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사랑방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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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는 민초들로 불리는 연약한 개인들이다. 민초들이 자유를 보장받고 의무를 지켜나갈 때 이루어지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돌아보면, 소수의 사람들이 권력을 행사하거나 탐욕에 빠진 정치권이 쉽사리 재물을 모으려는 경제인들과 부정적으로 유착될 때마다, 그저 가슴앓이하며 지나온 민초들의 항변을 만나게 된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모여 거대한 바위를 뚫듯, 민초들은 언제나 위법과 부정에 항거했다. 일제 치하에 대하여, 독재 정권에 대하여,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에 대하여 항거한 민초들은 지금 개인의 권위와 허울 좋은 명분만을 내세운 채 표류하고 있는 국회를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섭단체가 되면 80억이라는 민초들의 세금이, 입놀림으로 허송세월하는 건달 같은 몇몇 사람들의 집단에 지급된다니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민초들의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하루속히 개인의 탐심과 욕망을 내려놓고, 민초들의 삶을 어루만질 수 있는 정치권의 자숙을 염원한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목회자들의 타락이다. 성도를 푸른 초장으로 이끌어야 할 목회자들 모임인 연합회의 타락은 총회의 부정으로 이어지고, 총회의 타락은 곧 민초들의 모임과 같은 노회의 타락으로 전염되어 한국 교계의 총체적 추락을 야기시켰다. 

마치 범죄자들에게서 검은돈을 대가로 챙기고 수사를 방조하는 공권력처럼, 한국 교계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세상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부정 속에 좌초되고 있다.

실형을 선고받는 사람,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 모두 부끄러운 민낯을 쳐들고 여전히 언론과 방송을 돈줄로 장악한 채 출연하고 있으며, 그들이 속한 교단은 윤리위원회조차 소집하지 못한 채 연합회, 총회, 노회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을 교단법대로 처리하면 소속 교회가 지원하고 있는 물질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고, 지원될 물질이 줄어들게 되면 여러 가지 상황으로 손해가 분명하다는 불신앙적 수지타산 때문이다.

작금의 연합회와 총회·노회의 타락은, 마치 배가 고파서 빵 하나 훔친 도둑은 잡아들이고, 수백억 원의 부정을 저지른 경제사범의 죄는 눈감아 주는, 타락한 공권력과 같은 상황이다.

세상의 어두움을 정화하고 인생들의 지친 삶의 애환을 돌아보며 가슴 아픈 상처들을 치유해야 할 목회자들이, 오히려 재물을 축적하고 하나님의 교회당을 사유재산처럼 상속하는 짓들을 당연시하는 현실은, 가히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분명하다.

민초와 같은 목회자들은 설 곳이 없다. 언론·방송, 연합회, 총회·노회의 타락은, 민초와 같은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쉼터를 빼앗아 버렸다. 민초와 같이 힘 없는 목회자들이 무언으로 실력 행사를 할 수 있는 길은, 그저 총회·노회를 탈퇴하는 항거 뿐이다.

세상의 친목단체만도 못한 목회자들의 모임은 이제 '총회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실정이다. '거시기 하면 예 하시고, 뭐시기 하면 예 하시오' 하면서 10분이면 끝낼 회의를 하루종일 끌어대는 진행 방식이나, 비싼 종이깨나 낭비하는 공문서 발송, 군더더기처럼 덕지덕지 붙은 감투들, 모두 어이없는 웃음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할 유물들이다.

노회는 민초들과 같은 목회자들의 작은 모임이자 쉼터가 돼야 한다. 세상의 친목단체와 구분되는 것은, 사명의 연장선상에서 본질을 망각할 수 없는 명분 때문이다. 

그러나 목회자들 또한 연약한 인생이기에, 십자가 지고 살아가다 지친 발걸음들 서로 모여 격려하고 위로하는 도피성 같은 모임이 필요하다. 훈풍을 불어넣고 새로운 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쉼터 같은 모임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랑방이 그리운 목회자들이 홀로 외로운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누룽지 조각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사랑방이 너무도 그리운 목회자들이, 총회와 노회를 등지고 있다.

등 따습고 배부른 세상에서 목회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겨운 삶인가? 밤새도록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랑방이 너무도 그리운 목회자들이 사랑방을 찾아 나섰다.

2016년 2월 1일, 마침내 어디서 '사랑방노회'가 결성된다는 풍문이 들린다. 꼭 한번 방문해서 침 바른 손가락으로 창호지 문을 조금 뚫어 엿볼 참이다.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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