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징비록을 TV 드라마로 보지는 못하였지만, 책을 통하여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지도자의 철학과 인품과 지도력이 어떻게 역사를 변화시키고 백성들의 삶에 생기 혹은 절망을 불어넣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 왕 중에 선조 같은 사람은 대표적으로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 자신만 살기 위하여 벌벌 떨면서 나라를 망하게 했던, 슬픈 역사의 장본인인 것을 보게 된다. 나라가 망해 가도 권력을 내려 놓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기분에 의하여 정사를 처리하는 것을 볼 때,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인물인가를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선조의 신하였던 류성룡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정치적인 도전을 받으면서도, 오직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며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모든 백성들이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비와 천민들에게 자유를 주고 불합리한 것들을 고친 것은,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얼마나 혁명적이었는지 알게 된다.
류성룡이 국가의 발전을 위하여 수많은 개혁을 시도하지만, 무능한 선조에 의하여 오히려 방해를 받고 나라가 더욱 피폐해지는 결과를 가져 왔다. 한 사람의 어리석은 생각과 오직 자신의 이익과 권력만을 지키기 위하여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권세가, 역사를 무너지게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순신 장군은 마법 같은 수완과 지도력과 전략으로 수많은 왜적을 물리친 영웅이라고 우리가 익히 아는 바이다. 그 뿐인가. 사업과 경영에 능한 이순신, 명나라의 오만한 진린 장수가 수군을 이끌고 전선에 투입되어 난폭하고 무식한 성격으로 파국을 맞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순신이 놀라운 지략으로 그를 주무르는 솜씨를 또한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명나라의 장수는 모든 지휘권을 이양하게 되고, 이순신은 양군을 공평하고 엄하게 지휘하고 전투에 임하여 승리한다. 또한 승리의 공은 명나라 장수에게 넘기니, 그는 이순신을 가리켜 천하를 호령하고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라고 높이 칭찬하였다 한다.
전후, 선조는 논공행상에서 모두가 알고 있는 일등 공신들을 대부분 제외하고, 자신을 지키며 따라다녔던 내시, 마의, 의관, 심부름꾼까지 일등 공신에 포함하여 포상을 하는 기가 막힌 결정으로 그들의 후손들에게 영광과 특혜를 입게 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고 한다.
대략 이러한 역사를 류성룡은 징비록을 통하여 기록하고 있다. 한 사람의 지도자가 이렇게 엄청난 역사를 세우기도 하고, 왜곡시켜 무너뜨리기도 한다.
오늘 한국 선교계에는 많은 지도자들이 있지만, 그 중에 선조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위하여 하나님을 이용하고, 선교회를 이용하고,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면서 술수를 부리는 자들인 것이다.
대부분 선교부 대표를 선출하는 경우에도 온갖 협잡과 불법을 자행한다. 사람들이 모두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태도를 보이니,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현장의 선교사들은 배제한 채 국내에서 모든 것을 다 처리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기도하고, 어디까지 거룩한 일에 반한 부조리와 불합리를 이야기하여야 하는가? 이것이 비판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감싸 주고,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그저 기도만 해주어야 하는가? 이것은 바른 신앙인의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책망한다고 고쳐질 것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 선교계의 수많은 치부를 보고서도 침묵하고 모른 척한다면 그것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짖지 못하는 벙어리 개가 되는 것이 아닌가? 목사를 “셰퍼드(shepherd)”라고 하지 않는가? 잘 짖고, 도둑과 악한에게서 잘 지키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자라는 뜻이다.
이제 가을이 되면 여기저기에서 각 기관들의 임원들이 개선될 것이다.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역사 속에서 선조의 경우를 살펴 보았듯이, 별것 아닌 사람이라도 리더십을 가질 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수백 년의 역사를 머무르게 할 수도, 후퇴시킬 수도 있다. 그로 인한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함께하는 공동체가 감당하고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바른 길을 제시하고, 보여 주고, 비전을 심어 주는 것이 영적 지도자의 몫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악해지고 타락하고 거짓으로 일관되고 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악을 일삼는 지도자들은 스스로 물러나,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아야 한다. 역사를 두려워하고, 더욱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지도자들이 임원으로, 공동체의 대표로, 리더로 세워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기도하여야 한다. 그래야 한국 선교가 조금이라도 살아날 것이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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