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소통, 아무나 하나?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소통을 이야기한다. ‘소통이 생명이다’, ‘소통하여야 산다’, ‘소통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등. 참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소통한다는 말도 잘 들어 보면, 하나의 멘트로 사용하는 일들이 많다. 대외교적인 용어로서 나도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 있고, 시대 정신의 한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정도랄까?

소통을 강조하지만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기가 좋은 대로 소통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소통이라는 좋은 언어가 무기력하고 힘없는 말로 전락하고 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일방통행식의 소통은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생각하고 해석하고 말하는 것’이다. 소통도 가만히 보면 ‘힘 있는 자들이 자기들 맘대로 사용하는 낱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권력자들부터 시작하여 지도자들은 모두가 소통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소통을 하려면 그것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소통을 말한다고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소통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강단에서, 모임에서, 글을 통해서 강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생의 일들이 그러하듯이, 소통도 배우려는 의지와 노력으로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소통에는 모든 인격이 들어가야 한다. 진정으로 낮아지고 겸손해야 한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의 형편과 처지, 상황을 알지 못하고서는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얽힌 일이 없을 경우, 이해도 잘하고, 양보도 잘하고, 그렇게 좋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얽히면 윤리도, 정의도, 공동체도 없어 오히려 더 난감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어? 완전히 변했어!”라고 하게 되는 것이고, “야~ ‘사람은 역시  겪어 봐야 안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소통을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정직함과 공의와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과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소통이 된다. 자기의 이익과 생각대로 어떤 단체나 기관을 조종하려는 마음으로는 절대 소통이 안 된다. 일방통행만이 있을 뿐이다. 어떤 일을 처리하고 결정할 때,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아 기분이 상할 수 있고, 손해도 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공의와 미래, 공동체를 생각하고 거시적으로 판단하는 마음이 없으면 역시 불통이 될 뿐이다.

소통은 끝없는 대화로 갈등 속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찾는 가는 행위이다. 이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말하는 것이 소통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력과 성장 환경과 성품을 극복하고 한마음으로 한 목표로 나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연륜이 더할수록 깊이 이해할 것이다.

가진 것은 있는데 무식한 사람들, 피해 망상으로 가득한 사람들,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들, 우울증 기운이 있는 사람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들, 공적 업무를 감성으로 처리하는 사람들, 수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통을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의 불통은 직원들 간에 심각한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서 뒷북치는 일이 많다. 말이 안 통하고, 생각이 안 통하고, 지성이 안 통하고, 감성이 안 통하는 직장 상사를 만나면 참으로 골통이 아프게 된다.

그런데 이게 대부분 현실이 아닌가? 좀 높은 직위를 가진 자들은 알아야 하는데, 문제는 자기의 주장이 너무 강하고, 아무런 생각이 없이 고집불통이라는 데 있다.

불통의 실례는 너무나 많다. 언제나 그랬듯이 해외 여러 지역에서 ‘전략회의’라는 이름으로, 혹은 ‘선교대회’라는 이름으로 여러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 보면, 홍보는 거창하지만 사실 특별한 내용 없이 관계자들이 비싼 비행기 표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공금만 쓰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많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전략도 없는’ 전략회의를 통하여 정말 엉뚱한, 회의에서만 끝낼 일들을 수없이 결정하고 결의문을 낭독하는 일이다. 대부분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리고 중요한 일은 현장도 모르게 본부에서 담당자들 몇 명이 자기들 생각대로 처리해 나간다.

심각한 것은 현장을 배제한 제3자들이 그 현장의 일들을 염려하고 논의하고 해결한답시고 위원회를 결성하고, 현장에서는 신문을 통해 그러한 소식을 알게 되니, 이것이 불통이 아닌가?

소통을 말하지 말라. 소통은 쌍방통행이다. 소통을 이해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면 소통을 말하지 말라. 소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 소통이 없었던 인생을 구하시려, 주님은 십자가에 희생의 대가를 치르셨다. 이것이 소통의 핵심이 아닌가!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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