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거나 받았으면 하는 다섯 가지의 조건들을 일컬어 5복이라고 불렀습니다. 다섯가지복은 수(壽), 부(富), 강령(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로 첫번째 복인 수(壽)는 오랫도록 장수하며 사는 것, 둘째로 부(富)는 부유하고 풍풍족하 사는 것, 셋째인 강령(康寧)은 일생을 건강하게 사는 것, 넷째인 유호덕(攸好德)은 인격을 갖춘 삶, 다섯째인 고종명(考終命)은 제명을 다 하다가 편안하게 죽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위의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행복인 5복 외에 한가지 복이 더 추가되어 6복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바로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복’ 입니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 젊은 세대가 보았을때는 자칫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게 되면 고령의 나이까지 일을 할 때에 얻는 축복이 이만 저만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건강의 축복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일에서 벗어나게 되면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마음껏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여가를 즐겨 건강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퇴직 후에 많은 은퇴자들이 건강을 잃게 되는걸 목격하곤 합니다. 영국 경제 연구소가 2013년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은퇴자들은 은퇴 직후에 일시적으로 좋아지기는 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이 크게 나빠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은퇴한 이들의 60%는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신체적 건강 이상을 겪고 있었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40%나 더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삶을 여유있게 사는데도 불구하고 건강이 나빠지는 이유로, 매일 매일의 출근을 위해서 알게 모르게 본인 스스로 관리해왔던 건강 관리가 퇴직을 하게 되면서 멈춘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기본중에 기본입니다. 내일의 출근을 위해 몇 십년간 해왔던 자기 관리를 그만두게 되면 몸은 서서히 활력을 잃어가게 될것입니다. 그동안 적당한 긴장감으로 살아왔던 삶이 퇴직으로 인해 한순간에 활력을 잃고 아프게 되는 이유죠.
두번째로 생각할수 있는 것이 물질의 축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을 하게 되는 50~60대는 한 사람의 인생 가운데서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자녀들의 대학 학업, 그리고 자녀들의 혼인에 따른 결혼자금 마련, 부모 세대의 장례와 친지들의 경조사 등 큼직 큼직한 목돈이 들어갈 일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이런 시기에 일을 하지 않고 그 동안 모아왔던 퇴직금 만으로 가계를 이끌어 가야한다는 건 재앙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 할 수 있다는 건’ 이런 일들이 닥쳤을 때 노후를 대비할 퇴직금은 보호하면서 경제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걸 의미 합니다. 퇴직과 연금 수령시기간에 간극이 너무 큰 우리나라에서 그 사이 시간동안 일 할 수 있다는건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 생존을 가능케 하는 축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 때문에 일 할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합니다.
셋째로 받을수 있는 축복은 전도의 축복입니다. 필자는 비지팅엔젤스코리아를 환갑에 창업을 하고 지금까지 8년째 기업을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일을 지금까지 할 수 있었기에 건강의 축복과 물질의 축복을 함께 받을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넓어진 비즈니스를 진행해오며 수많은 분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이런 폭넓은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전도의 축복까지도 함께 누리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상태가 호전된 고객 및 보호자들에게 전도를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큰 복이 있을까 싶습니다.
은퇴나 퇴직으로 일이 마쳐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도 내리막 길로 가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 할 수 있는 복’은 위의 거창한 설명보다도 현장에 나와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행복감입니다. 오늘도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 한달 을 열심히 일해서 급료를 받는다는 것,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 내 건강을 관리하는 것 이런 소소것들을 행복으로 느끼는 사람은 5복, 6복이 아니라도 늘 축복 받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이런 복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중,장년들에게, 시니어들에게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