 슬픔을 잊기 위해 술이나 마약이나 성을 찾는다. 병적인 성중독이 성폭행이나 성추행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변태적인 행위를 부추겨 더욱더 자극적인 것에 집착하게 만든다. 

중독은 일시적으로 슬픔과 외로움을 잊게 만들지만, 잠깐의 만족감 이후엔 더욱 허무와 깊은 슬픔에 사로잡히게 한다. 너무 슬픈 사람들은 그 무엇엔가 중독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그 무언가에 매달린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쌓여온 슬픔이 만드는 참혹한 결과가 죽음까지 이어진다. 당신 속에 어떤 슬픔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처받은 내면에는, 슬픔이 범람하는 강물처럼 거세게 흐른다. 행복하지 않은데 슬픔을 못 느낀다면 그것은 더욱 심각하다. 또는 거짓 행복감에 젖어 자신의 내면을 위장하고 슬픔의 감정을 억누른다면 더욱 심각해진다. 

나는 알고 있다. 중독의 피해가 얼마나 더 큰 슬픔을 퍼뜨리는지를. 슬픔을 누르고 느끼지 못한 채 살면서 중독자와 성격장애자가 되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지 못한다.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타인이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을 무감각하게 지켜보거나 즐긴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을 망가뜨리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그치지 않게 된다. 

그 모든 것이 생의 어느 순간 병적으로 생긴 슬픔이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슬픔이 성중독이 된 남성은, 고운 아내를 두고도 계속해서 수많은 여성과 문란한 외도를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왜 이렇게 성적인 범죄가 많은가 깊이 분석해 보면, 남성들이 깊은 상처를 받아 슬픔이 가득한데도 억누르고 살아서 병들게 되고, 더 나아가 범죄자의 모습으로 점점 굳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중독 수준이 되어버린 사람들은 더 이상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 중독을 치유하는 동안에 느끼는 금단증상을 지나 서서히 자신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 치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슬픔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복이라고 생각한다. 슬픔을 슬픔으로 느껴야 치유의 소망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슬픔이 중독을 부른 후에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면, 그것이 최악이며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슬픔을 꺼내자. 인식하고 느끼자. 그리고 치유받아야 할 상처가 슬픔이 된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람이니까 슬플 수 있다. 사람이니까 슬퍼해야 한다. 슬픔을 숨기고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없다면 당신은 이미 중증의 심리적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몹시 괴롭히고 있을 것이다. 

성경에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영혼이 울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울어주는 치유자가 필요하다. 내 가족 중에 누군가가 소리없이 울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함께 울어주어야 한다. 누군가 나의 슬픔을 함께하며 울어줄 때, 치유는 급속히 일어난다. 

아무도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이 없더라도 걱정할 것 없다. 내가 나를 위해 울어주면 된다. 주님도 우리를 위해 우리의 슬픔을 슬퍼하며 함께 울고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슬픔을 억압하고 눌러 놓고 살면 슬픔이 중독의 병이 된다. 꼭 기억하자. 그리고 치유를 위해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노력해서 모든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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