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분노와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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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아동학대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그 개념이 분명하지 않았다. 학대를 하고도 학대인 줄도 몰랐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학대라는 죄를 지은 사람들이 처벌도 받지 않았고, 자식을 소유물로 인식하여 자기 자식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생각 때문에 경찰조차 개입할 수 없었다.

최근 계속되는 지독한 희생 사례들로 인해 아동학대의 개념이 새롭게 정리되고 있는 중이다. 아동에 대한 학대는 매우 오랜 전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자행되어 왔다. 어쩌면 예전에는 더 끔찍한 학대의 희생자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심하게 체벌해도 묵인하는 것이 보통의 문화였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에 들어와서야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하여 비로소 아동학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적·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사실 너무 늦었다. 이제야 밝혀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모든 어른들이 반성하고 가슴 아파하고 사죄해야 할 일이 아닐까.

부모에게는 자녀를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거짓 사랑이라고 합리화하는 속에서 학대인 줄도 모르고 무수한 학대를 자행했고, 또 그 부모 역시 그들의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고, 그 조부모도 그 자녀들을 학대해 왔다. 보호해야 할 가족 환경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개인의 인식도 변화해야 하고 우리 사회도 달라져야 함을 일깨워 준다.

또한 아동학대를 경험한 아동이 성장하면서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잘못된 폭력의 전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동학대는 세대 간에 전달되고 대물림된다는 이차적인 문제까지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배워야 한다. 아동학대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지를. 최근 학대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이곳저곳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모든 사람들이 정확한 인식을 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기울여야 할 노력은 어떤 것일까?

아동학대는 가정폭력과 관계가 깊다. 가정폭력으로 외상 후 장애가 생기고 내재된 분노가 폭발해서 나오는 분노조절장애가 아동학대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욱하는 성격이지만 뒤끝은 없습니다."

이는 흔히 듣는 말이다. 그만큼 욱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많다는 뜻이다. 다혈질이지만 뒤끝이 없다는 말로 합리화한다. 그러나 잠시 동안 화가 치밀어서 하는 언어·신체폭력은 너무나 큰 뒤끝을 남긴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자신의 분노가 엄청난 위력으로 파편을 사방에 날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격 중에 '욱하는 성격'은 없다. 내재되어 있던 분노가 수시로 올라오는 분노조절장애가 생긴 것이다. 분노는 상처에서 온다.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어른이 되는 동안 분노는 시한폭탄처럼 내면에 장전되고, 수십 수백 개의 시한폭탄은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이 분노가 주로 아동학대의 원인이 된다. 한 번 시작된 분노는 가라앉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자신의 자식에게 폭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폭력을 계속하는 동안 폭력은 증폭되고 중독으로 변해간다. 폭력은 계속될수록 그 행사자를 괴물로 만든다.

생각해 보자.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아이를 죽을 때까지 때리겠는가. 맞아 죽은 아이의 시체를 냉동실에 넣어 두거나 암매장하고 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겠는가. 어떻게 자신의 아이가 피하출혈이 일어날 정도로 맞고 한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화장실에서 찬물을 뒤집어쓴 채 죽어가도 모른 척할 수가 있겠는가. 괴물이 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분노조절장애를 계속 두면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이 생기고, 사이코패스가 되어 가장 가까운 가족의 고통조차도 느끼지 못하고 외면한다.

분노가 많은 부모, 분노가 많은 교사, 분노가 많은 직장 상사들에 의해 학대가 벌어지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어린아이를 심하게 때리는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학대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데, 가해자의 80%는 부모라는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제발 자신의 자녀들을 학대하지 말자. "너희 자녀를 분노하게 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새기고 또 되새기자. 자신의 분노부터 처리하고나서 온화하고 따뜻한 사랑을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 자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게 하자.

이것은 수백 수천 번 강조해도 모자랄, 부모된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가장 작은 자녀조차 행복한 아이로 키우지 못하면서 무슨 큰 일을 할 수 있는가. 부디 부모의 사명을 인식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여 분노를 내면에서 다 제거하길 바란다. 그래야 자녀에게 따뜻하고 아름답고 영성 있는 충만한 사랑을 부어 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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