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인 병증이 심하여 상담을 받기 시작할 때, 모든 내담자(환자)들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파도를 맞이하게 된다. 검은색이었다가 하얀색이었다가 혹은 빨간색이 되기도 하는 마음의 파도는, 때때로 공포까지 불러일으키게 된다. 왜냐하면 이 정도의 깊이로 마음속을 탐색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 속에 갇혀 있는 다양한 감정들도 그냥 억눌려 있어 그 동안 단 한 번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극심한 우울증, 불안증세, 강박증세, 끝없이 올라오는 부정적인 생각들과의 싸움, 숨 막히게 피어오르는 두려움과 외로움, 울지도 못할 정도의 딱딱하고 파괴적인 슬픔들…. 이러한 증상에 대해 치유하려면, 깊고 오랜 마음의 탐색과 이를 위한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 견딤은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다. 이 견딤을 함께할 상담자, 혹은 내면의 고통을 풀어냈을 때 아무 조건 없이 수용해 주는 치유적인 누군가를 만나면, 아무리 큰 고통도 견딜 수 있다.
소설 <데미안>에 보면,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는 구절이 있다.
심리치료 만큼, 단단하고 큰 알에서 빠져나오는 듯한 고통의 경험이 있을까. 자신의 상처로 만들어진, 크고 단단하게 굳어져 있는 알을 깨뜨린다는 것, 그리고 그 후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때로 치료 중에 맞게 되는 가장 큰 위기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치유를 중단하거나 포기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비록 두렵더라도 치유를 놓지 말자. 나의 ‘병든 세계’가 깨어지면 찬란하고 빛나는 자신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말고, 치유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난 후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우리는 신을 만나게 된다! 진정으로.
그리고 여기, 알을 깨뜨리며 새로운 세계로 용기 있게 나아가는 당신에게, 오래 전 내가 치유의 지난한 길에서 쓴 시 한 편을 선물하고 싶다. 이 작은 선물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기를 기도하며.
고통의 강을 거슬러 치유를 이루다
이제 마지막으로 내가
넘어가야 할, 그 강인가 보다
검은 물결이 출렁이며
무섭게 흐르는, 강
늘 마지막이라 여겼던
검은 고통의 꽃잎, 남은
마지막 한 장을
이제 막 뜯어냈다
뚝, 검은 피가 마룻바닥에
커다란 검은 물방울로 떨어진다
검은 원은 강물 속으로, 떠내려 간다
떠내려 가고 있다
이젠, 눈물도 검은색이다
내 검은 눈물방울에, 잠시
숨을 멈춘 강물도 검은색이다
더 이상 울지 않는 사람들이
강둑에 서서 손을 흔든다
마지막 고통과의 결별의 인사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다한 환대,
그들의 마음을 느끼며 나도, 미소를
보낸다, 고통의 시간을 거슬러
이제 조금만 견디면 이 고통의 검은 시간이
강물 속에 떠내려 가리라 믿는다
공포의 핏빛 고통을 밟으며
또는 거슬러 올라가며.
용감한 치유의 행렬, 하늘의 환대에
기쁨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제, 미지의 다른 세계가 눈부시게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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