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럼] 공감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김훈 목사(호주기독교대학 학장).
▲김훈 목사(호주기독교대학 학장).

‘성공하는 가족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에 재미있는 일화가 나오는데, 저자의 아내는 전자제품을 살 때 유독 한 회사의 것만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본 저자는 다른 회사 제품들 중에서도 좋은 것들이 많은데 왜 저것만을 고집할까 하고 아내의 융통성 없음에 대해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와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아내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가 망하게 되어서 너무나도 힘들었던 시기에, 그 회사 사장이 많이 도와 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감사함과 보답하는 심정으로, 늘 그 회사의 전자제품을 샀던 것이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후, 아내가 전자제품을 살 때 자신의 태도가 달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겪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판단의 눈으로 바라보기가 쉽습니다. 특히 결혼생활에서 부부는 상대방을 대할 때 배우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한 여성이 어릴 때, 술만 마시면 집에 와서 기물을 부수고 폭언을 퍼붓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 여성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나쁘기 때문에, 내 배우자는 술을 많이 마시면 절대로 안 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한 후 자신의 남편이 술을 상당히 좋아하고 어떤 때는 음주운전까지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여성은 “제 남편은 아빠보다 더 나빠요. 아빠는 음주운전까지 하는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었어요”라고 말했다. 막상 이 여성의 남편은 술을 좋아하는 문제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은 자신의 입장에서 “술을 마시는 내 남편은 아주 나쁜 사람이어서 용서할 수 없어”라고 해석을 내린 것입니다.

‘가족의 두 얼굴’의 저자 최광현 교수님은 이것을 1+1이라고 설명하는데, 배우자의 문제는 과거에서 온 상처와 현재의 상처가 합쳐져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받았던 상처와 현재의 문제가 합쳐져서 문제가 더 확대되어 보이는데, 그런 경우에는 현재의 문제에서 과거의 것을 분리시키는 것이 문제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상담에서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을 ‘공감’이라 합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입니다. 부부관계에서 갈등을 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이 ‘공감’이라는 기술입니다. 내 입장만 고수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려고 한다면, 상대방의 행동과 말이 이해될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이 공감이 되면, 거기에는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옳고 내 배우자는 틀렸어. 내 배우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나는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인데, 내 배우자는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인 사람이야’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용서하기도 힘들고 화해나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상담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공감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적극적 경청’이라는 기법을 통해서 배우자의 말을 그의 입장에서 들어 주는 것을 시도함으로, 배우자에게 진정으로 자신의 말을 들어 주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빈 의자’ 기법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말을 해 보게 함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또는 ‘인정의식’ 기법을 통해 아주 좋은 삶의 지지자 역할을 해 보게 함으로,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해 주며 배우자와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합니다. 그 외 ‘정서 초점 부부 치료’ 기법은 상대방의 표현 이면에 있는 상처와 외로움과 두려움의 감정을 이해함으로 문제를 풀어가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과 목적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배우자의 감정과 생각을 공감하는 데 있습니다. ‘공감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우자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화해로 나아가게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내 배우자가 먼저 바뀌어야 해”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기 전에 먼저 내 배우자의 입장에서 모든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보는 것이 화해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를 바라볼 때 ‘왜 저렇게밖에 못하지?’가 아니라 ‘내 배우자가 저렇게 하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아니면 ‘내 배우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함으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부부의 하나되는 기쁨을 가정에서 누리시는 여러분 되시길 축원합니다.

Rev HUN KIM(김훈)

호주기독교대학 학장 (Australia Christian College CEO)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CEO)
호주가정사역센터 대표 (Australian Family ministry Centre CEO)
한국인 생명의 전화 원장 (Director of Korean Life Line)
ACA 등록 수퍼바이저, ACA 정회원
전) 호주가정상담대학 온라인과정 대표 (Former Director of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Counselling KDEP)
전) 유니티대학 학국어학부 학장 (Former Academic Dean of Korean Campuses in Unity College)
전) 호주열방대학 한국어 성경연구학교장 & 설립자 (Founder and Director of Korean School of Biblical Studies Diploma In Australia I of N)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MBA of International Business in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MdiV in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BA of Mass Communication in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BA of Theology in Chongshin University)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돋보기 메모 관찰 성찰 내면 탐정 탐구 찾기 노트

‘성찰’, 숨은 죄 발견하는 내시경

눈 열어 하나님 자세히 바라보자 하나님 알아야 나 자신 알게 돼 성찰, 자신을 반석 위 세우는 것 자기 문제에 매우 민감한 사람 눈 가늘게 뜨고 자기 안 살펴야 숨어있는 죄 발견해, 제…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행동하는프로라이프를 비롯한 59개 단체가 5일(수) 정오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헌재)의 이중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헌재, 낙태법 개정 침묵하면서 재판관 임명만 압박?”

행동하는프로라이프를 비롯한 59개 단체가 5일(수) 정오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헌재)의 이중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연대를 중심으로 바른교육교수연합,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1인 가구

“교회에서 ‘싱글’ 대할 때, 해선 안 될 말이나 행동은…”

2023년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1인 가구는 무려 782만 9,035곳. 전체 가구 2,207만의 35.5%로 열 집 중 네 집이 ‘나 혼자 사는’ 시대가 됐다. 2024년 주민등록인구 통계상으로는 지난 3월 이미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고 한다. 2050년에는 전체의 40%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림택권

“오늘도 역사하시는 ‘섭리의 하나님’까지 믿어야”

“두 개의 평행선으로 이뤄진 기찻길이어야만 기차가 굴러갈 수 있듯, 우리네 인생도 형통함과 곤고함이라는 평행선 위를 달리는 기차와 같지 않을까 한다. 우리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그저 좋은 날에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곤고한 날에는 하나님이 우리에…

조혜련

방송인 조혜련 집사가 이야기로 쉽게 전하는 성경

생동감 있고 자세한 그림 1천 장 함께해 성경 스토리 쉽게 설명 재미 함께, 신학교수 감수 거쳐 조혜련의 잘 보이는 성경이야기 조혜련 | 오제이엔터스컴 | 614쪽 | 55,000원 CGN 에서 성경 강의를 할 정도로 성경을 많이 읽고 연구한 방송인 조혜련 집사가 ‘성경…

열방빛선교회 촤광 선교사

“수령 위해 ‘총폭탄’ 되겠다던 탈북민들, 말씀 무장한 주의 군사로”

“수령님을 위해 총폭탄이 되겠다던 북한 형제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죄를 깨닫고 회개하고 거듭나면서, 지금부터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위해 남은 생명을 드리겠다고 고백하더라” 열방빛선교회 대표 최광 선교사는 지난 25년간 북한 선교와 탈북민 사역을 …

북한인권재단 출범 정책 세미나

“인권 말하면서 北 인권 외면하는 민주당, ‘종북’ 비판 못 피해”

재단 설립, 민주당 때문에 8년째 표류 중 정치적 논쟁 대상 아닌 인류 보편의 가치 정부·여당·전문가·활동가들 역량 결집해야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주최한 ‘8년의 침묵, 북한인권재단의 미래는’ 정책 세미나가 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