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칼럼
우울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그런데 “신앙이 깊은 이들은 우울증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독교인에게 이중 고통을 부과한다.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신앙마저 부인하게 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이 우울증을 겪을 때, 독단을 금하고 그 원인을 자세히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 파악하고자 할 때, 다음의 세 가지 태도를 피해야 한다. 첫째, 모든 원인은 육체에 있다. 둘째, 모든 원인은 영적인 문제에 있다. 셋째, 모든 원인은 정신적인 부분에 있다.
모든 원인이 육체에 있다고 가정하면, 우울증이란 화학적 불균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화학적 결함이라는 육체적 문제 때문에 발생했기 때문에, 항우울제를 처방하여 화학적으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많은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과 다른 화학적 성질과 신경회로가 발견되었다. 그래서 뇌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전달해 주는 화학물질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모든 원인을 육체에만 국한하면, 인간이 육체라는 의미다. 인간은 육체적일 뿐만 아니라 영적인 존재이다. 모든 상황에 우선적·무조건적으로 약물치료를 시도하는 것은 지나친 분석일 수 있다.
모든 원인은 영적 문제에 있다고 하는 태도도 있다. 우울증은 악한 영에 사로잡힐 때 생기므로, 기도로 악한 영을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죄 때문에 생기므로, 죄를 질책하고 고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악한 영의 조종을 받아서 정신적인 고통이 일어난다. 악한 행실로 인해 우울해진 경우, 올바른 행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울증의 주된 원인은 영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울증을 겪는 기독교인 대부분이 “하나님과의 관계가 잘못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자신을 과도하게 비판하는 꼴이 된다. 우울증의 원인을 항상 개인의 죄에서 찾으면 회개만이 치료법이 된다. 그러나 우울증을 개인이 죄로이 아닌, 모든 인간의 한계로 보아야 한다.
모든 원인은 정신적인 부분에 있다는 주장은,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이 정신력이 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사람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거나 약한 사람이거나 사실상 다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단순히 정신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자체가 단순 구조가 아니어서 육체와 영, 감정과 지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문자로는 육체적·심리적·영적이라는 영역을 나누기도 하지만, 실제 우리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면 복잡하기 그지없다.
성경에 “마음이 상한 자에게 노래하는 것은 추운 날에 옷을 벗음 같고 소다 위에 식초를 부음 같으니라”(잠 25:20)고 하였다. 우울증을 겪는 기독교인 형제자매에게 쉽게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단순히 육체적 질병 때문에 생긴 우울증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죄로 인해 양심의 가책으로 오는 슬픔이 있다. 그리고 마음으로 받은, 치유되지 않는 정서적 상처로 인해 깊은 우울에 빠질 수 있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겸손한 태도로 많이 듣고 적게 말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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