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시니어 라이프73] 불(火)과 불(火)이 만나 생기는 화병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김한수 칼럼

▲김한수 칼럼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편람에는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문화 증후군' 이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영문으로는 Hwa Byeong, 우리말로는 화병이라고 불리는 이 증후군은 우리사회의 민속병으로 세계에 알려질 정도로 유명한 질환입니다. 이 화병은 분노나 화를 참지 못해서 예민한 상태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온몸에 열이 나고, 목이나 가슴이 조여 답답함을 느끼는 신체적 반응까지도 나타납니다. 속쓰림이나 메스꺼움, 식욕장애등 소화계에 장애가 생기기도 하고, 만성적인 분노, 고혈압, 중풍등 심혈관계 질환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화병은 사실 간단하게 치료가 될 수 있는 질병이 아닙니다. 바로 마음의 병이기 때문이죠.

사람은 외부 반응에 대해 일정한 감정을 느끼게 되어있습니다. 그 감정들은 적절한 표현으로 외부에 드러나게 되는데, 아기들의 의사표현이 좋은 예입니다.  아기들은 자기 감정 그대로 표현을 하죠. 아기는 자기가 아프거나 견디기 힘든 상황을 겪게 되면 앞뒤보지 않고 울거나 소리를 질러 자신의 불편한 상태를 표현을 하고 행복하거나 즐거울때에는 천진난만하게 웃음으로서 감정을 그대로 표현을 합니다. 아기처럼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대로 모두다 표현하게 되면 사람은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노의 표현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은 화를 겉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속으로 참거나 억눌러서 가슴 한 켠에 쌓이게 만듭니다.

평소 분노나 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마음 한구석에 억누르고만 있었던 사람은 분노가 언젠가 한꺼번에 터지게 되는데 그 에너지가 마치 부풀대로 커진 풍선이 뻥 하고 터지 듯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큰 폭발력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흔히 분노조절장애라고 불리는 이 질환은 특히 시니어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는데, 노화로 인해 신체 기능 저하되고 사회적으로도 기존에 갖고 있던 역할이나 위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시니어가 자기도 모르게 충족되지 못한 욕구로 인해 매사에 불만을 갖게 되고, 사회에 대해서도 분노를 갖게 되는겁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은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상태에 이르게 되어 매사에 방어적이고,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죠.

화를 자주 내고 사소한 일에도 필요 이상으로 내게 되는 이런 분노조절장애 증상들은 최근들어 한 개인의 문제를 벗어나 고령자 범죄로 까지 이어지게 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 되고 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살인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60세 이상의 고령자는 2010년 1159명에서 2014년에는 1869명으로 5년사이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폭력범죄로 처벌받는 시니어들도 한해 2만여명이 넘을 정도로 시니어 범죄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령자 범죄가 대부분이 계획된 범죄라기 보다는 순간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홧김에, 욱하는 마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시니어의 분노와 화, 정신건강에 대해서 한번쯤은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주는 통계임에는 분명합니다.  

▲비지팅엔젤스 성남수정지점의 김성곤 지점장(왼쪽).

▲비지팅엔젤스 성남수정지점의 김성곤 지점장(왼쪽).


비지팅엔젤스 성남수정지점의 김성곤 지점장은 "시니어 범죄는 순간적으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벌어지는 우발적 범죄가 대다수 입니다. 시니어들에 내재되어있는 힘겨움들이나 불만들이 특정 사건을 통해 촉발되면 분노로 한꺼번에 분출되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큰 사고로 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사회적 약자로 내몰린 시니어들이 분노나 화를 적절하게 조절, 관리 할 수 있도록 정신보건학 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사회적 불만과 심리적 불안을 동시에 해결 할 수 있도록 사회 복지학적인 해결책 역시 시급합니다." 라고 밝혔습니다.

화가 치밀어 오를때에는 먼저 그 상황에 몰두하기 보다는 다른곳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며 화가 더 커지지 않고 지연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시 해야 할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이 화를 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어떤 이유로 인해 그런 감정이 생긴건지 되짚어볼 필요가 조언합니다. 왜냐하면 화가 생기는 대부분의 이유는 분노가 생겼던 그 상황이 문제라기 보다는 이전부터 자신에게 내재되어있던 불만이나 만족되지 못한 욕구가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재미있는 것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는 것처럼 분노 역시 화가 났을 때 일시적으로 치미는 감정 입니다. 장례식장 같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웃음이 나는 행동을 자제하며 생활하듯이 분노도 분명히 때와 장소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감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분노라는 감정은 사람이 살아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강조하면서 무조건 화를 참기보다는 '제대로' 화를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분노를 뜻하는 한자인 화는 우리가 모두다 알다시피 불 화 (火) 자를 씁니다. 불과 불이 합쳐지면 대형 화재가 되듯이 화는 묵혀두고 쌓아둘 것이 아니라 물로 꺼야 하는 거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분출시키거나 서로간의 앙금을 풀 수 있는 대화는 우리가 화를 다스 릴 수 있는 적절한 도구가 됩니다. 억지로 참거나, 한꺼번에 분출되는 화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게 되는 계기로 사용되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시는 여러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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