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럼] 갈등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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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목사(호주기독교대학 학장) 부부.

▲김훈 목사(호주기독교대학 학장) 부부.

우리 집 아이 하나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습니다. 무슨 이유일까? 아이에게 물어 보았더니 몸이 아파서라고 했습니다. 억지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은 것 같아, 일단은 아이를 존중해서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는 한나절을 집에서 쉬더니 기분이 나아졌는지 말했습니다. "내가 왜 학교에 안 갔는지 알아요? 담임선생님이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야. 사실 아파서 학교에 안갔던 것이 아니야."

"선생님이 어떻게 너를 싫어하시는데?"라고 물으며 아이의 말을 들어 주었는데,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자기만 나가지 못하게 하고, 교실 활동을 하는데도 자신에게는 좋은 역할을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말을 들으면 담임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차별대우하는 것이 분명했고, 무엇보다도 아이가 담임선생님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계속해서 학교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날도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아이에게,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서 불공평한 처벌을 한 것에 대해서 호소를 함으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다음 날 수업이 끝날 때쯤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사실은, 선생님이 우리 아이만이 아니라 여러 명의 아이를 차례로 만났다는 것과 교실 활동에서 좋은 역할은 한두 명 외에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아이를 전혀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에게 우리 아이를 조금 더 배려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교실을 나섰습니다. 학교를 나오면서 우리 아이를 만나 "선생님께 다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이 너를 무척 좋아하고 하나도 싫지 않으시대"라고 말해 주었더니, 어두웠던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이 같은 갈등은 늘 우리의 삶 속에 있습니다. 그 갈등들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관계를 파괴시키기도 해서 우리에게 위기가 되기도 하지만, 어둠 속에 감추어져 있던 문제의 실체를 보게 하고 관계를 성장시키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무조건 갈등 자체가 좋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마치 갈등이 없는 것처럼 여기며 살아갑니다. 자칫 잘못하면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그것을 대화로 잘 풀어가기보다는 회피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 중 '회피'를 가장 많이 쓴다고 합니다. 외부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회피는 대부분의 경우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갈등을 회피하면, 그 갈등은 처음 표출된 것보다 더욱 높은 강도와 파괴력을 띤 채 어느 때에 다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우리 아이의 경우 "갈등을 지금 처리하지 않고 괜찮을 거야"라면서 회피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아마도 또 한 번 선생님의 작은 지적이 오면, 아이는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강화해서 "우리 선생님은 나를 싫어하는 것이 틀림없어. 전에도 그랬잖아!"라고 굳혀 버리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우기게 될 지도 모릅니다. 회피라는 방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경우에는, 애초의 갈등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스트레스의 강도를 높이고 적대감을 일으키며, 사기 저하를 불러일으킵니다.

상담소를 찾는 부부들은 오랫동안 '회피'라는 방법을 사용해서 갈등을 해결하려고 하다 급기야 위기 상황에 도달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문제를 방치해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래도 아직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랑과 헌신이 남아 있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갈등 상황이 생기면 적응이라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관계의 안녕을 위해 자신의 목표나 삶은 포기해 버리는 것입니다. 평화는 있을 수 있지만 진정 만족된 삶을 경험하기는 어렵습니다. 갈등을 가장 건강하게 푸는 방법은 회피나 적응이나 경쟁이 아니고 협동입니다. 이것은 인간관계와 목표를 모두 중요시하는 방법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적대자를 뛰어넘어 서로 진정한 요구를 이해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때로는 나를 변화시키거나 손해를 감수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스캇펙은 "마음을 어떻게 비울 것인가"라는 책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결국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일방적으로 나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들어서 함께 만족을 이루어 나가는 것입니다. 갈등을 회피함으로 더 큰 갈등을 낳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삶 가운데 있는 크고 작은 갈등들을 지혜롭게 대화로 잘 풀어나갈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Rev HUN KIM(김훈)

호주기독교대학 학장 (Australia Christian College CEO)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CEO)
호주가정사역센터 대표 (Australian Family ministry Centre CEO)
한국인 생명의 전화 원장 (Director of Korean Life Line)
ACA 등록 수퍼바이저, ACA 정회원
전) 호주가정상담대학 온라인과정 대표 (Former Director of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Counselling KDEP)
전) 유니티대학 학국어학부 학장 (Former Academic Dean of Korean Campuses in Unity College)
전) 호주열방대학 한국어 성경연구학교장 & 설립자 (Founder and Director of Korean School of Biblical Studies Diploma In Australia I of N)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MBA of International Business in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MdiV in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BA of Mass Communication in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BA of Theology in Chongshi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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