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치외법권(治外法權)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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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시끄럽다.

등 따습고 배부른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거리를 행진한다. 민주노총이란다. 평균 연봉 4천만 원 넘는 사람들의 집단행동이다. 말이 노동자들이지, 이제는 사주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회사 경영 일선에 나서고 싶은 모양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혀를 찰 일이다.

그들이 뽑은 위원장이라는 사람은 조계사라는 절간에 숨어 있었다. 경찰은 하루 1천만 원이 넘는 혈세를 쓰며 그의 도피를 막고자 포위했다. 도주 우려가 있는 피의자에게 청구되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는 현행범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수배 영장이 발부된 사람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방조할 수 없다. 권력 고하는 물론 종교계·법조계에까지 치외법권은 없다.

절간에서 수도 중인 사람들이 속세의 수배자를 보호할 명분이 없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왜적의 침략을 몸으로 막아낸 승병, 그 후손들이 폭력 시위의 주동자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들 또한 수도승이기 전에 법치국가의 국민이다. 법을 지켜야 할 국민의 의무를 위반할 수 없다.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절간에서 입장 표명을 해대는 모습이, 탐심 가득한 세상 사람들과 별반 구분되지 않는다. 중생들의 교화를 위해 정진하는 것이 그네들의 승려 된 까닭 아니랴. 당장 수배자를 내어줬어야 했다.

또 이 늙은이는 무엇인가.

수배자에게 밥 많이 먹으라고 소리치는 노인을 보자니, 추억에 젖어 흥이 난 모양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 사람도 나이가 들면 지혜가 쌓이고 혈기가 잦아든다. 그래서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의원이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세상 경험으로 얻은 지혜가 크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노인네는 똑같다.

독재 정권에 항거하며 민중들에게 인생의 달관을 심어 주는 데 기여했던 그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변화된 세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월만 먹은 노인이 매스컴의 노예가 되어 있다. 지금은 독재정권 치하가 아닌 줄 모르는가 보다.

국민들이 작은 유익을 위해 떠들어대는 통에, 국가의 대사가 뒷전으로 밀리는 시대다. 정치적으로는 여야가 구심점 없이 연일 시끄럽게 겉돌고 있으며, 국민들은 뭐 하나 작은 불이익이라도 닥치면 늑대처럼 물고 늘어져 국가를 시끄럽게 만드는 세상이다.

우러러 볼 스승이 없다. 존경받을 만한 정신적 지주가 없다. 김대중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김종필 총리, 이른바 3김 시대에는 밀고 당기는 세 겨루기와 타협이 공존하는 정치의 맛이 존재했다. 많은 인문학자들과 종교계의 거목들이 눈에 보이는 세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울림을 가르치고 몸소 실천하며 국민들의 정서를 이끌었다.

이제는 경험 풍부한, 스승 같은 노인들이 고요한 울림으로 정쟁 없는 국가 건설의 밑거름이 되어야 할 때이다. 광풍 같은 독재 치하의 비바람을 견디어 낸 저력으로, 국민들의 대동단결과 미래지향적인 기상을 고요하게 외쳐야 할 때이다.

한 차례 함박눈이 지난 산야가 하얗다. 조계사의 승려들은 가부좌를 틀고, 수배자는 법 앞에 당당히 서서 변론을 하고, 밥 많이 먹으라고 소리치던 노인네는 이제 밥보다 귀한 것을 후학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낙으로 여겨야 한다. 그럴 때 우리들의 세상도 함박눈 쌓인 산야처럼 하얀 눈꽃을 피우리라.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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