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혹서와 혹한의 환경과 감정이 가져오는 통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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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최근 필리핀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그곳은 계절이 겨울이지만 한낮에는 35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였다. 돌아오는 날 우리나라의 기온이 체감온도가 영하 30도였다. 혹서와 혹한을 며칠 사이에 오가면서, 내 몸은 적응을 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처음엔 가벼운 몸살기로 시작하다가 온몸이 통증으로 뒤덮이고, 기관지염으로 가더니 순식간에 폐렴 직전까지 진행되었다. 병원 치료를 두 주간이나 받고서야 호전되었다.     

이 경험은 신체의 면역력을 잃게 만드는 급격한 외부 기온 변화의 무서움을 알게 했다. 또한 혹서와 혹한의 기온 차이가 이토록 심한 신체의 병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과, 마음도 그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라는 동안 부모의 양육 태도가 일관성 없이 혹서와 혹한의 감정 변화 속에 진행되었다면,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 것이다. 

병원 치료를 받으며 극심한 통증 속에서 떠오르는 이들이 있었다. 치유의 길에 동행하고 있는 나의 내담자들을 떠올리며, 아픈 마음을 끌어안고 울고 있는 그들을 더욱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무리 학대를 가하는 부모라고 해도 24시간 화를 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괜찮아 보일 때와 불같이 화를 낼 때가 반복되면, 아이들은 심리적 면역력을 잃어버리고 무너져 내릴 것이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늘 불안에 떨게 될 것이다. 

최근 연일 밝혀진 아동 학대의 끔찍한 결말을 보면서 더욱 심란해진다. 부모가 자녀를 때려서 죽이고 사체를 함부로 방치하는 등의 참혹한 일들이 이 땅에서 자행되고 있다. 딸을 죽인 목사 아버지도 있었고, 아들을 죽인 후 냉동실에 보관한 부모도 있었다. 이처럼 학대의 환경은 면역력을 제로로 만든다. 그리고 늘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한다. 

이 참혹한 사건들 때문에 너무 슬프다. 자신의 어린 자녀를 때려서 죽인 부모들 역시 처음엔 피해자였을 텐데, 어느 순간 악마가 되어버린 그들의 행태가 너무나 슬프고 너무나 아프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어린 자녀를 죽이고도 태연한 그들의 모습 때문에 더욱더 슬픔을 느끼게 된다. 

자녀를 때리고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완전한 인격체이며,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자신의 분노의 감정을 투사하며 자녀를 불안에 떨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자녀를 훈육한다는 명목하에 얼마나 많은 학대가 자행되었는가. 이 땅의 모든 부모는 회개하고 또 회개해야 한다!

내가 혹서와 혹한을 오가며 심각하게 병이 든 것처럼, 부모의 극심한 감정 기복과 일관성 없는 태도는 마음에 심각한 병이 생기게 한다. 사람의 신체가 기온 차이만으로도 손상을 받는데,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연약하고, 쉽게 멍들고 상한다. 

마음이 아프면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려고 방어기제가 생기고 감정을 눌러 놓거나 차단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손상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어느 순간 자신은 살아야 할 의미가 없고 죽어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깊어지고, 병증은 말기로 치닫게 된다. 

그래서 몸이 아플 때는 병원으로 쉽게 달려가도, 마음이 아프면 방치하게 된다. 방치된 마음이 병적으로 굳어져, 원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녀를 죽이는 범죄자로 만들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가해자로 만들기도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아파만 하다가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 아픔들이 누군가를 향한 분노가 되어 수많은 사회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자신의 환경이 매일 혹은 매주 혹서와 혹한을 오가지 않았는지 체크해 보길 바란다. 욱하는 습관을 가진 엄마나 아빠를 가졌는가. 일관성 없는 부모의 태도로 불안에 떨었는가. 어느 날부터 자꾸 짜증이나 화가 났는가. 슬픔과 외로움이 병적으로 밀려오고 있는가.

자신의 감정을 체크하고 자신이 혹서와 혹한을 오가는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지 않은지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시스템 속에서 계속해서 분노조절장애자들이 양산되는데,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스스로 깨달으면 가능해진다. 꼭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같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빨리 이 혹한의 계절이 모든 가정에서 모든 사람들에게서 사라지기를 기원한다.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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