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사역 현장의 이모저모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하나님나라 세미나

모스크바에서는 매년 10월이면 선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성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에는 특별히 ‘하나님나라’의 제자화 사역을 공부하기 위하여 모였다. 서울에서 강사로 오신 목사님께서 성경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나라’의 확장을 위하여 오랫동안 연구하고 목회 현장에서 실험한 후, 그 결과를 가지고 선교 현장에 와서 가르치고 도전한 세미나였다.

한국교회 제자훈련은 대부분 교회론을 기초로 한 것이 되어, 그 출발점이 교회의 일꾼을 양육하여 교회의 활동을 강화시키는 교회 안에서의 활동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교회의 성장으로 연결되고, 많은 목회자들의 관심도 교회 성장으로 몰고 간 결과를 보게 된다.

이번 제자훈련은 ‘하나님나라’를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주님의 가르침, 성경으로 돌아가 신자가 하나님나라의 구성원인 것을 다시 확인하고, 신자의 활동은 온 세상이 그 대상인 것을 확인시키는 작업이었다.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드는 것이 제자훈련의 목적인 것이다. 이는 교회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런 교육을 위하여 많은 투자만이 생길 뿐이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쉽게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성경의 핵심적인 사항이다.

성경의 핵심 주제가 하나님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곁가지를 치면서 사역하던 일꾼들에게, 바른 방향과 그 핵심적인 사안들을 명쾌하게 제시하여 뇌를 흔들고 가슴에 감동을 불어넣어 주었던 시간들이었다. 영성과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운 시간들이었다. 모두들 매우 만족했다고 고백하는 것을 듣는다.

러한선사회 발족

지난 10월 28일 러시아한인선사회가 러시아 개방 25년 만에 협의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CIS 한인선사협의회가 구성되어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지만, 범위가 너무 넓어 별다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러한인선사협의회는 방대한 러시아의 선교적 과제와 비전을 함께 나누기 위하여 새롭게 구성됐다. 오래 전부터 준비되던 것이 이제야 발족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헌신된 일꾼들로 인해 25년을 지나면서 비로소 역사적인 협의체를 구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60여 명의 선사들이 모였다. 사할린, 하바로프스크,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하여 시베리아, 모스크바, St. 피터스버그, 남부 러시아 지역에서 동참했다. 러시아 내에서도 약 10시간의 시차가 나고, 비행기로 13시간을 가야만 하기도 한다.

어느 지역에나 협의회가 존재하지만, 유명무실한 경우들이 많다. 그 역할이 단순하게 정해진 시간에 모여 임원을 교체하는 것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친교와 정보를 목적으로 그 역할을 감당하는 것일 수 있고, 혹은 몇 사람들의 만족을 위한 정치적인 집단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시대에 주신 사명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문제를 늘상 고민하고,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어떻게 전파할 것인가, 그 나라를 어떻게 세상 속에 세워갈 것인가’ 생각하는 협의회가 되어야 한다. 이때에만 존재 가치가 있을 것이다.

스캔들

우리는 항상 커다란 사건을 통하여 배우고 하나님의 뜻을 찾게 된다. 지난 여름, 모스크바 근교에서 23년 사역해 오던 교회가 현지인에게 넘어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수많은 눈물로 난관을 극복하고, 그리고 또 눈물로 세운 교회였다. 그런데 가장 가까이서 일했던 현지인에게 명의를 빌려 관리하였던 것이 실수였는지, 결국에는 넘어가고 말았다. 작정하고 덤벼들면 결국에는 이방인이 당하게 되어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일을 통하여, 인생의 모든 일이 주의 손에 있음을 고백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눈물로 구하고 힘을 써도 안 되는 일들이 세상에 많다. 그래서 주님의 뜻을 분별하고 완전히 맡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러한 사건을 통하여 가르치고 있다고 본다.

우리의 시간과 물질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수고하고 기도하면서 복음의 역사를 위하여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주신 자도 가져가신 자도 하나님이심을, 모든 것이 그분의 계획 속에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주신 것에 대한 청지기 의식을 가지고 관리하는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갖게 된다.

너무나 억울해하고 분노할 것 같은데도 주의 뜻을 생각하며 당당하게 견디는 모습을 보면서 참 놀랍기만 하다. 때로는 죽음에 이르는 고통의 길인 것을 느끼지만, 주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눈물로 호소하는 것을 듣는다.

10월의 마지막 날, 224여 명을 태운 러시아 여객기가 이집트에서 추락하였다는 소식을 듣는다. 인생이 주의 손에 달려있음을 다시 한 번 고백하게 된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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