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전동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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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뉴스 일기예보는 전형적인 햇볕 좋은 봄날을 알린다. 새벽부터 전동휠체어를 점검하는 손길이 부산하다. 전동휠체어의 충전기를 확인하고 정장 차림으로 집을 나서기까지 어스름 여명을 지났다.

목회자들의 모임인 '사랑방'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주위의 기물을 이용하지 않으면 스스로 전동휠체어에 오르내릴 수 없는 중증 장애를 안고도 기어코 사랑방 모임을 참석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진심으로 참석을 원하는 회원들의 사랑 때문이다.

대전역까지 장애인을 위한 전용 택시를 탈 수 있어 다행이다. 전동휠체어를 탄 채 승하차할 수 있도록 설계된 택시다. 전동휠체어는 한 번 충전하면 대략 17km 전후를 움직일 수 있다. 인천 검암역까지 가야 한다. 다행히 KTX 열차가 검암역까지 간다.

장애는 매우 불편한 상황임이 분명하다.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를 안고, 태어나면서부터 무수히 많은 날들을 실의의 눈물로 지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오른팔까지 장애로 움직일 수 없다. 겨우 왼손을 놀려 입에다 밥을 넣기까지 눈물샘은 마른 지 오래다.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는 장애의 일생. 눈을 뜨면 반복되는 죽음의 유혹을 견뎌낼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이웃들의 헌신으로 장애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기까지, 피눈물을 삼켜 모아 둔 원망 주머니를 내던지고 목사가 되기까지, 인고의 열매만 주렁주렁 영근 세월이었다.

얼마 만에 떠나는 장거리 여정인가. 열차가 긴 푸념을 토해내며 육중한 몸을 움직인다. 지난 시간의 인고가 아스라이 차창에 매달린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졸업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소리 없이 반항의 산을 넘어야 했던 사춘기의 고립의 날들이 하얀 서러움으로 내려 앉는다.

아무리 커다란 비통함이 가슴을 옥죄어 와도 하늘만을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장애는 고립이었다. 그러나 결국 고립은 어수선한 세상의 대립과 갈등보다 오히려 안락한 평안이고, 무풍지대의 안위라고 인식되기까지 하나님의 종용한 인도하심은 항상 곁을 지키셨다.

극심한 장애를 안고 있지만 일생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다. 실수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하나님께 올바른 사역자가 되려면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계발해야 한다. 언어로써 문서 선교를 해야겠다는 목적을 발견하고 실천하기까지, 하나님께서 이끌어주시는 영력은 열정의 에너지를 생성시켰다.

영어 학습에 몰입했다.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신학대에 입학한 그날부터 전동휠체어를 타고 모든 일상을 견디어 냈다. 목사 안수를 받은 이듬해, 처음 참석한 총회에서 목회자들은 파벌을 지어 고성을 토해내며 두 패거리로 갈라졌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목회자들의 모임인 노회, 총회, 연합회 행사를 참석하지 않았다.

가끔씩 교계의 동향을 실어 나르던 신학대 동기들도 노회·총회를 탈퇴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노회·총회를 바라보는 동기들의 푸념과 노여움은, 한국 교계의 영적 어두움을 그려낸 초상화 같다. 어떠한 당위성이 있더라도 목회자들이 모인 단체가 파벌이나 짓고, 명예와 권위를 조장하는 집단으로 전락한 상황은 영적 퇴보이자 타락이 분명하다.

그럴 즈음 우연히 인터넷 기독교 광고 사이트에 실린 글을 접하게 됐다. '노회·총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문구를 통해 대립과 갈등의 노회와 총회를 개혁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친목 도모에 비중을 둔 모임이라고 '사랑방'을 소개했다. 사랑방을 개설한 회장과 교통하면서, 이러한 개념의 노회와 총회는 이상적인 목회자들의 모임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한다. 봄꽃들은 개화를 서두르고 정겨운 햇살은 화려한 봄꽃들의 곁에 서 있다.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사랑방 회원 목사님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성전이 2층이어서 전동휠체어까지 들것처럼 들어 올려야 한다. 우레와 같은 갈채를 보낸다. 감격스럽다. 잘 왔다. 수없이 망설이다가 참석하기를 잘했다.

예배가 시작된다. 예배위원을 즉석에서 지명한다. 대표 기도자로 지명 받아 기도를 했다. 은혜가 충만한 경배다. 회의 의제를 즉석에서 채택하고 다수결로 결정하니, 회의는 30분 만에 화기애애하게 끝났다. 다음 모임 장소는 충남 당진의 기도원이다. 예배 후 서산 삼길 포구 여행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중식 후, 아라뱃길을 따라 정서진(正西津)을 관광했다. 회원들은 십시일반 전동휠체어를 승합차 뒤편에 싣고 내려 주었다. 사랑방 모임은 기존 노회·총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모델이 분명하다.

정서진 하늘에 노을이 선명하다. 낙조가 아름다운 정서진은 인생들의 뒤안길을 사진첩처럼 보여준다. 헤어지기 아쉽다. 회원 목사님들의 정성어린 배웅으로 대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어두움이 내려앉는다.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도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장애는,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사회적 인간임을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일깨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인생 모두는, 장애의 구별 없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선한 목적을 위해 지으심을 받은 하나님의 사람이다. "사랑방 노회 목사님 모두 고맙습니다."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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