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란 말이 있습니다. 말만 잘하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어쩐지 요즘은 말 한마디를 잘못해서 천냥, 만냥, 돈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신뢰도까지 잃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바로 사과를 잘못해서 개인과 단체의 신의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경우입니다. 현대사회에서 더욱더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과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과는 사전적 의미로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행동’을 말합니다. 사람은 기계나 컴퓨터가 아니므로 업무상, 인간 관계상 실수와 잘못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미 발생된 실수에 대해서는 돌이킬 수가 없지만, 그로 인해서 피해를 받은 관계자나 협력업체, 대중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은 굳이 양심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관문 중에 하나죠.
그런데, 그 사과가 생각만큼 쉬운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사건사고가 유독이 많았던 올해, 불미스러운 일 뒤에 사과문 발표도 참 많았는데 그 사과들 이후에 반응들을 살펴보면 사과로 인해 당사자가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거나, 잘못함을 인정받았다라는 보도 보다는 논란이 더 커져버린 일들이 더 많았던 걸로 기억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사과들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 ‘인정-후회-해명-보상’의 내용들이 부실하였거나 누락돼 이런 논란들이 더 커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정-후회-해명-보상’ 의 단계들은 사과의 진정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게 하는 장치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과 언사로 사과를 한다 할지라도 사과안에 진정성을 헤칠수 있는 요소가 들어있다면 그 사과는 안하니만 못한 효과를 줍니다. 실수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잘못을 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정확하게 이야기 하지 않고 두루뭉실게 표현한다거나, 상대방에게 일정부분 책임이 있음을 내비칠 수 있는 ’~했다면’ 같은 말, 해명이 아닌 변명 같은 말들, 사과와 배상을 마무리 했으니 이제 없던 일로 하자는 말들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물론이고, 또다른 상처를 남기게 돼 더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시니어들의 삶 가운데에도 실수와 잘못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잘못된 일로 서로 얼굴 붉히는일들이 일어날때마다 사과는 어색한 관계를 풀어주는 윤할유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사과가 어색한 시니어가 있죠. 가부장적인 가풍에서 살아온 탓도 있지만, 오랫동안 굳어진 관습 탓에 스스로를 정당화하려는 습성이나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사고 방식 때문입니다. 사과가 어색하다 보니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수도 없습니다.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실수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잘못은 아니었다’는 사과라기보다는 변명에 가깝습니다. 이런 사과는 공감을 얻지도 못하고 인정받지도 못하고 외면만 받을 게 뻔합니다. 사과의 의미가 퇴색되고 말죠.
비지팅엔젤스 청주 서원지점의 손상진 지점장은 “ ‘미안하다’, ‘잘못했다’라는 말은 인간 관계에 있어 매직 언어로 통한다. 우리 지점에서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어르신들을 케어할 때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같은 소중한 말들을 자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매직 워드들을 어르신들께서 앞에서 자주 사용하고, 함께 따라할 수 있을정도로 연습 시켜드리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 어렵지 않게 사과의 말들을 사용하시리라 믿고 있다. 이런 반복 사용을 통해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해주는 주도적인 어르신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지는게 이기는 것’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설이죠. 사과가 그렇습니다.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상대방에게 용서를 빈다는 건 어쩌면 자신이 지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함을 깨우치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자책감을 온전하게 털어버리고, 상대방에게 실수 이전에 갖고 있던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는 도구인 사과야말로 강한 사람만이 할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과는 회복의 시작입니다. 지금 누구에게 잘못했던 일들이 생각이 나십니까? 지금 바로 진실한 마음으로 사과하세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