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의 ‘청소년상담’ [26] 인터넷중독의 환경적 원인(1)
제26장 인터넷중독의 환경적 원인(1)
청소년의 인터넷중독은 주변 환경적 문제와 관련된다. 인터넷으로 인한 생활 변화는 환경적 원인을 짐작하게 하는데, 우리나라가 인터넷강국이라는 데서 더욱 그렇다. 이런 환경적 원인에는 주변 여건이나 조건 등도 있지만, 성격상 심리적 환경도 연결되어 있다. 자연적 환경은 단순히 주변 여건이나 조건을 말한다면, 심리적 환경은 자연적 환경과 관련된 심리 특성이나 작용이 관련되는 부분이다. 이런 환경적 문제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중독을 부추기는 환경적 여건
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인터넷중독의 요인은 환경적 부분이 상당히 차지한다고 보아야 한다. 인터넷에 쉽게 접하기 쉬운 주변의 환경이 인터넷중독으로 이행되게 만드는 것이다. 환경적 원인은 대표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와 관련되어 일어나는 여러 양상을 들 수 있는데, 인간의 존재가 ‘환경의 산물’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인터넷중독자들은 실제로 주변의 여건으로 인해 자극되는 마음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답답한 문제를 풀려고 하거나, 어떤 요구 때문에 인터넷에 빠져들기도 한다. 주변의 환경적 문제가 그들의 마음을 자극하여 그런 중독의 문제로 점차로 유인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상당한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1) 생활의 편리한 수단으로서 인터넷
최근에 인터넷으로 인한 나타나는 생활의 변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바야흐로 우리는 가정에서 인터넷 뱅킹을 하고, 전자상거래를 이용하고, 집에서도 회사의 일을 보고, 가상 박물관 및 미술관을 견학하며, 사이버 동호회 활동을 할 뿐 아니라, 행정서류를 제공을 받는다. 경제생활에서도 우리는 상품 가격을 비교하고,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구입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며, 상품 정보와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물건을 판매한다.
심지어 우리는 국가기관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거나 전자투표에 참여한다는 것 등은 너무나 달라진 모습을 실감케 만든다. 더욱이 인터넷은 문화 및 교육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전자 도서관을 이용하고, 전자 우편으로 과제를 제출하며, 화상대화를 통한 원격교육을 받고, 전자 상거래를 통하여 선물을 보내며, 기차 버스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인터넷 서점을 통하여 책을 구입하고, 인터넷으로 숙제를 하기도 한다.
2) 서서히 중독으로 몰아가는 인터넷
인터넷은 생활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경이 점차로 중독을 부른다는 점이 문제이다. 실제로 우리는 어느새 점차 생활의 모든 부분을 인터넷에 의존하여 이루려는 특성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인한 생활의 편리함이 중독을 부르고 있다는 점은 역설이 아닐 수 없는데, 우리는 이런 문제의 뒤에는 어김없이 인터넷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숨어있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이런 것이 굳이 중독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측면의 인터넷의 환경적 원인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중독을 부추기는 환경적인 원인에 주목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중독을 부추기는 여건들이 많은 환경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아동들은 대개 일찍부터 중독을 접하면서 자라는 분위기다. 그 중 하나는 인터넷의 발달로 게임을 일상화 하는 것이나 인터넷에서 화투나 카드놀이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도를 따지자면 외국의 경우도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아동과 청소년들이 여러 PC방이나 게임방에서 어른들이 노름하는 것을 접하며 자라기 쉬운 환경이다.
나아가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동과 청소년들은 게임하고 도박하는 법을 일찍부터 관찰하고 배우는데, 이는 그들이 중독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중독에 빠져드는 방법과 문제까지 모방한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가까이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인터넷에 대한 억제력이 약화되며, 이를 즐겁고 긍정적인 행동이나 놀이쯤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십대의 사이버머니로 인한 게임의 성격인 도박을 예로 들 수 있다. 십대의 도박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게임하는 부모나 친척의 도박을 모방한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 모방을 부추기는 인터넷의 문제
아동과 청소년들은 부모나 또래 집단의 행동을 쉽게 모방하는 특성이 있다. 아이들의 눈에 부모는 유능하고 올바르며, 사회적으로 높은 사람으로 보인다. 부모가 재미있게 노름하는 것을 보면서 자라난 이들은 큰 문제라는 의식도 없이 대개 게임이나 도박을 재미있는 놀이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는 청소년기가 되면, 또래들끼리 내기를 걸면서 노름을 즐기기 시작한다. 이것은 모방으로 인한 인터넷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 단순한 모방이 본능을 자극하는 데까지 이르면 그 중단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일찍 접하면서 성장한 청소년들은 중독의 부분적인 장점인 즐거움과 쾌락만을 인식하거나 인터넷 게임을 손쉽게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런 도박이 얼마나 해롭고 위험한 놀이인가를 자각하지 못한 채, 문제성 도박으로 발전할 위험성에 쉽게 노출된다. 단순한 게임이 급기야는 도박을 부르게 되는 것은 큰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게임이나 도박은 인간의 본능인 놀이본성을 자극하여 쉽게 끊어버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 게임이 즐거운 일로 생각되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게임을 통한 놀이본성의 발휘는 더없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이 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으로 발전되면, 아마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하는 깊은 수렁이 되고 말이다. 이런 점에서 부모의 중독문제가 심하면 심할수록 아동과 청소년들도 중독문제가 심하게 나타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2. 지루함에 대한 일상의 탈출
이제 청소년에게 인터넷은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밖으로 외출하여 행동하는 것보다는 시간과 경비가 적게 들고, 더 쉽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인터넷은 지루함에 대한 탈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편이다. 지루한 일상의 탈출에 성인보다 청소년들이 더 많이 차지한 현상도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것은 우리가 인터넷이 어떻게 일상의 탈출이 되는가에 대해서 알아야 할 이유이다.
1) 인터넷이 유일한 출구가 되는 사람들
최근 학교 성적이 부진한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은 유일한 출구처럼 되고 있다. 이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존하다 성적이 떨어진 경우도 있지만, 대개 공부를 포기함으로써 더욱 인터넷에 빠져들게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는 청소년의 경우 인터넷 의존도가 더욱 높다. 이들은 게임하는 습관이 배어 있어 공부하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우리의 입시위주의 교육이 다양하게 인성의 계발을 제한하게 만드는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학업 성적이 대학입시와 직결되는 우리의 교육적 환경은 중학교에서 2학년 혹은 3학년 때에 벌써 학업 포기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부와 멀어지는 청소년들은 아무도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와 함께 신나는 새로운 세계를 맛보기 위해 인터넷을 선택하게 된다. 이들에게 인터넷에서는 게임만 잘 하면 돈도 벌 수 있고, 인정도 받으며, 비슷한 취향을 가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로 생각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초중고학생들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컴퓨터나 인터넷에 심각하게 의존하게 되는지 모른다.
2) 지루한 삶의 탈출수단으로서 인터넷
인터넷은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지루한 일상의 탈출에는 인터넷이 상당히 요긴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누구의 제재를 받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클릭하여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에는 반드시 중독자들만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반복되고 지루한 삶이라고 생각되는 경우에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심리가 작동한다. 이런 경우는 어떤 이유로든 생활에서 활력을 잃고 권태스러워 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일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중독자들은 특히 자신이 요구하는 것들이 충족되지 않거나 바라는 기대감이 무너져 속절 없이 허망하다고 생각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일상 탈출의 심리는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 그들은 단순히 이런 목적으로 중독에 빠짐으로써 복잡한 심리적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의 인터넷은 그들에게 유일한 탈출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인터넷중독에 빠진 사람들 중 대부분은 현실에서 낮은 존중감과 빈약한 자기상(自己像)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현실이 불만족스럽고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을수록, 자존심이 낮을수록,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그리고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해소할 기회나 방법이 부족할수록 중독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그들이 중독에 빠져드는 동안만은 적어도 그 즐거움에 빠져 자신을 괴롭히던 불편한 생각들과 기분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3) 현실 도피처로서 인터넷
인터넷은 현재의 상황을 회피하려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들은 인터넷에 빠져드는 것을 상황을 처음부터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일시적으로나마 벗어나 회피하려다, 점차 중독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일상의 문제, 현실의 어려움, 그리고 힘이 나지 않는 마음의 상태가 바탕이 되고 있다. 실제로 중독자들 중에는 아동기와 청소년기부터 낮은 자존심과 만성적인 심인성 우울증으로 고통받아온 사람들이 많다. 이는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자신이 부적절하고 열등하며 거절당한 존재라는 경험을 많이 할수록 중독으로 발전할 소인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많은 중독자들은 어린 시절을 자기 존중감이 낮고, 또래들에 비해 사회적 성취와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시절로 회고한다. 여기에는 도박중독자들을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들의 내면에는 사랑받지 못하고 불행했지만, 도박판에서 성공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 열등감과 거절당한 기억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욕구, 결핍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잠재해 있다. 이들에게는 도박이야말로 이 모든 것들을 일거에 보상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술적 위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들은 도박이야말로 자신의 존재를 보상받을 수 있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통로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런 경우 도박중독자들은 도박을 통하여 경제적 부와 성공, 사회적 인정에 대한 욕망, 그리고 도피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 준다고 생각하는 기대감 때문에 도박은 그들에게 더 이상 나쁜 것이 아니라, 그들을 구원하는 최상의 수단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도박이야말로 일시적으로 부적절감과 열등감을 경감시켜 주며 현실에 대한 불만을 소망충족적인 환상과 기대로 높은 자존감으로 증폭시켜주는 유일한 수단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터넷도 중독이라는 특성에서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3. 고단한 삶의 일시적 망각이 되는 인터넷
우리는 오늘날 우리의 사회를 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사회라고 부른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피곤해 하고 그 피곤이 쉽게 풀리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피로가 만성적으로 누적될 때에는 만성피로증후군이 되기도 한다. 물론 만성피로증후군에는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받는 상태이다. 이는 휴식으로 회복되는 일반 피로와는 달리, 휴식을 취해도 좋아지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 활동에 의해 심해지는 피로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되는 정도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런 피로가 다름 아닌 삶의 고단함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더욱이 이런 고단함에 인터넷이 연결되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1) 유인하고 있는 인터넷
사람은 심리적으로 너무나 피곤하면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 이런 경우에 고단한 삶은 일시적 망각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자칫 잘못된 곳에 빠져들어 영영 헤어 나오지 못하는 운명의 길을 가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것과 관련하여 우리는 인터넷이 그 수단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제 인터넷은 우리의 삶에서 쉽게 접근하기 쉬운 매체이면서 고단한 삶을 잠깐이라도 잊어버리는 수단이 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런 현실은 우리의 생활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는 측면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던 시점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IMF는 우리나라에 생활적인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형식적인 것보다는 실제적인 내용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IMF로 인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생계의 문제에 직면하다 보니, 남들이 알아주는 것보다는 실제적으로 직장이 오래갈 수 있는 쪽을 선호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로 인해 남녀의 벽이 무너지고, 보다 현실적인 쪽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지금에도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의 경우에도 유명대학의 간판보다는 생활에서 실제적 학과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도 그 하나로 볼 수 있다. 덮어놓고 유명대학의 학과를 선택하던 것이, 이제는 어느 학과가 졸업 후의 진로가 보장되는가에 따라 학과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 하나로 지금 의대는 지방에 있어도 모두 막강하다는 것으로 이어지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다른 측면으로 보면 반드시 실제적인 측면으로만 볼 수 없는 점이 있다. 그것은 그만큼 생활하기에 고단해졌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IMF 이후 우리나라에는 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하기보다는, 여유롭지 못한 환경 속에서 자녀를 방치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는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허덕이다 보니, 자녀를 돌볼 힘이 없어서일 것이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은 오로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가 자녀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이는 자녀들이 무슨 요즈음 무슨 생각으로 고민하고,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제대로 아는 부모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청소년들은 핵가족화 및 가정 해체에 따라, 관계와 친밀감 및 소속감의 측면에서 막대한 상실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을 인터넷과 TV, 아니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게서 찾으려 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는 편이다.
2) 심리적 허탈감을 달래는 수단으로서 인터넷
맞벌이를 해야 하는 고단한 현실은 사람을 인터넷은 손쉽게 대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인터넷은 시간을 보내는 수단이요, 재미를 창출하는 매개체이자, 상대방과의 연결로 인해 외로움을 달래는 좋은 매체가 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인터넷을 설치하여 빠른 속도의 통신망을 제공하여 우리의 생활, 문화, 교육, 경제활동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의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추진한다.
그래서 각국에서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이 주는 장점이 많기에 국가마다 서둘러 설치하고 있지만, 이런 것이 중독으로 빠지게 하는 수단이 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적 여건이 모두 인터넷에 빠지게 만들진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지적해야 한다. 그것은 이런 환경적 여건에서도 인터넷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은 반드시 심리적 결핍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그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알코올중독자를 예로 들 수 있다.
알코올중독자들은 술에 취하면 아무도 그들을 귀찮게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이들은 술에 취할 때가 가장 좋은 상태일 것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아내라면, 남편을 대하기보다는 차라리 술에 취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심리적 현상은 여자와 남자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남자가 더 많이 술에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알코올중독자가 여자보다는 남자가 현저하게 많은 경우가 이를 반영한다. 이렇게 술에 빠져드는 남자들의 경우에는 아내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로움과 답답함을 느껴 술에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술에 취할 때가 가장 좋은 상태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두고 분석심리학자인 칼 융(C. G. Jung)은 ‘모성애에 대한 그리움이 원인’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에 잘못했을 경우에 어머니의 품에 안기면 모든 위협이나 조롱에서 벗어나듯이 술에 취하면, 바로 그런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론이 온당하다면, 더 많이 어머니 품에 안기기를 원하는 남자일수록 그만큼 더 많이 술에 취하여 빠져들고자 한다는 이해가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술에 취하는 상태는 적어도 그들에게는 어느 정도 희망이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는 어찌할 수 없는 고단한 현실에 대응책이 없는 것에서 보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원리가 바로 인터넷중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놀라게 될 것이다. 고단한 삶에서 에너지를 상실한 사람들이 그 심리적인 허탈감을 인터넷에 더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3) 대박의 매력을 꿈꾸게 하는 인터넷
따분한 현실에 있는 사람이라면, 화려한 비상 혹은 재기를 통해 인터넷 도박판에서 영원히 신화적인 존재, 다른 모든 중독자들보다 우월한 존재로 남게 될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에게는 돈을 잃는다는 사실보다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의 세계에만 접하는 쪽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들의 현실은 큰 돈을 딸 수도 있지만 더 큰 돈을 잃을 가능성이 항상 더 높을 텐데도 말이다.
도박중독자들은 막바지에 이른 중독자일수록 도박만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게 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지노게임에서 돈을 따는 잭팟과 경마나 경륜에서 999배당을 의미하는 큰돈인 999, 수십억을 터트리는 도박자들이 있고, 이렇게 도박판에서 한 탕을 한다면 잃어버린 돈 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가족과 명예, 자존심을 되살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도박판에서 얻을 수 있는 강화나 성공 등이라는 보상의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성공했을 때 주어지는 값어치는 암울한 현실이나 그 동안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해 보인다. 손실이 누적될수록 크고 화려한 보상에 대한 소망은 더욱 강렬해지고 불확실한 ‘대박’의 매력은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인터넷 게임중독자들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역설적이게도 현실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더욱 인터넷에 집착하는지 모른다. 물론 그들에게는 분명히 욕망의 한계가 있음에도, 인터넷을 통하여 돈을 딸 확실성은 체념되거나 정복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므로 불확실성은 무제한의 욕망을 자극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불확실성이 한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불러일으키는 욕망의 한계도 없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는 중독자들이야말로 꿈꿀 수 없는 것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남들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이야말로 현실보다는 누구보다도 이상의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며, 현실을 넘어 이상향의 세계를 추구하는 일종의 낭만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인 것이기에 쉽게 속고, 쉽게 믿는 특성이 그들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실제로는 이 가능성의 세계를 정복한 중독자는 아직은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바로 그들이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혼동하고 있는 실로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