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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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활짝 피어 대한민국 산야에 향기가 그득하다. 지치고 힘든 환경 속에 인고의 시간을 헤쳐 나가는 서민들에게도 봄꽃의 개화는 꿈과 소망을 잃지 않게 하는 희망으로 다가온다.

가정의 달이다. 부모와 스승의 은혜를 돌아보고, 꿈나무들에게 정직하고 건강한 미래를 남겨야 할 과제 앞에 진중해지는 5월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사회가 건강해야 국가가 건실하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사회 기득권층이라는 사람들의 가정이 불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 자식 하나 잘되면 그만이다 싶은 이기주의가, 로스쿨 입학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녀들이 로스쿨 입학을 위해 작성한 자기소개서에 나타난 권력의 실체보다 더욱 상실감을 안겨 주는 것은, 부정 입학 여부를 조사하고 난 후 면죄부를 제공하고 있는 교육부의 처사다.

건강하지 못한 국가는 부정을 알면서도 면죄부를 주는, 제2의 범법행위가 만연된 사회를 일컫는다.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제공하고 검은 대가를 착복하는 숨은 권력형 범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현실은, 대한민국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도박 혐의로 구속된 범죄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착복한 검은 권력과, 불공정한 로스쿨 입학 제도를 악용한 권력자들은 물론, 이들에게 미온적인 태도로 면죄부를 제공하고 있는 교육부의 단호하지 못한 조사 발표는, 대한민국의 정직하지 못한 어두운 이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더욱 가슴 아픈 현실은, 사회 정의를 수호해야 할 기독교계의 타락이다. 물질과 무리들의 함성에 정의가 묻혀 버린 작금의 기독교 현실은, 마틴 루터가 하나님의 능력에 힘입어 종교개혁을 제창할 당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당시 성직자들은 죄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어두운 물질을 받았다. 물질의 노예가 되어 육신의 안락을 위해 성스러운 정의를 포기했다.

지금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타락을 방관하고 있는 소속 단체들의 비굴한 모습은, 면죄부를 제공하고 있는 묵시적 악행의 야합이다. 하나님의 헌금을 사유재산처럼 횡령하고 교회당을 제 자식에게 상속하고 있는 기독교계의 현실은, 이단들에게까지 손가락질을 당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기독교계의 노회·총회·연합회와 많은 단체들이 대교회의 물질 공세로 안정된 고정 급여를 받으며 썩은 물처럼 고여 있다. 이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타락한 목회자가 제공하는 물질이 끊길까 두렵기만 하다. 면죄부를 주고서라도 고정적인 물질만 제공받으면 그만이다. 단체 유지라는 명분으로 제공되는 돈만 몇 푼 챙기면 그만이다.

죄가 관영(貫盈·이르지 않은 곳이 없음)한 세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공정하지 못한 법 집행이다. 건강한 국가는 공정한 공권력과 법의 정의로운 집행에 근거한다.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면죄부는 국민들의 마음을 암울하게 한다.

국민들은 정의를 원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공평한 공권력의 집행에 있다. 많은 영화들이 정의를 실현하는 강직한 주인공들을 등장시킨다. 자신의 안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는 주인공들에게,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대한민국은 기득권층들이 먼저 이기적인 사고에서 깨어나야 한다. 자녀들과 가정의 안녕을 포기하고 국가 독립을 선택한, 안중근 의사와 같은 수많은 선인들이 의혈로 찾은 국권이다.

누구에게라도 면죄부를 주면 부도덕하고 저급한 국가로 추락하게 된다. 기득권층, 권력층, 부요한 자들이 먼저 정의를 가르치고 공감하는 가정교육을 가치관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정의를 가르치는 가정은 곧 정의로운 사회와 국가의 백년대계를 보장하는 초석이다.

권력의 기득권을 부끄럽게 여기고 불의에 항거하는 용기와 정의를 자랑으로 여기는 가치관은, 가정에서 배양된다. 정의의 씨앗을 뿌리는, 의미 있는 가정의 달이 되기를 바란다.

/하민국 목사(인천 검암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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