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럼] 희망이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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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목사(호주기독교대학 학장) 부부.

▲김훈 목사(호주기독교대학 학장) 부부.

큰아이가 아토피로 오랫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넷째를 임신한 어느 날, 잘 아는 분이 자신의 아이가 먹고 큰 효과를 보았다며 약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너무나 확신 가운데 이야기를 했기에, 우리의 형편에는 턱없이 비쌌지만 구입해 한국에서 비행기 편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기존에 사용하던 연고나 크림은 모두 중단하고 그 제품만을 사용하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한약재들로 만들어졌다던 그 약을 바르는 순간 아이는 따갑다고 아픔을 호소했고, 한 시간 넘게 온몸에 마사지를 하듯 겨우 바르고 나면 다시 가렵다고 여기저기를 긁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겨우 잠이 들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고, 이불은 약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아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이의 상태가 많이 좋아지기를 소망했지만 더 나빠져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괜찮은 부분도 있었는데, 이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이의 몸에서 각질이 벗겨졌고 피부는 붉게 얼룩졌습니다. 표피층이 없어졌는지 아이는 추위를 호소했고, 따뜻한 봄이지만 두툼한 외투를 입고 움츠린 채 하루 종일 떨면서 지냈습니다. 명현 현상인 줄 알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아이는 낫질 않았고, 하루, 이틀, 열흘, 한 달이 지나면서 아이가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나는 지칠 대로 지쳐갔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겪는 투병의 시간은 짧지 않습니다. 암환자들, 알코올 중독자들, 우울증 환자들....... 이들 모두가 겪는 회복의 여정은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여러 해 동안의 고된 싸움과 인내가 필요하고, 지독한 고독과 고통의 순간들을 견뎌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처럼 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장기간에 걸친 치료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한 번의 기도와 치료로 다 낫게 되기를 바라는 소위 '속성 처방식' 치료를 원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사람들은 쉽게 낙심하며, 조금만 장기화되면 회복의 길이 너무나 요원한 것처럼 느낍니다.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지속된 관계의 어려움으로 고통스러워하며 좌절합니다. 고통이 마치 영원한 것처럼 느껴지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 좋아질 거라는 희망,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면 빛이 있을 거라는 희망. 사람들은 오랫동안 묻어 놓았던 감정의 찌꺼기들과 비밀들, 그리고 깊은 내면의 고통을 상담소라는 안전한 장소에서 쏟아내고 나면 카타르시스와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때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주어야 할 것이 바로 '희망'이라는 선물입니다. '희망'이라는 선물을 받은 내담자는 앞으로의 상담을 기대하게 되고, 자신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회복의 여정을 걸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서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거야"라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나갈 수 없게 되자 절망하며 죽었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있었다면 그 다음 해에 나올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육체가 쇠한다 할지라도, 사도 바울처럼 수십 번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와 천국의 소망이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유업으로 받기 위함"이라는 말씀처럼, 인내함으로 소망의 끈을 하나님 안에서 붙잡아야 합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것이 비록 쉽게 오지 않고 긴 싸움의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희망'을 버리지 아니하면 반드시 하나님의 약속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 딸의 아토피는 거의 다 나았습니다. 처절한 고통과 절망 가운데 부르짖던 기도와 소망은 끝내 하나님 안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당장 눈앞에 벌어진 상황과 현재의 고통으로 인해, 우리는 장차 우리에게 임할 영광을 바라보지 못하고 낙심하며 절망할 때가 많습니다. 현재의 고통이 너무나도 커 보이지만, 하나님께서는 더 크시고 또한 언제 동일하게 신실하십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십니다.

때로 상담에서 듣는 사연들이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가능성이 있을까 하고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내담자에게 꼭 희망의 말을 전합니다. 인간적인 가능성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기반을 두고 선하신 하나님께 소망을 두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내담자에게 전한 희망의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희망'은 헛된 망상이 아니라 바라는 것들의 실상인 믿음입니다.

25년 동안 청각장애로 고생하셨던 분이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나는 오늘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치유가 하루 더 가까워 왔으니까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소유하시길 축원합니다.

Rev HUN KIM(김훈)

호주기독교대학 학장 (Australia Christian College CEO)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CEO)
호주가정사역센터 대표 (Australian Family ministry Centre CEO)
한국인 생명의 전화 원장 (Director of Korean Life Line)
ACA 등록 수퍼바이저, ACA 정회원
전) 호주가정상담대학 온라인과정 대표 (Former Director of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Counselling KDEP)
전) 유니티대학 학국어학부 학장 (Former Academic Dean of Korean Campuses in Unity College)
전) 호주열방대학 한국어 성경연구학교장 & 설립자 (Founder and Director of Korean School of Biblical Studies Diploma In Australia I of N)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MBA of International Business in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MdiV in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BA of Mass Communication in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BA of Theology in Chongshi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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