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우 목사의 로마 이야기] 티베리우스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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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한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의 전 삶을 대신합니다. 흔히 역사가들은 한참 후에 그 사람의 삶의 이면을 시시콜콜 따지며 평가를 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역사가들이 볼 수 없는 부분을 하나님께서 간과하지 않으신다는 점입니다. 간단한 이름 뒤에 숨어 있는 한 사람의 삶의 편린은, 차곡차곡 진실이라는 창고에 저장되어 햇빛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경은 디베료 황제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역사적으로 티베리우스(Tiberius, BC 14-AD 37) 황제입니다. 그는 예수님과 동시대를 살았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4년을 더 살다가 79세로 세상을 떠난 장수한 황제입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가장 장수한 왕인 영조가 83세까지 살았는데, 그에 버금갑니다. 장수한다는 것은 모든 통치자들에게 가장 큰 로망이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영국의 헨리 8세는 그의 햄프턴궁 입구 오른편에 티베리우스의 형상을 조각하게 했습니다.

그는 구약의 수많은 선지자들이 예언하였고 온 천지가 주목하고 기다렸던,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실 때, 그 땅을 다스리던 황제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세상 사람들의 죄를 한 몸에 담당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시던 순간에도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황제였습니다.

아마도 그는 팔레스틴의 총독을 통하여 많은 보고를 받았을 것입니다. 특히 청년 예수에 관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아무런 느낌도 없이, "그저 웬 이상한 청년이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사람들을 미혹하다가 잔혹한 형을 받고 죽었구나"라고 혀를 차고 지나갔을까요?  오늘날도 이 지구촌에는 수많은 영적 외침들이 있지만, 성경에 나오는 부자처럼(눅 16:19-31) 자신의 영광에만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는 인생들이 많습니다.

티베리우스는 기원전 42년에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티베리우스는 공화정 말기 내전에서,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 BC 63-AD 14)의 대척점에 있었던 안토니우스에게 충성을 바쳤던 클리엔테입니다. 그래서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안토니우스가 악티움 해전에서 패하자, 정처 없이 도망자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당시 젖먹이였던 티베리우스를 데리고 시칠리로 피했다가 거기서도 불안하여 그리스까지 도망을 갔는데,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대사면령이 선포됨으로 3년 만에 로마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황제의 별장이 있는 스페를롱가 마을. ⓒ한평우 목

▲황제의 별장이 있는 스페를롱가 마을. ⓒ한평우 목

그런데 티베리우스의 어머니 리비아(livia)는 대단한 미인이었습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미남으로, 얼굴이 희고 눈이 한없이 명징했다고 합니다. 고로 그를 바라보는 여인들은 그의 신비함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리비아는 첫째를 출산하고 둘째를 임신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우구스투스는 그녀에게 미혹되고 말았습니다.

황제는 직권으로 티베리우스의 아버지에게 아내와 이혼하도록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그 바람에 할 수 없이 그들은 헤어져야 했습니다. 황제는 임신 중이던 아내를 버리고, 티베리우스의 어머니인 리비아와 결혼했습니다. 이런 비윤리적 전통이 2천 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총리를 세 번씩이나 역임한 베를루스코니(Berlusconi)는, 아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젊은 여인들과 음탕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비록 후에 이혼은 했지만, 70이 넘은 사람이 지금도 고대 로마인 줄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아내와 행복하게 살던, 리비아의 남편 티베리우스는 얼마나 피눈물을 흘려야 했을까요? 하루아침에 권력의 힘에 의해 가정이 깨어지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티베리우스는 이혼당한 후, 어느 날 시내에서 우연히 아내를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황제의 부인이 되었으니 화려한 마차를 타고 지나갔겠지요. 그는 사랑했던 부인을 보고는 그 마차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간사한 자가 이 소식까지 황제에게 전해 주는 바람에, 황제는 차후에는 절대로 리비아를 보지 말라고 티베리우스에게 엄명을 내렸다고 합니다. 세상에 힘이 없는 자는 아내도 재산도 빼앗깁니다. 고로 보통 남자는 지극히 아름다운 여인보다는 평범한 여인을 아내로 삼아야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다에 인접한 티베리우스 황제의 별장. ⓒ한평우 목

▲바다에 인접한 티베리우스 황제의 별장. ⓒ한평우 목

아버지와 함께 있던 티베리우스는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에게 보내져,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양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후계자에 대해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황제의 후계자로 우선순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죽는 바람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군 사령관으로 지도력을 보이기도 했던 티베리우스가 아우구스투스의 양아들로 입양되어 황제의 후임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딸 줄리아와 결혼도 하고 말입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말년에는 거의 나폴리만에 있는 카프리(Capri)섬에 들어가 나오지 않아, 티베리우스가 대신 통치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AD 14년에 탁월했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죽자, 티베리우스가 56세의 원숙한 나이로 로마의 2대 황제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탄생하실 때부터 죽으실 때까지 통치하고, 성령의 강림으로 초대교회가 눈부신 부흥을 이루는 과정을 빠짐없이 보고받는, 기독교사에 특별한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서해안 스페를롱가(Sperlonga) 해안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별장을 지었습니다. 그 별장은 바닷물을 끌어들여 고기들을 가두어 두도록 설계되었고, 바닷가의 천연 동굴로 연결되게 만들어졌습니다. 싱싱한 바다 생선을 먹으려는 발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후에 모래가 올라오고 또 싫증이 났던지, 장인이 거주했던 카프리섬으로 이전하였습니다.

그는 재위 중 26년부터 37년(사망)까지 카프리섬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포 어린 고발 정치가 활발하게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오금을 펴지 못하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그는 강한 로마의 초석을 놓았던 현명한 왕으로 역사가들은 기술합니다. 하나님의 평가는 전혀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이름 석 자, 그에 합당한 삶을 위해 우리는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생명책의 이름 석 자 밑에 기록될 나의 진솔한 삶을 위해서 말입니다. 당신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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