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디엔비엔푸의 교훈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디엔비엔푸(Dien Bien Phu)라는 지역은 북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 서쪽 300km 지점의 촌락으로, 라오스 접경에 있다.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이지만, “한 사람의 지도력이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가”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자 되새겨본다.

1953년 5월 프랑스군은 인도차이나 지역을 점령해 식민지배를 유지하면서 베트남을 지배했다. 그런데 베트남군의 게릴라들은 험한 산지를 이용하여 프랑스군에게 여러 가지 심한 타격을 입힌다.

프랑스군은 나바르 장군을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불리한 전황을 개선하기 위해 디엔비엔푸 전투를 준비한다. 그 장군은 10개월 만에 디엔비엔푸 지역에 비행장을 건설하고 15,000명의 병력과 야포 전차 및 비행 중대를 배치한다. 이는 베트남군의 중국 보급로를 차단하고 막강한 화력을 집중해 게릴라들을 섬멸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실제로 적중해, 베트남군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강력한 군대에 비하여 베트남군은 그 근처에 거점도, 필요한 병력과 물자도 없었다. 전투는 고사하고 유지하기도 어려웠으며, 지형상 게릴라전을 펼 수도 없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도자 호치민과 보구엔 지압 장군은, 이 전투에 운명을 걸기로 계획을 세운다. 1953년 겨울,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호치민은 오직 게릴라전으로 프랑스군의 막강한 전투기지인 디엔비엔푸를 공격하기로 결단한다. 이를 위해 배고픈 병사들이 완전 군장을 하고 야간에 험준한 산악을 80km, 주간에는 30km 이동했다.

베트남군의 군수물자와 화포와 식량 탄약은 베트남 주민에게 맡겨졌다. 하노이에서 출발한 주민들은 하루에 20km 식량을 운반했다. 한 병사의 식량 3~4일분을 위하여 1,000km를 행군했다고 한다. 또한 산악지형에서 말과 소, 자전거를 이용해 군수물자를 지원했다.

이렇게 준비한 끝에 1954년 3월 13일 밤 베트남군은 디엔비엔푸 기지를 공격하는데, 그들이 움직인 지 52일 만이었다. 두 달에 걸친 이 치열한 전투에서 베트남군은 전사 8,000명, 부상자 15,000명, 프랑스군은 전사 2,300명, 부상 5,100명, 포로 1만 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통계로 보면 베트남의 패배로 보이지만, 전투 결과 프랑스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다. 그 뒤를 이어 미군이 이곳에 도착하고, 20년 후 베트남군에 밀려서 철수하게 된다.

호치민은 프랑스 지배를 물리치고 미국을 패퇴시킴으로 역사적인 인물이 된다. 지금도 모스크바 도시의 심장부에 호치민 광장이 조성되고 거기에 동상에 세워져 있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많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배움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전쟁 중에도 책을 놓지 않았던 그는, 지도자로서 면모를 보여 준다고 본다. 그가 한때 패배하여 도망할 때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들고 갔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가 아닌가 싶다.

올바른 생각은 가만히 앉아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보고 듣고 찾고 구하고 배우는 가운데 지혜와 올바른 판단력과 결단력이 생겨난다. ‘바쁘다 바쁘다’ 외치고 다니는 것을 능력으로 여기는 영적 지도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다.

호치민의 지도력은 청렴결백한 그의 삶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청빈함과 정직함이 오늘날에도 존경받는 지도자로 세계인들 앞에 우뚝 솟아 있는 것이다. 마지막 죽음 앞에서 그에게 남은 것은 고무신이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 않은가!

오늘 영적 지도자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큰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우 화려하고 고급인 듯하다. 교인들이 그렇게 대접하여 그렇다고 하니, 어찌 탓할 것인가? 그런데 외적으로 화려해지면 내면은 더욱 빈곤하고 허탄하게 변하는 경우가 더 많음을 말하고 싶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너무나 화려하고 비대해져 있지만 가난하기 짝이 없다. 그 비대함은 많은 경우 허황된 꿈과 빚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학교 시설을 빌려서 예배하면서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멀쩡한 건물도 부수어 화려하게 건축하면서 이런저런 수많은 이유를 들어서 교육관 세우고 교회 보수공사하고 공동묘지 구입하고 점점 회칠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선교 현장의 현지인 목회자들도 보면 많은 경우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교회가 안정되고 교인 수가 늘어나면 목회자의 생활은 자연스럽게 부요해진다. 큰 영향력을 주는 위치에서 수없이 외국을 드나드는 목회자가 있는가 하면, 교회의 부흥을 목사 개인의 복과 은혜의 기회로 삼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인간의 모습은 세계 어디를 가나 한 가지인가 보다. 바른 생각과 고민을 하는 지도자, 청렴한 지도자, 정직한 영적 지도자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일반적인 지도력에 영력을 더한 한국교회 지도자가 더욱더 많아지기를 소원하며 기도한다. 헌신을 사명으로 하는 목자, 검소하고 청렴한 교회 지도자, 급변하는 시대를 바라보면서 하나님나라를 생각하는 영적 지도자, 탐욕으로 얼룩진 역사를 거스름으로 거룩한 역사를 써나가는 지도자를 바라고 기도한다.

한국교회 목사나 장로들은 하나님께 한국교회를 변혁하고 한국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대부분 실패의 역사를 쓰고 말았지 않는가!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지난날의 역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영적 지도자가 되기를 몸부림쳐야 하고, 자라는 세대를 생각하고 꿈꾸는 신앙인들로 키워내야 한다.

무너진 역사를 바로 세우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기도하며…….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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