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부모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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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저는 아빠가 너무 미워요. 어릴 때부터 툭하면 때리고 야단치고 항상 무섭게 했어요. 지금 제가 이렇게 된 건 다 아빠 때문이에요. 내가 왜 이렇게 사람을 무서워하고 눈치보고 우울하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워요…."

"저는 엄마가 밉고 싫어요. 저랑 동생 앞에서 만날 아빠랑 싸우고 우리 얘긴 들어주지도 않았어요. 엄마의 사랑이 뭔지도 모르겠어요. 항상 짜증스럽게 말하고 짜증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어요. 엄마가 행복한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상담실에서 말하는 아이들은 슬픔에 가득 찬 표정으로 늘 이렇게 말한다. 눈물이 저절로 흐를 정도로 안타깝고 슬프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 부모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상적인 성장 과정으로 보일 텐데, 그와는 반대로 많은 아이들이 불행한 얼굴로 슬픔을 가슴에 채우고 있다.

아이들의 끔찍한 학대 사건이 연일 터져나오는 현실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단 학대가 아니더라도 올바른 양육 태도를 가진 부모를 만나기가 힘든 시대인 것 같다. 아이들이 병드는 것은 대부분 부모의 양육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부모는 권위적인 자세로 자신이 자란 양육 환경과 똑같은 태도로 아이들을 대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하나의 인격체이며 하나님을 닮은 존귀한 존재다. 부모에게 자녀는 어떤 존재인가. 부모의 인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독립할 때까지 자녀를 잠시 맡아 사랑과 존중의 태도로 키워야 한다. 상처 주며 키워서는 안 된다. 그러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책임을 물으실 것이다.

어른들이 자랐던 시대와 비교해서도 안 된다. 어느 시대나 다 다르다. 경제적으로는 훨씬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불과 몇십 년 사이에 정말 잘 살게 되었다. 이런 결과는 그 시대를 살아낸 어른들의 성실한 노력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자녀들에게 그런 생색만 내면서 나약하다고 비난해야 하겠는가.

시대마다 힘든 상황이 다른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고통 속에 있으며, 어른들이 경험하지 못한 극복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거의 대부분의 가정이 가난했고, 비슷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빈부격차가 매우 심해졌고, 상대적 빈곤감은 더 높아졌다.

그러나 경제적 문제는 후차적인 것이다. 정서적으로 결핍이 생기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과 존중으로 찬 사람은 불행해하지 않는다. 우울증과 불안증도 생기지 않는다.

부모인 우리들은 자녀에게 무슨 상처를 주었는지, 무슨 결핍을 주었는지 성찰하고 회개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채워 주어야 한다. 이미 상처와 결핍이 가득해진 자녀들은 부모의 잘못된 양육으로 인해 생긴 상처와 결핍을 치유하고 채워나가야 한다.

부모를 향해 미움과 원망을 계속해서 쏟아붓고 있으면 영원히 성숙해지지 못한다. 물리적 나이를 먹어도 정신적으로는 미성숙한 어린아이로 살게 된다. 아주 나이를 많이 먹으면 상처의 기억은 다 사라져 버리고 불행한 느낌만 남게 된다. 그러면 그 불행감을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전가시킨다.

자녀는 부모를 넘어서야 한다. 부모를 넘어서 '나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부모의 세상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 부모를 넘어서야 비로소 참다운 내가 보인다. 양육과정에서 생긴 상처, 그것 때문에 생긴 미움과 원망의 감정은 치유되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우선 치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부모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부모와 같은 불행감을 가지고, 부모와 같은 모습이 되어, 부모와 같이 화내고 짜증내며, 불건강하게 살고 있다. '분노조절장애'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주위에 불행을 전파하고 있다. 자라는 동안 "나는 절대로 아빠나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맹세해도, 어느 순간 똑같이 살게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부모를 넘어서면 비로소 나도 부모도 보인다. 치유되지 않은 미성숙한 부모가 비로소 이해되고 안쓰럽게 여겨지게 된다. 사랑과 긍휼의 마음도 생기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밉지 않게 되고 원망도 없어진다.

지금 불행하다면, 부모를 끝없이 원망하고 있다면, 아니면 어른이 된 지금도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면, 부모가 죽도록 밉고 싫다면, 형제들이 꼴보기 싫다면 당신은 치유되어야 할 그 무엇인가가 내면에 깊숙이 쌓여 있는 것이다. 그것을 탐색하고 드러내고 치유받고 회복해야 비로소 진정한 나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랑의 본질인 하나님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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