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우울증에 대한 오해와 멈춰야 할 비난들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나는 죽어야 해.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을 거야.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내 인생은 엉망이 되어 버렸어. 오래 전에 나는 실패했어. 나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거야. 내가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야. 할 만큼 했어. 이제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폭식증과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던 20대 여성이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아파트 12층에서 투신자살했다고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됐다. 경찰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이 여성은 15년 전부터 폭식증과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면서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오래된 우울증이 치료되지 않은 채 점점 더 심해져 갔을 것이다. 유족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도 24시간 지키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되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이, 가족 모두는 지쳐갔을 것이고 어느 정도 무뎌졌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나 안타깝다. 우울증은 치료되는 병이다. 아무리 오래 걸린다 해도 치료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때때로 낫지 않을 것 같은 불안과 좌절감이 찾아오겠지만, 그래도 반드시 나을 수 있다.

우울증은 희망을 빼앗기 때문에, 나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갖기가 가장 힘든 병이다. 그래서 희망을 품으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심한 우울증 상태를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그 지독한 시간을 지나는 동안 희망을 갖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우울증이 심한 사람에게, ‘의지를 가져라’, ‘정신력을 가져 봐라’, ‘희망을 가져야 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으로 몰아넣는 행위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가질 수가 없는 상태가 증상으로 나타나는 병이 우울증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스스로 치유해야겠다는 의지가 남아 있다면, 약한 감기 수준의 우울증이다. 이때는 햇빛을 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치료될 수 있다. 누군가와 만나서 유쾌한 수다를 떠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살을 부르는 중증의 상태가 되면 이런 것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자신의 의지가 조금도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작동 불능의 멈춘 정신, 절망으로 달려가는 강박적 생각들, 모든 힘이 빠져버린 무기력한 신체, 죽음 같은 고통을 동반한 깊은 슬픔과 깊은 외로움…. 이것이 우울증이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곁에 있어 주길 바란다. 가끔 손 한 번 따스하게 잡아주고, 힘들다는 이야기에 공감해 주자. 뭔가 도움을 주려고 섣부른 조언을 하지 말기 바란다. 그 말이 죽고 싶은 마음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아주 심각한 우울증 환자가 곁에 있다면, 치료를 멈추지 않도록 격려해 주고 치료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면 된다. 주위의 사람들이 조급하게 서두르면 우울증 환자는 강박증세가 더욱 심해지고 불안도 심해져서 치유는 더 늦어진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용기가 있어서 자살하는 것이 아니다. 우울증 상태가 깊어지면 정신없이 죽음으로 달려가게 된다. 흔히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살지. 죽긴 왜 죽어!’라고 말한다. 그것도 우울증에 대한 이해가 없는 오해에서 비롯된, 생각 없는 말이다. 

세상에 누가 스스로 죽고 싶겠는가. 한번 태어난 인생인데 누군들 행복하게 잘 살아 보고 싶지 않겠는가. 더구나 크리스천에게는 주님의 크나큰 사랑이 있고 천국이 보장되어 있는데, 왜 그들도 자살충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겠는가. 

교회 안에서는 자살한 사람 뿐만 아니라 그 유가족까지 색안경을 쓰고 보거나 쉽게 비난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심지어 자살자에 대한 장례를 치러주지 않는다는 교회도 있다. 그래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는 유족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 그러면 안 된다! 자살한 사람이 지옥 갔을 거라고 단정지어 비난하는 것도 중지해야 한다. 신앙심이 없으니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 추측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유가족들까지 죽고 싶게 만드는 죄악이라는 사실을 꼭 인식하자.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 누구도 단정지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 앞에서 비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치유자의 모습으로 그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다. 그리고 치유를 위해 기도하며 기다려 주는 일이다. 좋은 치유자를 대신 찾아 주는 일이다. 

우울의 고통 한가운데서 죽고자 하는 당신, 제발 살아서 치유되길 바란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는 생각이 온 몸에 맹독처럼 퍼지더라도, 치유를 도와줄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고 평생이 걸리더라도 치유의 걸음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 

내가 그 길을 걸어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도 치유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무척이나 고맙게 생각한다. 살아남은 당신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며, 극심한 마음의 통증 속에서도 치유의 시간을 견디는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강선영의 힐링카페 http://cafe.wowcc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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