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잘했어, 잘 견뎌냈어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길기도 짧기도 했던 올해의 시간들이 마지막 한 장의 달력 밖으로 빠져나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통이 지나가기도 했고, 크고 작은 슬픔이나 기쁨이 수많은 색깔로 흘러, 한 생애의 중요한 순간을 얼룩덜룩하거나 예쁘게 채색했다.

한 해의 끝에서 가장 많이 쓰게 되는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을 올해도 어김없이 또 쓰게 되는구나. 정말 다사다난했다. 세계적으로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극단적인 범죄와 전쟁들, 사고와 외상들, 희망을 잠식한 절망의 시간들이 매일 뉴스로 흘러나왔다. 살아 있는 것이 기적과 같을 정도로.

상담 전문가로서 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픔이 극심한 이들의 치유에 동행하는 일이다 보니, 아프고 슬프고 힘든 사람들을 더 많이 보게 되어 더욱 고단한 한 해였다고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많은 눈물을 흘렸고,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아픔을 느꼈으며, 수많은 불행을 함께 느끼며 힘들어했었다.

그러다 어느새 겨울이 되어 흰 눈이 내렸고, 그 눈을 맞으며 하얗게 변한 넓은 들판에서 두 손을 들어 한 해의 마지막 시간들을 벅차게 누리기도 하고, 이만큼 살아냈다는 기쁨도 느끼게 되었다. 너무 많이 아파서 죽고 싶어했던 이들이 점점 더 치유가 이루어지면서 조금씩 환한 얼굴이 되었을 때, 나는 치유자로서의 행복감과 보람을 느낀다. 나 역시 고단하고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지만, 그(그녀)들 때문에 또다시 힘을 얻었고 기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잘했어. 참 잘했어”라고 말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슬픔이 흐르고 있다고 느끼더라도, 아직 마음의 상처가 다 해결되지 않았다 해도, 괜찮다.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주면 좋겠다. 

“잘했어. 잘 견뎌냈어” 이 격려의 한 마디가 남아 있는 치유를 더욱 완성해 주리라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이 모양이야. 또 한 해가 가도록 내 문제는 다 해결되지 않았어”라고 자책하고 자학하는 생각들이 치유를 더욱 방해하는 것이다. 

아직 부족해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해도, 못마땅한 생각이 들더라도, 이만큼 살아내고 견뎌내고 삶의 힘겨운 순간을 지나온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격려의 말을,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마지막 시간 앞에서 매일 매시간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한 해를 설레며 맞이할 수 있게 된다.

힘겨운 직장 생활, 상처가 되었던 인간관계, 무의미하고 지루했다고 여겼던 한 해의 시간들, 일 년이 지나도 원하는 삶은 오지 않는 여전한 고뇌의 상황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다독여 주고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 내가 나를 밀어내는 시간을 얼마나 많이 보내었는가. 아픔이 올 때마다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거부했지 않았는가. 

내가 나를 안아 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내가 나를 사랑으로 껴안지 못한다면, 하나님이 그토록 사랑하시는 세상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늘 분노하며 스스로를 미워한다면서, 누구를 사랑할 수 있으며 누구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너로 인해 기쁨을 이기지 못하겠다. 나는 사랑의 본질이며 내 사랑을 너에게 주며 영원히 너를 사랑한단다!” 이렇게 말하는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우선 스스로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몇 날 동안, 매일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의 영혼에 쏟아부어 주자. 힘든 시간을 잘 견뎌냈다고. 참 잘했다고. 그 힘겨운 시간들 속에서, 당신은 살아남았고 살아왔으며 또다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당신은 결코 못난 사람이 아니다. 결코.

내가 나에게 충분히 말했다면 그런 후엔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말해 주자. “힘든 한 해의 시간을 잘 견뎌왔고, 잘 살아왔어요” “당신도 참 잘했습니다”라고.

그런 후 사랑을 하자. 사랑은 모든 상처를 아물게 하는 명약이다. 신의 사랑인 아가페.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다. 사랑하고 더 사랑하겠다고 결심하자. 그리고 누군가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자. 그러면 사랑이 넘치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새해엔 또 다른 시련이 올 수도 있지만, 위대한 사랑의 힘이 우리 모두에게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하게 할 것이고, 아파서 너무 아파서 죽고 싶어하는 이들을 살려낼 것이다. 우리, 이렇게 하자. 완전해진 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불완전한 채 주님께 간구하며, 두려움의 발길을 걷어내고 새로운 태양 앞에 눈부시게 나아가길 간절히 기도하며 남은 치유도 이루자. 

그리하여 내년에는 더욱 행복해지고 기쁨이 가득한 생애의 시간들이 햇살처럼 반짝이며 나에게 오도록 기회를 주자. 마음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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