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자살을 생각하는 그대에게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게 된다. 좋든 싫든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힘겨운 싸움을 싸우며, 이미 살아낸 시간을 뒤로 뒤로 보내게 된다. 살아낸 시간들은 과거의 무덤 속에 하나씩 둘씩 묻혀가고, 실제로 우리의 죽음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향해 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인식은 본능적으로 불안과 연결되어 있다. 

곧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람은 누구나 극도의 불안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죽어야만 이 숨도 쉬지 못할 극심한 고통이 끝날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살기를 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데, 왜 죽고 싶어하는 것일까.   

나는 그 원인들에 대해서 칼럼이나 강의를 통해서 수없이 이야기해 왔다.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들, 그리고 크고 작게 쌓인 스트레스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느끼는 위기의 감정들 속에서 우울증은 서서히 진행되고, 어느새 자신도 타인도 아무도 모르게 말기암처럼 중증이 된다.

갑자기 잘나가던 사업체가 부도 처리되어 수백억의 빚을 졌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그 절망 때문에 우울증이 갑자기 심화돼 자살을 하게 되는 경우도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 자신이 경험하는 고통이 가장 크다고 느낀다. 나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을 그 순간에는 하지 못한다. 

깊은 우울의 상태가 되면 생각과 판단력이 마비되고, 절망적인 감정만 쓰나미처럼 밀려 온다. 그래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절망 속에서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자살을 하는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서울의 한 동네에서 한 남성이 꽃다운 나이의 딸과 부인을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이 참혹한 일이 어떻게 또다시 일어날 수 있는가. 하나의 사건이 잊히기도 전에 계속되는 이 참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전 국민이 애도하고 한탄해야 할 이런 사건에 너무 무감각해져 있는 이 땅을 보며 슬픔에 젖는다. 

세계의 주요 전쟁에서의 사망자의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우리나라의 자살자들을 어떻게 남의 일로 돌릴 수 있을까. 미디어에서는 연일 자살률 세계 1위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너무 많이 들은 내용이어서 식상해진 것일까. 무감각해진 것일까.    

실존하는 나와 당신의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다. 가까운 사람의 자살이 아니라고 무감각해서는 안 된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한데, 자살을 막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약한 우울증이 점점 심해지고, 사고는 강박적으로 변화되고, 얼굴 표정과 행동에도 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흘린다. 물론 전혀 전조증상을 보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자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자살 징후가 있기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에게 시간을 내주고 신경을 써 주어야 한다. 함께 걸어 주고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누군가 자살 징후를 보일 때 적극적으로 알아채고 도와 주는 것은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보일 때, 어둡고 늘 기운이 없는 모습을 보일 때,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 않고 은둔할 때, 삶을 포기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그를 눈여겨봐 주길 바란다.   

“저는 이제 죽으려고 신변과 집안을 다 정리했고, 마지막으로 박사님을 찾아왔습니다”라며 나를 만나러 오는 이들이 많다. 우울증이 점점 심해지면 완전히 흐트러진 채 정리정돈도 안 하기도 하지만, 마침내 죽음을 결심하게 되면 신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내담자가 ‘죽고 싶다’고 하면 내 심장이 철렁하며 무너지는 느낌을 받게 되고, 상담 예약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두절되면 내 불안은 공포 수준으로 변한다. 그만큼 위험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힘들어 보이네. 무슨 일이 생겼어?”라고 작은 관심이라도 보이자. 더 확실한 자살 징후가 나타난다면 적극적인 대화의 시간을 통해 그의 마음을 풀어 놓자. 격려와 사랑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자. 그러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죽으려고 결심한 그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나의 작은 관심 하나가 아까운 생명과 영혼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너만 힘든 것 아니다. 왜 그까짓 일로 죽고 싶어하느냐”고 비난하지 말자. 제발 핀잔도 주지 말자. 우선 살려 놓고 보자. 그런 후 그 극심한 통증이 치유의 과정을 통해 해결되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가까운 사람의 자살은 주위를 죽음으로 뒤덮는다. 그 어두운 기운이 생기를 빼앗고 병적인 슬픔 속에 자책하게 만든다.

또한 자신이 죽고 싶어질 때는 누군가에게 그 생각을 알려야 한다. 누구라도 좋다. 목사님을 찾아가 상담하거나 친구나 가족에게 털어놓아야 한다. 죽고 싶을 정도의 우울증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충분한 이해를 받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면 심리치료 전문가에게 찾아가 의논하길 바란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흐르는 ‘세상에 혼자인 듯한 느낌’을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소리내어 거듭 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공원이나 산책로로 나가서 걷자. 걷는 것은 정말 도움이 된다. 지금처럼 걷기에 좋은 계절이 없다. 따사로운 햇살 속에 생각을 내려놓기 위해서 걸으면 좋다. 걸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머릿속을 헤집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가끔 몇 시간씩 걸을 때가 있다. 그러면 파도치던 마음의 상태가 잔잔한 호수처럼 변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이전에는 입지 않았던 화사한 색깔의 옷을 골라 입어 보고,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시집도 한 권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아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자살 충동이 강하게 일어날 때, 이러한 행동들은 쉽지 않다.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나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억지로, 남아 있는 모든 힘을 다 내어서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살은 하지 말아야 한다. 죽으면 끝이 아니다. 고통 때문에 자살하면 더 큰 고통이 온다는 것을 명심하자. 

중요한 존재, 혹은 하찮은 존재라는 인식은 누가 나에게 규정해 준 것이 아니다. 내 상한 마음에서 생긴 병적인 ‘거짓 인식’일 뿐이다. 이것은 치유되면 해결되는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서 해결할 수 있기를, 가을이 깊어가는 이 계절에 다시 한 번 기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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