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노회를 개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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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목회자들이 교단을 멀리하고, 시무하는 교회에 칩거 중이다. 소속된 교단의 노회, 총회, 연합회들의 짓거리들을 바라보자니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교단을 탈퇴하고 목회에만 전념하고 있는 목회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목회자는 영생의 길을 인도하는 사역자다. 또한 연약한 인간이기에 사역 현장에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여간 아니다. 잠시라도 목회자들과 어울려, 같은 처지의 열악한 환경을 토로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새 힘을 얻는 시간이 요구된다.

그러나 교단 모임의 현실은 명예욕과 파벌, 형식과 제도들이 바둑판의 복선처럼 얽혀 있다. 서로를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갈등과 안타까움만을 안고 돌아서야 하는 모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회의 진행 방식이나, 회원들을 위해서 헌신해야 할 임원이 무슨 큰 벼슬이라도 되는 양 선거에 이리저리 꼼수를 써 대며 눈알을 부라리는 모습 등이 그렇다.

개혁해야 한다. 먼저 노회를 개혁해야 한다. 노회가 개혁되면, 개혁된 노회 회원들을 통해 총회를 개혁할 수 있다.

바늘 도둑은 징벌하고, 물질로 하나님의 헌법까지 덮어버린 소도둑은 징벌하지 못하는 현실은 비통할 노릇이다. 총회가 개혁되어야만 정의가 살아난다.

그래서 노회 개혁이 중요하다. 첫 번째 개혁할 것은 임원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다.

노회의 임원은 노회장과 회계만 있으면 된다. 노회장은 어깨에 힘 주는 상징적 대표가 아니다. 헌신의 자리이다. 노회장이 서기 사무까지 감당할 수 있다. 노회를 위해 헌신하지 못한다면 노(老)회장일 뿐이다. 공금을 관리하는 회계 또한 회의록까지 정리할 수 있다. 임원을 최소화하는 것은, 명예욕과 파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개혁의 첫걸음이다.

두 번째 개혁할 것은 회의 진행 방식이다. 한 시간이면 끝날 회의를 온종일 한다. '거시기' 하면 '예' 하고, '뭐시기' 하면 또 '예' 하란다. 모든 의견 표출은 다수결 거수로 하면 그만이다. 간단하다.

세 번째 개혁할 것은 문서 축소이다. 한 장으로 압축될 수 있는 노회 가입 청원서가 여러 장이다. 꼭 기재해야 할 내용을 압축하면, 한 장도 여백이 많이 남는다. 예배 순서를 모르는 목회자는 없다. 예배 중 예배위원을 지정해도 물 흐르듯 매끄럽고 아름답게 드릴 수 있다. A4 용지, 프린터 잉크가 무슨 죄이랴. '거시기', '뭐시기' 과정 다 빼버리면 A4 용지 한 장에 다 기록될 회의록이다.

네 번째 개혁할 것은 복장이다.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들길 산길을 걷는 목회자 일행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노회원들은 언제나 정장 차림 일색이다. 정장을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정장을 고집하는 목회자들은 정장을 하면 되고, 평상복을 원하는 목회자들은 자유로운 복장을 하면 된다. 의복에 대한 목회자들의 시각 변화 또한 작은 개혁이다.  

다섯 번째 개혁할 것은 회비이다. 회비를 못 내면 탈퇴해야 하는 모임은 존립될 수 없다. 청지기로 살아가는 목회자들에게 물질이 힘으로 작용되는 환경은 용납될 수 없다. 물질 뭣에다 쓰랴. 물질, 요 녀석이 일만 죄악의 뿌리다. 교회나, 노회나, 총회나, 연합회나 물질이 죄악의 씨앗이다. 물질에 눈 뒤집히니 교회당도 재물로 보고 제 자식에게 준다. 희한한 발상이다.

그저 넉넉한 목회자들이 회비를 좀 더 내면 된다. 넉넉한 목회자들이 적게 낸다면 도적이나 일반이다. 출석 교인 중 성인 몇 명 이상은 회비가 얼마라는 식으로 지정하지 말고, 처한 환경대로 자유롭게 내면 된다. 목회자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가장 잘 알고 있다. 회비를 넉넉히 낼 수 있는 환경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 아름다운 개혁의 동력이다.

그 밖에 현실적이지 못한 많은 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내고, 미자립교회를 도우며, 전도와 선교에 대한 효율적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단합된 영성으로 협력하여 하나님나라 확장을 위한 노력이 개진되어야 한다.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이 빠른 세월은 벌써 달력을 넘었다. 삭풍이 지나갔다.

한 번 뿐인 소중한 인생 중에 가장 존귀한 삶을 부여받은 인생이 목회자들이다. 하나님께서 친히 부르시고, 부르심에 순종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시골 마을 사랑방처럼, 두 다리 쭉 뻗고 아름다운 담소와 한 번쯤 박장대소하며 웃을 수 있는 목회자들의 모임이 '노회'라고 인식되기를 소망한다.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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