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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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바쁘다. 눈을 뜨면 사람들과의 공존 속에 살아간다. 만남과 공존에 익숙하다. 가족, 학연, 동료들과의 만남과 공존에 능숙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우월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사색의 시간에 대하여는 매우 인색하다. 자신과의 내면적 대화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여분으로 여긴다. 일상의 바쁜 시간을 사용한 후 남는 시간이 있다면 사색의 시간으로 활용해 보리라는, 막연한 거절에 익숙하다. 그런 의식으로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사색의 시간은 동적인 열정의 시간보다 더 크고 넓은 세계를 인정하고 관조할 수 있는, 참된 자화상을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으로 초대한다. 외형적으로 표출된 모습은 진정한 자아가 아닐 수 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새벽 미명에 홀로 산을 오르셨다. 그리고 믿음의 성도에게 골방에서 기도하기를 권면하신다.

복잡다변한 세상이다. 영혼의 가치가 상실된 지 오래인 타락의 세상이다. 목회자들은 교회당을 대물림하는 것을 관행으로 여길 만큼 타락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대교회 성전에는 헌금이 잔뜩 고여 있고, 고인 물이 썩는 논리와 같이 목회자들이 타락일로를 걸어 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목회자가 세상 범죄자가 된 상황에서도 성도의 무지몽매함은 범죄 당사자를 옹호하는 세력으로 무리를 지어 정의를 막아서고 있다.

지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이러한 대교회는 이미 영생의 복을 받은 교인들이 감사함으로 경배를 드리는 장소가 아니라, 비신자들에게까지 손가락질을 받는 혐오의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교인들은 무감각하게 타락한 성전을 떠나지 않고 있다. 죄가 죄인 줄 모르는, 죄가 관영한 세상이 성도의 심령까지 오염시켰다.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이 빠른 나그네 인생길, 화장터 불꽃으로 소멸될 한 줌 육체의 몰골, 몇 날 안 되어 서야 할 하나님 앞에서 혹이나 성경책 들고 지옥불에 던져질 가라지 인생은 아닌지 -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은 골방에 걸려 있다.

지금 교인들은 골방을 찾아야 한다. 골방은 집안의 끄트머리가 아니다. 우리 삶의 공간은 어디이건 골방일 수 있다. 골방은, 인생들이 벌거숭이로 울음을 터뜨리고 지하 영안실 냉동 창고에 싸늘한 시체로 보관되기 이전에 천만다행으로 얻은, 은혜의 영생에 대한 인식에서 시발된다.

영생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인생들이 가질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크고 소중한 것을 소유함이다. 그래서 영생 얻은 교인들은 무소유의 가치관이 형성되고 비움과 나눔을 실천하며, 빈곤함과 불편한 모든 환경을 긍정으로 이겨낼 수 있게 된다. 육체의 시간은 지극히 짧은 여정이고 영생의 시간은 무한대의 평안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에 대한 소유욕과 자식들에게 물질을 상속하고 싶은 마음이 육신의 안락을 지배하고 있다면, 비신자와 다를 바 없다. 혹시 신앙생활에 익숙해진 착란으로 스스로에게 부여한 자위적 영생은 아닌지 심각하게 의구심을 품어 보아야 한다. 골방에서 말이다.

골방은 삶의 모퉁이, 홀로 걷는 골목길일 수 있다. 홀로 떠난 산야의 벌판이나 수평선을 넘보는 해안일 수 있다. 홀로 영생의 깊음을 사색할 때 골방은 형성된다. 골방은, 진실한 나를 볼 수 있는 무한한 시간이고 공간이다.

성도는 홀로일 때 아름답다. 홀로일 때 비로소 함께 계신 하나님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도는 삶의 시간을 활용하기 전에 먼저 골방을 찾아야 한다.

진정한 회개, 흩어짐의 결단, 개척교회를 돕는 사역, 영생 얻은 기쁨과 은혜에 다가갈 수 있는 감사의 회복까지, 모두 골방에서 홀로 영혼의 귀를 열 때 들을 수 있는 음성이다. 목회자들의 타락, 성도의 방황은 모두 골방을 잃어버린 참혹한 실상이다.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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