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럼] 성 역할의 변화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김훈 목사(호주기독교대학 학장) 부부.
▲김훈 목사(호주기독교대학 학장) 부부.

여성이 한국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호주는 이미 여자가 수상에 선출되어서 현직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성 역할이 이젠 아주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여성이 하는 일과 남성이 하는 일이 반드시 구별되어야 한다는 편견이 없어진 것입니다. 여성이 경찰도 군인도 하고, 토목 공사 현장에서도, 수중에서도, 그리고 하늘에서도 똑같이 일합니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는데 거기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에 많은 어려움이 야기되고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현재 한국인 1세대 이민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60년대 이전 혹은 70년대 이전에 태어난 분들은, 기존에 배웠고 경험했던 성 역할에 대한 인식과 현재 변화되고 있는 성 역할의 중간에 서 있습니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실제의 삶에서는 전통적인 문화와 가치관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옵니다. 그래서 부부 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젠 부부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안일은 엄밀히 따지면 부부 공동의 책임이 됐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직업을 가져도 남성들은 가사에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성이 직업을 가져도 여전히 가사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오히려 여성이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한 가족들의 정신적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 가사노동을 더욱더 잘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것입니다. 쉬어야 할 시간에 오히려 부족했던 가사와 자녀들과 함께 놀아 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부담으로 더욱더 많은 일들을 해내야 합니다. 즉 자신만의 시간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과도한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더욱더 많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젊은 여성들은 과거의 성 역할에 더 이상 묶여 있지 않습니다. 가사와 육아에 있어 남편이 도와 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결혼 초기에 자녀 출산을 계기로 부부 사이의 성 역할에 문제가 많이 생겨납니다. 자녀 양육 경험도 없는 데다, 도움을 줄 만한 손길이 없는 환경적인 부분까지도 어려움을 가중시킵니다. 남편은 일하고 왔으니 집에 와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려고만 합니다. “밖에서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집에서 풀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집에서 아이에게 24시간 시달리고 집안일도 아기가 자고 있는 시간을 활용해서 틈틈이 처리하다 보니 많이 지친 상태가 됩니다. “남편이 돌아오면 좀 도와 주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고 남편을 맞이합니다.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가지고 있는 남성은 깨끗한 집과 맛있는 저녁, 아내의 환영을 기대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 청소기도 돌려 주고 설거지도 해 주고 밤중 수유까지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아내의 역할이고 어디까지가 남편의 역할일까요? 정상적이지 않은 과도한 역할과 책임 또는 융통성 없는 역할 분담은 항상 문제를 야기하게 되어 있습니다. 집안에서의 역할 분담과 협력은 충분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하며, 이기심이 아니라 상대 배우자를 위한 이타적인 사랑으로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양쪽 모두 자신이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 주려고 하기보다는 상대가 자신의 필요를 채워 줄 것을 기대하고 요구할 때는 실망하게 됩니다.

자신이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를 긍휼히 여기고 도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를 채워 주지 않는 상대를 비난하고, 자신만이 모든 일을 하고 있는 불쌍한 존재요 상대의 보살핌과 도움을 받지 못하는 제일 불행한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결혼 생활은 결코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끊임없이 상대방을 바꾸려 주장하고 싸우게 되는 것입니다.

아내와 남편은 각각 자신에 담당하고 있는 일에 에너지를 60-70%만 사용하시고, 배우자를 위해서 30-40%의 에너지는 비축해 놓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남편은 가정에 돌아오기 전에 차에서 잠깐만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거나 점심 시간에 자신만의 휴식 방법을 통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것 등을 통해 집에서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할 필요가 있고, 아내는 모든 에너지를 아이와 가사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낮잠을 자거나 또는 일 주일에 한두 번 정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거나 또는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거나 해서 남편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성 역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주어서 건강한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더 큰 목표인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Rev HUN KIM(김훈)

호주기독교대학 학장 (Australia Christian College CEO)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CEO)
호주가정사역센터 대표 (Australian Family ministry Centre CEO)
한국인 생명의 전화 원장 (Director of Korean Life Line)
ACA 등록 수퍼바이저, ACA 정회원
전) 호주가정상담대학 온라인과정 대표 (Former Director of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Counselling KDEP)
전) 유니티대학 학국어학부 학장 (Former Academic Dean of Korean Campuses in Unity College)
전) 호주열방대학 한국어 성경연구학교장 & 설립자 (Founder and Director of Korean School of Biblical Studies Diploma In Australia I of N)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MBA of International Business in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MdiV in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BA of Mass Communication in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BA of Theology in Chongshi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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