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 (1)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한평우 목사의 로마 이야기

▲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성 프란치스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바울 이후 예수님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이라고.

예수님을 닮았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비우는 삶을 살아갔음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또한 누구보다 자기 부인이 철저했고 지독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같은 텍스트인 성경을 읽고 또 설교를 듣고 묵상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사고의 경계가 같고 삶의 방향이 비슷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삶의 내용은 천차만별입니다. 어디서부터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어느 신부님의 자조적 말씀을 들었습니다. “나는 성 프란치스코 같은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목회자이지만 그런 길을 가기에는 어림없다고 고백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그런 탁월한 길을 걸어갈 수 있었을까요? 선천적이었을까요? 혹은 후천적이었을까요? 아무튼 그가 남긴 족적은 8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흠모하여 그의 사역 현장이었던 아시시(Assisi)로 몰려들게 하고 있습니다. 시대는 변화무쌍하게 옷을 갈아 입지만 영적인 자리는 항상 그대로이기에, 인생은 항상 목이 마릅니다. 그래서 허허롭기만 합니다.

그 허허로움을 극복하려는 삶을 살았던 마더 테레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난한 삶, 단순한 삶을 통해 하나님께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런 삶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식사는 간소하게, 소유물이라고는 옷 두 벌, 샌들 한 켤레, 물통 하나, 금속 접시 하나, 기본적인 가재도구, 그리고 빈약한 침구 하나가 전부입니다.”

▲포르치운쿨라의 정원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의 상. ⓒ한평우 목사 제공
▲포르치운쿨라의 정원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의 상. ⓒ한평우 목사 제공

그러나 보통 사람은 이런 길을 걷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허허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분명하게 구주로 영접하고, 수시로 자신을 영적으로 점검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세상은 눈만 뜨면 온통 물질적인 유혹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기에, 분명한 믿음과 철학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세상의 염려와 유혹에 침몰당합니다. 사실 그처럼 찬란해 보이는 대상도 손에 잡는 순간 별것 아님을 인식하게 됩니다.

보암직하고 탐스럽게 보여 하와로 하여금 손에 쥐기 위해 안달하게 했던 ‘선악을 알게 한 나무의 열매’는, 그것을 따먹자마자 하나님 같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숨게 했습니다. 인생은 하나님 곁에 있을 때 행복하고 평안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슬픈 역사를 알고 있으면서도, 불나방처럼 불가로 불가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깨달았지만, 성 프란치스코와 같은 길을 가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그 길은 힘들고 사람들이 알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에 홍대를 졸업하고 유학을 온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한국에서 이미 유명인이었습니다. 유학 오기 전 동아미술대상을 받았으니, 그분의 미래는 보장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함께 유학하는 친구들의 조각 작품은 쉽게 팔리는데 정작 자신의 작품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어느 날 밤늦게 먼 길을 달려 제게 찾아 왔습니다. 저는 그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밤을 하얗게 새워야 했습니다. 그가 한 말의 요점은 세상이 자신의 예술성을 알아 주지 않는다는 불평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값비싼 돈을 지불하고 평론가의 달착지근한 칭찬의 글을 기대하기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차라리 성악 공부가 낫다고 말입니다. 성악은 수많은 청중 앞에서 ‘빵’ 소리를 내면 금방 그의 실력을 알리게 되는데, 미술은 평론가의 평이 절대적으로 청중의 마음을 좌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로 “순수미술로 갈 것이냐? 아니면 상업성으로 갈 것이냐?” 그것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양심은 순수미술로 가라고 고함치는데 그 말을 따르면 배고 고프고, 상업성으로 가면 배는 채울 수 있는데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앙의 길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머리를 깎고 맨발로 수도하는 일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는 부유한 아버지를 따르기만 하면 아시시에서 멋진 삶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아버지로 인해 노력 없이도 앞날이 보장되었습니다.

21세기인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돈을 주고 높은 신분(공작·백작)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선조 때 충청도에 살던 상놈이 양반의 신분을 사려고 하자, 조정 대신들의 의견이 분분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그가 신분을 세탁하기 위해 쌀 삼천 석을 내놓겠다고 제안하였기 때문입니다. 조정 대신들은 “그래도 양반 신분을 팔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그 후 임진왜란이 일어나 양반 신분이 똥값이 되어 쌀 열 가마에도 팔렸다고 합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교회. 그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음. ⓒ한평우 목사 제공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교회. 그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음. ⓒ한평우 목사 제공

앞날의 신분 상승이 보장되는 멋진 길을 성 프란치스코는 왜 포기했을까요? 왜 당시로 보면 바보 같은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일까요? 그는 십 대 끝자락에 군인으로 차출되어 10여 km 떨어진 페루지아(Perugia)와 전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이탈리아는 도시국가였기에, 심심하면 가까운 이웃 도시와 전쟁을 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정월 대보름날 이웃 마을과 쥐불싸움을 하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전투에서 패하고 포로가 돼, 페루지아의 감옥에 갇혀 일 년을 보내야 했습니다.

한창 젊은 나이에 감옥에서 일 년을 보내는 것은 온통 캄캄함이었습니다.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그를 잠 못 들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중에 삶의 허무를 인식하게 되었고, 그 허무는 하나님을 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옥에서 새로운 삶의 비전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일 년 동안 수감되었던 페루지아의 감옥은 복된 현장이었습니다.

이 땅의 얼마나 많은 선각자들이 감옥을 통해 놀라운 길을 걸어갔는지 모릅니다. 중국 전한 시대의 사가 사마천은 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을 받았습니다. 궁형은 고환을 제거하는 형벌로, 당시에는 죽는 것이 낫다고 여길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정진하여 가장 위대한 사가가 되었습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부지불식 간에 감옥이 찾아 올 수도 있습니다. 그 감옥이 영적이든 육신적이든 말입니다. 그 감옥을 찬란한 여명이 빛나는 천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굴하지 않는 믿음을 통해 이루어지게 됩니다. 바로 성 프란치스코가 그런 길을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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