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통계에서 사라진 600만 명의 북한 동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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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의 북한통신] 홀로코스트보다 더한 북한의 현실

▲김창범 목사.

▲김창범 목사.

북한에 관한 통계는 대개 신빙성이 없다. 어떤 통계든 객관적 근거로 발표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이 발표하는 어떤 수치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통계인 인구가 대표적 예다. 북한 인구는 말하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많게는 2,400만 설이 있는가 하면 적게는 1,800만 설이 있다. 근년에 들어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구를 공표한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북한은 통계를 선전에 멋대로 이용한다.

북한이 인구를 통계학적으로 언급하기를 싫어하는 까닭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는 치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대량 아사가 발생했고, 이로 말미암아 300만여 명의 실제 인구 감소가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인구 감소 문제는 대개 신생아 증가가 둔화되면서 나타난다는 전통적 요인을 말하지만, 북한의 인구 감소는 다르다.

북한의 인구는 대량 아사 외에도 정치적·종교적·사상적 이유의 숙청과 처형이 수없이 반복됨으로써 감소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비극적 요인이 관련되었다는 말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북한에서는 대략 2백만 또는 3백만 명이 처형되었을 것으로 본다. 이런 요인들이 작용하여, 북한 인구는 사실상 1,800만 선으로 급속히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더 중요한 인구 감소 원인은 탈북에 있다. 남한에 들어 온 탈북자들은 그 숫자가 정확하다. 정부는 한국에 들어 온 탈북자가 2015년 현재 2만 8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공표했다. 그러나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숫자는 정확하지 않다. 현장에서 탈북자들을 구출해 온 선교사들의 견해에 따르면, 탈북 인구는 남한에 들어온 인구의 9배 또는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적어도 30만 명이 탈북했지만, 27만 명 이상이 북송되었거나 외지로 도망하거나 또는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과 몽골, 러시아 등의 지역에 숨어 들어간 탈북자들이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설이 있다. 이 가운데는 인신매매된 북한 여성들 30여만 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 통계대로라면 지난 10여 년 사이 북한 인구는 무려 6백만 명이나 줄어든 셈이다.

가히 충격적이다. 물론 이러한 숫자들은 객관성이 없어 거의 유언비어 수준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사라진 사람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는 이들 통계에서 북한 동포에 대한 인류사적 비극성을 간파해야 한다. 한 생명도 소중한데, 이 많은 생명들이 국가도 모르는 사이에, 가까이 있는 내 이웃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정말 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 말이다.

한 방울의 물보다도 못한 가치로 땅바닥으로 새어 버린 생명들을 통계로도 건져내지 못하다니, 가슴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이름도 없이 흔적도 없이 내 형제 동포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통계가 있다. 불쌍한 북한 동포들을 구출하고 도와 주려다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는 어떤 통계로도 잡히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조선족으로 알려져 있고, 이 가운데는 북한 동포도 있고 선교사나 북한 경비대도 있다.

몇 년 전 행방불명된 한 조선족 선교사에 따르면, 북한 동포를 구하려다 북한에 납치돼 북송된 조선족이 모두 200명을 넘어선다고 했다. 이것은 그가 한 북한 보위부 요원에게서 확인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헌신과 희생이 3만 명에 가까운 탈북자들을 살려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제 우리는 인구 통계에서 사라지거나 탈북자들을 돕다가 사라진 우리 동포들에 대해 애통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적어도 그 생명과 그 희생을 기리는 추모비 하나쯤은 북중 경계, 즉 압록강변이나 두만강변 어딘가에 세워 길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 비통하고 억울한 생명들이므로, 하나님께서 그들을 품어 주시길 기도해야 할 것이다.  

/김창범 목사(더미션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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