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삶을 제대로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린 간혹 모든 걸 내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고, 용기도 없습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스웨덴의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작가의 작품인데요. 전 세계 500만 부 이상 판매된 특급 베스트셀러입니다. 작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져 상영되었지요.
이야기는 이제 막 백세가 된 노인 알란이 자신의 생일파티를 피해 양로원의 창문을 넘어 탈출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노인은 도피과정에서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알란은 여유로움과 유쾌함을 잃지 않습니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라고 알란은 말합니다. 협박을 받으면서도 “죽일 테면 빨리 죽여. 난 이미 백 살이야.”라는 그의 말이 슬그머니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숙연한 기분도 들게 합니다.
이야기는 자유롭지 못한 작은 양로원이 아닌 인도네시아의 햇빛 찬란한 발리에서 그 막을 내립니다. 작품에서 알란은 삶을 그 자체로 바라볼 뿐, 큰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특별히 어디에 도착한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떠난 것입니다. ‘이제 그만 죽어야지’라고 되뇌는 대신 ‘연장전’으로 접어든 인생을 즐기기로 한 것일 뿐입니다. 작가는 대단원을 햇빛 찬란한 발리로 표현함으로써 삶을 긍정과 희망으로 마무리 합니다.
작품 속 100세 노인의 태도는 닫혀 있는 우리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조그만 일에도 여유롭지 못하고 조바심을 내곤 하는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탈출이 비단 어디로 떠나는 것만 있겠습니까. 내 고집 속에서만 머물러 타인을 평가하는 비판의 사고로부터의 탈출, ‘나이가 많아 난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라는 연륜의 복종으로부터의 탈출도 있겠습니다.
90세 넘어 글쓰기를 시작해 99세(2010년)에 첫 시집을 낸 일본의 시인 시바타 도요는 “인생이란 언제라도 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 아침은 반드시 찾아온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나 끙끙 앓고 있으면 안 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라고도 합니다.
비지팅엔젤스코리아 천안동남지점 박윤선 지점장은 “시니어들은 유망창업아이템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이 나이에 창업은 무슨...’ 이라시며 주저하시는 분들이 참 많으시다. 하지만 몇 년 지나고 나면, ‘그때 했었어야 하는데 하는데..’ 하는 후회들을 하는거 마음이 닫힌다는게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된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늘 깨어있을 준비가 되어야 한다” 라고 밝혔다.
노년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 봅니다. 우선 사방이 닫혀 있는 내 마음 방의 창문을 열어 먼지를 털어내고, 곰팡이 나는 습기를 몰아내야겠습니다. 새로운 바람을 받아들이고, 다시 한 번 다른 세계로의 모험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설사 그 여정이 힘들어 도중에 포기하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행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모두는 위대한 조각가들입니다. 남아 있는 날들을 멋지게 조각해 보는 건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