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꽃 같은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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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청소년 시기를 흔히 사춘기와 겹쳐서 생각하게 된다. 사춘기는 어린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에서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와 신체적·정신적 변화,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주로 중·고등학생의 시기로 인식되었으나, 지금은 초등학생 때 혹은 대학생 때나 스무 살을 훨씬 넘어서야 겪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청소년 시기에 사춘기의 고뇌가 없었다면, 뒤늦게 스무 살이 넘어서야 자아정체성 등의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사춘기가 늦게 오는 이유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업과 수능 준비로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미처 그 시기에 해야 할 고민을 붙들고 있을 기회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어른들이 채근하는 대로 수능을 잘 보고 명문대에 진학하기만 하면 미래도 저절로 밝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사춘기의 통증들을 너무 빨리 겪는 것도 힘들고, 너무 늦게 겪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님이 충분히 좋은 양육 환경을 제공했다면,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사춘기를 겪는다 해도 걱정할 것 없다. 좋은 양육 환경은 자존감을 탄탄히 높여 주고 자신감을 심어 주기 때문에, 호르몬의 작용쯤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불충분한 양육 환경, 특히 신체적·정서적 방임과 학대가 있었다면 자존감이 낮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사춘기의 방황을 더욱 심하게 만들 것이다. 아직은 혼자 세상에 맞서는 것이 두려울 이 시기에, 나이는 많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독립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두려움이 커지게 된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더욱더 세상이 무서울 것이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외모에 대한 비교 심리가 커지고 자신을 비하하게 된다. 그렇게 자기혐오적 감정은 여러 가지 심리적 병증을 부르고, 그것을 계속 방치해 두다가는 자살로 이어진다. 해마다 청소년 자살률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세태의 빠른 변화 속에서 양육자인 부모들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함께 비틀거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아이들은 아픈 마음을 이해받거나 용납받지 못한 채 비난거리가 되거나 모욕감을 받게 되기도 한다. 너무나 안타깝다. 나 역시 너무나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기에, 그들의 아픔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가장 힘든 것이,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어른이 보기에 별일 아닐 수 있어도, 아직 인생을 많이 살지 않은 그들의 눈에는 세상이 막막하고 두려운 대상이며, 자신의 미래는 암울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는 요즘 사춘기를 앓고 있는 스무 살 이상의 남녀 청년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그들은 사춘기의 고뇌를 감지할 겨를도 없이 나이를 먹었고, 스무 살이 훨씬 넘은 어느 시기에 갑자기 사춘기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했다. 시기를 지난 사춘기를 심하게 앓느라, 더욱 이해받지 못하고 슬프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성격도 안 좋고 모든 게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만 하고 살아 왔는데 모든 게 헛된 것 같고,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만 들어요. 성공하려면 저처럼 평범한 외모가 아니라 연예인처럼 뛰어난 외모를 가져야 할 것 같고…. 제가 못생겨서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왜 태어났을까요? 사는 게 무의미해요. 부모님이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했는데 다 거짓말이에요. 미래에 대해 아무런 보장도 없고, 너무 허무하고, 생각이 많아 잠도 안 와요. 잘못 살아온 것 같아요."

차라리 청소년기에 반항도 해 보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 보았다면 스무 살 이후에는 이런 고민 없이 자신의 꿈을 좇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조건 공부만 잘하면 되고 오직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강요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느 순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된다면 급속히 중증의 우울증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자신의 꿈에 따라 해야 할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어야 한다.

"너의 꿈이 뭐니?"라는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면 뭐가 돼도 된다는 식의 막연한 지도는 불안을 주고 세상을 두려움으로 바라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공부와 성적이 전부인 세상에서는, 성적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으면 모든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나서 자살하는 아이들에 대한 뉴스가 해마다 반복되는 것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적성에 맞는 꿈을 키우게 하고, 생각할 여유를 먼저 주면 좋겠다. 그 꿈이란 스스로 무엇인가 되고 싶어하는 간절함과 열망을 동반한다. 그리하여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게 한다. 어떤 종류의 공부든 자발적인 열망이 능률을 오르게 하고 집중도도 높인다.

오직 자신이 서울대를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던 엄마에게 유서를 남기고 죽음을 선택한 아이가 있다. "엄마, 나 서울대 들어갔어. 이제 됐지?"

온몸에 전율이 올 정도로 슬픈, 그 아이의 마지막 말 한마디.

지금도 여전히 똑같이 말하며 죽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냥 억지로 공부하는 것, 공부의 목표 없이 그냥 달려가면 이런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이 꿈일 수는 없다. 그냥 엄마 아빠의 꿈일 뿐이다. 왜 서울대에 가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어야 한다. 서울대가 아니면 어떤가. 꿈을 찾으면 적성을 따라 학교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의 서열에 따른 선입견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꽃처럼 피어나기 위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아. 조금 우울해도 괜찮고, 고뇌에 찬 생각이 쉴 새 없이 뇌를 흘러다녀도 괜찮다. 누구나 지나가는 시기이고, 이 시기를 지나면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생의 열매를 맺게 되니까.

그러나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너무 아픈데도 견디고 있다면, 빨리 주위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받기 바란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청소년 상담기관 등을 적극적으로 방문해서 도움을 받기 바란다.

무기력증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증상이니, 힘들지라도 햇살이 좋은 날 밖으로 나가서 햇볕을 쬐며 걸어 보기 바란다. 걷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게 해 주는 명약이다. 햇살은 우울한 마음에 빛의 약을 뿌려 준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꿈을 찾지 못했다면, 진로 적성 검사도 받아 보고, 자신의 성향과 기질도 알아 보고, 자신의 재능을 찾아 되고 싶은 모습을 여러 개 글로 써 보자. 시행착오가 좀 있어도 괜찮다. 단번에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찾아서 한 길로만 간 사람도 있고,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더 훌륭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직진이 반드시 옳거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또한 반드시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것도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다가 더 많은 열매를 맺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그런 후에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이런 고민의 시기를 거친다는 것을 알고, 힘들지만 지금 현재의 자신을 인정해 주고 스스로를 격려해 주어야 한다. 무조건 아프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아픔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픔이 병적인 수준이라면 견디고 있기만 해서도 안 된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이 곁에 있는지를 살펴 보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미처 다 피기도 전에 추락해 버리는 꽃들이 올해는 단 하나도 없기를 기원한다. 꽃 같은 아이들아, 스스로는 약하고 못나게 생각되어도 너에게는 너만의 향기가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꽃 같은 아이들아, 스스로 그 향기를 맡아 보고 스스로를 아름다고 귀한 존재라고 인식하자. 날마다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견고하게 알기 위하여 아래의 구절을 소리내어 계속 말해 보자. 반드시 소중하고 빛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존귀한 사람이다!(이사야서 49장 5절)"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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