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이 칼럼
우울한 감정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은 감정이 작동하기 전에 먼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바뀌면 감정도 바뀌게 되는데, 생각은 무의식에 의해 나타난다. 그러니까 감정과 생각과 무의식은 다 같이 연결되어 있다.
무의식은 마치 북극 근처에 떠 있는 얼음 섬 같다. 얼음 섬은 보이는 부분보다 바다에 잠긴 부분이 훨씬 더 크다. 인간 사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무의식은, 인간의 의식을 최소 95% 이상 조종한다고 한다.
무의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잠시 의식적인 좋은 생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해도 곧 오래된 부정적인 습관으로 되돌아가기 쉽다. 그래서 우울증은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러나 우울증이 무조건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울증을 잘 관리하면 인생에 유익도 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삶의 모든 측면은 반드시 부정적인 부분만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신앙적인 측면에서 유익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우울증을 통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우울증은 세상을 바라보기보다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는 면이 있다. 우울질이 강한 사람들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다 보니, 오히려 하나님을 향한 영성을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연약함을 깊게 인식하기 때문에 신앙에 의지하게 된다.
둘째,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남의 아픔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정신적 고통을 겪다 보니, 남들이 겪는 아픔을 잘 이해해 주게 된다. 아파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우울한 감정이 예술과 문학적 감정의 에너지로 승화되기도 한다. 감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사람과 사물이 보는 감각이 달라서, 그것이 창조의 에너지로 쓰이기도 한다.
넷째, 우울증에 걸렸을 때 하나님께 나아가는 유익이 있다. 우울증을 앓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애쓰고 노력한다. 우울이 없고 별 문제의식 없는 사람은 그대로 살게 되지만,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백방으로 노력하며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는 와중에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보게 된다.
다섯째, 우울증은 사람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울증 때문에 고통을 받으면 마치 죽음의 터널을 통과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그 터널을 통과한 후에는 더욱더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도 고통 없이 위대한 믿음의 인물이 된 것이 아니다. 바울은 예수님을 만난 이후로, 예수님의 이름으로 인해 핍박받는 세월을 보냈다. 그가 자신에 대하여 고백하기를 “옥에 갇히기도 하고 매도 많이 맞고 파선하는 험한 순간을 겪었다”고 하였다.
바울은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고후 11:30)고 했다. 결국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그는 어려움 중에서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 세상에 고민이 없는 인생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면 고민을 통한 성숙이 있다.
바울은 자신의 약한 것들을 오히려 자랑거리로 만들 정도로 강한 사람이 되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우울도 극복되며 자신감도 커져서 남 앞에서도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된다. 누군가가 아직도 우울의 구덩이에 머물러 있다면, 그 고통의 과정을 자신이 진정한 믿음의 사람임을 확증하는 유익한 기회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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