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칼럼
일반적으로 기독인들은 우울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은 진정한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 보면 기독교인들도 얼마든지 우울할 수 있다.
성경에 우울증을 겪는다는 단어가 나오지는 않지만, 성경 인물들 가운데서도 우울증의 증상을 갖고 있던 이들을 발견하게 된다. 기독교인들도 삶에서 정신적·정서적 건강의 침체로 인해 일시적으로 이러한 증상을 경험하기도 하고, 장기적으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끊임없는 원망과 불평으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나님이 하늘에서 만나를 내리셨는데도, 한번은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에서 먹던 음식과 같은 고기가 없다고 불평하였다. 모세는 “책임이 심히 중하여 나 혼자는 이 모든 백성을 감당할 수 없나이다 주께서 내게 이 같이 행하실진대 구하옵나니 내게 은혜를 베푸사 즉시 나를 죽여 내가 고난당함을 내가 보지 않게 하옵소서”(민 11:14~15)라고 하나님 앞에 어찌하여 자신을 괴롭게 하시느냐고 호소하였다. 너무 괴로워 죽고 싶다는 우울한 심경을 보여 준다.
한나는 남편의 사랑을 받았으나, 아기를 갖지 못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더군다나 자식들이 있는, 남편의 다른 부인 브닌나는 한나를 격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한나는 울고, 먹지도 않았다. 남편이 아무리 위로를 해 주어도 한나는 우울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녀는 마음이 괴로워서 하나님 앞에 오래 기도를 했는데, 선지자 엘리는 한나가 술에 취한 줄 알고 술을 끓으라고 하였다. 그때 한나는 엘리에게 “당신의 여종을 악한 여자로 여기지 마옵소서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나의 원통함과 격분됨이 많기 때문이니이다 하는지라”(삼상 1:16)라고 자기의 슬픈 심정을 표현하였다.
이들은 우울한 심정을 죄라고 여기지 않고, 우울한 감정이 생기고 사라지는 동안 하나님과 계속 교통하였다. 연구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20%가 우울증을 겪고, 10%가 살면서 한 번은 공황 발작을 일으킨다고 한다. 기독교인들도 교회와 나라가 처한 우울한 상황과 자신과 가족 등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우울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진정한 기독교인은 우울해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죄책감이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여기는 마음이 커진다. 기독교인이 우울증에 빠지면 말씀을 읽거나 기도하는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게 돼서 교회를 멀리한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버리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울증이 생기면 대부분 영적인 삶에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다. 하지만 우울증이 반드시 영적인 문제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울증 자체로도 힘들지만, 기독교인이 우울증에 걸린 경우에는 무조건 영적인 문제가 있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단순히 영적 현상으로만 보면, 믿음생활을 잘못해서 하나님께 징계를 받는다고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우울증은 원인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믿는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나 상대방에게 단정적인 언사로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기도가 부족하다거나 믿음이 없다거나 성경을 더 읽으라는 식의 권유는 정죄로 들릴 수가 있다. 시편 기자는 “사람들이 종일 내게 하는 말이 네 하나님이 어디있느뇨 하오니 내 눈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시 42:3)라며 자신의 우울한 마음을 노래하였다. 우울증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폭넓은 이해와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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