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사랑 한번 해 볼까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사랑만큼 어려운 것이 있을까? 9월의 문턱에서 문득 사랑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본다.

필자가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사랑하는 방식은, 내 맘에 들고, 내 생각대로 행하고, 건전하고 예의 바른 사람,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런 정도의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문제는 나와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거칠고, 상식이 통하지 않고, 무례한 사람들이나 이웃을 만날 때의 내 태도다. 즉시로 제삼자 앞에서 비난하고, 거부하고, 부정적인 태도로 행동하고 말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도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차원적인 천박한 사랑의 모습이라고 본다.

반딧불이라는 벌레는 약 2년 동안을 유충으로 머물러 있다가 깨어나서 약 15일간 불빛을 발하면서 산다고 한다.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에 무엇을 하는가. 그들은 여러 가지 불빛을 신호로 소통하면서 다른 반딧불이와 만나, 짝을 짓고 사랑을 하면서 살다가 사랑 가운데 죽어간다고 한다.

매미는 7-8년의 세월을 유충으로 머물며 허물을 네 번 정도 벗고서 태어나 20일을 산다고 한다. 역시 여러 가지 소리와 몸짓으로 다른 매미들과 사랑을 나누다가 짧은 일생을 마친다고 한다. 오직 원초적인 사랑을 위하여 태어나서 사랑하다가 죽어 간다는 것이 신기하다.

일차원적인 사랑의 모습을 생각하면 반딧불이·매미라는 곤충이나 인간들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사랑을 먹고 사랑을 외치고 살지만, 참 사랑을 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진실한 사랑은 무엇일까?

사명을 가진 사람들은 사랑으로 헌신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거기에도 사랑의 기준이 다른 것을 보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목사 혹은 교회 지도자들이 교회와 성도를 이용해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는 것. 겉으로는 사랑을 외치고 교훈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명예나 이익이라는 원초적 본능 속에 머문 이런 자들은, 길거리에 널려 있는 돌멩이만큼 많아 보인다.

진정한 사랑의 실천가들 몇 명이 있다.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였기에 가진 것을 다 내어 주고 진실한 사랑으로 희생한, 대표적인 몇몇 사랑의 사도들을 한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부분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한계가 분명한 것을 보게 된다. 역사적인 인물들은 그렇게 많이 나는 게 아닌가 보다.

진실한 사랑은 무엇일까? 결국은 자신에게 주어진 은혜에 만족하고,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가지고 타인과 얼마나 공유하느냐, 공동체 또는 사회 속에서 소외된 이웃과 어떻게 나누고 함께할 수 있느냐는 현실의 문제가 아닌가? 오늘 우리 교회는 너무나 너무나 이기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정의를 가르치고, 공의를 준수하기 위하여 손해를 당하고,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정직한 삶, 바울의 교훈처럼 “산 제사로 자신을 드리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진실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의 태도일 것이다. 요즘은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나 구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치관이나 생의 목적이나 어떤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나 세상을 보는 관점에서 말이다.

우리들이 처한 상황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죽음의 화살을 피해가면서 살고 있다. 길거리를 가다가 땅이 꺼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중국 텐진항 폭발 사고처럼 옆에 있다가, 혹은 거기를 지나다가 화염에 휩싸여 죽을 수도 있다.

여름 햇빛이 우리를 감싸면 열사병으로, 얼마 전 유럽에서 일어난 사고처럼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다가 총에 맞아 세상을 달리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행복한 인생을 공부하다가 친구의 총을 맞아 죽는 경우는,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허다하다.

이슬람 지역 교회에서 가족과 인생의 행복을 위하여 기도하다가 불에 타서 죽기도 한다. 신혼여행을 가서 폭풍우 속에 죽기도 하고, 높은 직위에 권세를 가진 자들이 공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비행기를 타고 가다 폭파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죽음은 지위고하, 나이가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살기 위하여 지중해를 건너고 차를 타고 새로운 세계로 왔지만, 결국은 숨을 쉴 수도 없는 트럭 속에 갇혀서 목숨을 잃게 되는 비참한 소식을 우리가 매일같이 듣고 있다.

‘평안하다 평안하다’ 하면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도 예외가 없다. 고급차를 탄, 운전 경험이 풍부한 자라고 해도 술 먹은 상대방 운전자에 의하여 가족이 몰살당하는 사고를 당하고,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온 친척들이 교통사고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병으로 앓고 있는 아내에게 과일을 사 들고 들어가다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을 거두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듣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디에서나 죽음이라는 화살이 우리를 향하여 수없이 날아들고 있다. 우리는 이리저리 잘 피하고, 맞고도 견디고, 스쳐 지나가 상처를 당하면 고난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어둠의 화살들이 우리를 향해 수없이 날아오지만, 잘 피해가면서 성경에서 복이라 말한 인생 80을 살아간다. 어떤 이는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40 혹은 20 혹은 태어나자마자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사랑하며 살아갈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인생들에게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다. 그리스도의 사랑인 헌신은 시간과 몸, 내가 가진 것으로 편안함을 부정하고, 안락함을 벗어 던지는 희생 속에서만 나타난다. 갈수록 편리하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잘사는 현대인들에게 희생의 사랑을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풍성한 가을을 기다리면서 사랑의 실천을 생각하며 고민한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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