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우 목사의 로마 이야기] 노스트라다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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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는 그런 일들이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돌린다고 말했다. 독일 장벽이 무너진 것을 연구한 목사님은 그것이 순전히 책임자의 실수에 의한 사건이라고 했다. 그 거대한 동서독 장벽을 무너뜨린, 책임자의 작은 실수!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건들을 하나님의 섭리로 인정한다. 비신자들은 물론 우연으로 치부하겠지만.

프로방스에 거주하는 정명훈 선생의 둘째 아들 결혼식을 인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예술가들의 로망인 아름다운 그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 둘째는 로마에서 태어났고, 나에게 유아 세례를 받았다.
 
마침 머무는 호텔에서 가까운 생레미(St. Remy)를 방문했다. 호텔에서 차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작은 도시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가게나 커피집들마다 아주 섬세하게 디자인되었고, 여성의 손길이 만들어 놓은 것처럼 앙증맞은 모습으로 이상스레 기분을 삽상하게 한다. 마치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높은 분들이 방문한다고 하여 길을 쓸고 닦아 깨끗하게 단장하던 때를 떠올리게 하였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에 이처럼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은, 방문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위한 세심한 배려로 여기도록 깊은 인상을 준다. 나도 모르게 "다시 한 번 방문해야지"라고 고백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시골의 작은 마을들도 이렇게 차별화하면 외국 관광객들을 많이 끌어 모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고흐가 입원했던 정신병원. ⓒ한평우 목사 제공

▲고흐가 입원했던 정신병원. ⓒ한평우 목사 제공

그 도시에는 20세기의 위대한 화가 고흐가 입원했던 정신병원이 있다. 얼마 전 그의 그림이 1200억이 넘게 경매되었다고 신문에 실렸다. 고흐는 생전에 커피를 마시고 지불할 돈이 없어, 대신 스케치를 몇 장 그려 줄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의 변덕스러움은 그의 그림을 가장 비싼 그림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으니, 지금 지하에 있는 고흐는 무어라고 말할까 싶다. "에잇, 상종 못할 인간들"이라고 분노하지 않을까?

우연히 작은 시내를 기웃거리다가, 중심에 있는 성당 맞은편 벽에 <노스트라다무스길>이라는 간판이 있기에 따라가 보았다. 화살표를 따라 30여 미터 갔더니, 작은 3층 아파트 벽에 중세 때의 점성가요 의사로 유명했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초상과 그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는 바로 이 집에서 1503년 12월 14일에 유대인의 자녀로 태어나 학교를 다녔고, 의학 공부를 한 후에 왕실 주치의가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생가. ⓒ한평우 목사 제공

▲노스트라다무스의 생가. ⓒ한평우 목사 제공

그는 특히 1555년에 세기(Centuries)라는 예언서를 출판했는데, 그 예언들이 들어맞는다고 사람들은 아우성이다. 그의 예언 중에는 1999년에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했다는데, 그것만 살짝 비켜갔다고 한다. 케네디 암살, 심지어는 9.11 뉴욕의 참상 등을 예언했다고 한다.

무지한 현대인들은 그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그에 대한 글이 아주 흔하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마음이 공허하여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러나 전도서는 하나님께서 사람으로 그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다고 했다(전 7:14)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도 불안 속에 사는 현대인들은 미래를 알려고 헛된 노력을 기울인다. 최고로 발달된 문명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말이다. 그래서 노스트라다무스가 남긴 <세기>의 알쏭달쏭한 사행시를 각색하여 적당하게 뜯어 맞춰, 무지한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출판업자들의 상술이기도 하겠지만.

사람들은 할 일이 없으면 엉뚱한 곳에 신경을 쓰게 되는가 보다. 얄팍한 상술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이 사람의 예언이 기막히게 들어맞기에 그런지 모르나, 현대인들은 별스럽지도 않은 일에 지나치게 흥분하고 불린다 싶다. 진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 집 담벼락에 기대어 서서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노스트라다무스는 5백 년 후에 코리아에서 내가 올 것을 내다보았을까? 나는 눈웃음으로 그의 흉상을 올려다 보았다. 16세기 개혁자들이 즐기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챙이 둥그렇게 달린(등산 모자 같은) 모양으로, 당시에는 그런 모자가 유행이었던 것 같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위대한 선배 칼빈도 그런 모자를 쓴 모습으로 그려졌으니 말이다.

그의 사행시에 나에 대한 얘기도 했을까? "해 돋는 곳에서 오는도다. / 그는 영생을 얻은 자요, / 하늘에 속한 자로, / 복된 자로다."
 
"노스트라다무스 선생! 내가 방문할 것을 알고 있었소?" 하고 물었더니, 농담 그만하라는 표정을 짓는 것 같다.

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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