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개혁신학] 가나안 성도는 없다, 영적 난민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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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오디오 신앙’으로 변질되고 있는 ‘영적 난민’ 구하기

▲신동식 목사.

▲신동식 목사.

하루가 멀다 하고 난민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들려 오고 있습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난민들의 실태는 너무나 비참합니다. 지중해를 넘어오다 바다에서 배가 뒤집혀 익사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중동에서는 시리아 난민들의 상황이 너무나 안 좋습니다. 정든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유럽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유럽의 국경에서 입국금지된 상태에서 기아와 질병, 그리고 각종 범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태는 이제 너무나 빈번하여 뉴스도 되지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난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난민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입국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난민 문제 앞에 온 세계는 함께 고민하고 해결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 밖으로 그 길은 힘들어 보입니다.

난민(難民, refugee) 또는 망명자(亡命者)자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박해,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기근, 자연재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한 사람을 말합니다. 결국 난민은 자신이 살았던 집과 고향과 나라를 버리고 다른 나라로 떠돌아다니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더 이상 자신의 고향에 살 수 없어서 떠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항상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죽음의 공포 때문에 피신하였지만, 나라가 안정되면 다시금 돌아가서 삶을 누리고 싶어합니다.

국제 사회가 이 문제를 잘 풀어야 앞으로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난민들의 상당수는 아이와 여자와 노인 등 약자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길이 요원하기만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교회도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난민의 현실을 보면서, 영적인 눈으로 한국교회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자신의 나라와 고향을 떠나 괴로워하며 살고 있는 수많은 신앙의 난민들이 떠오르는 것입니다. 많은 성도가 자신이 다니던 교회를 떠나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이 교회를 떠나 떠도는 이유는 "교회가 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로 인해 상처를 받았는데 마땅히 치유를 받지 못하고, 다시는 교회에게 속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은 영적 난민들입니다. 그들은 교회 밖에서 홀로 신앙생활을 하는 일명 '가나안 성도'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신앙에 위험신호가 켜졌습니다. 교회 밖에서 그들이 접하는 메시지는 대부분 미디어를 통한 것들입니다. 그래서 '비디오·오디오 신앙'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물론 비디오나 오디오를 통한 신앙은 육신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조금의 유익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른 신앙을 위해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은 인격적인 관계를 통하여 자라기 때문입니다. 칭찬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징계와 상급을 함께 받고, 함께 고민하면서 정직한 질문에 정직한 답을 구하는 것이 바로 바른 신앙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없으면 신앙은 반드시 왜곡되게 되어 있습니다. 한편 '나 홀로 신앙'은 이단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입니다. 교회라는 보호막 없는 신앙이 얼마나 위험하겠습니까?

이렇게 배회하고 있는 신앙인들을 보는 것은 참으로 서글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착하지 못한 신앙에 무슨 자존감이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교회를 허락하신 이유 중 하나는 공동체를 통하여 모난 신앙을 깎고 온전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참으로 서글픈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영적인 떠돌이'의 상태를 끝내지 않고는 평화, 즉 샬롬을 누릴 수 없습니다. 차라리 육적인 고통의 자리에 있을지라도 영적인 고향이 있다면 샬롬을 누릴 수 있지만, 육적인 만족의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영적인 떠돌이 상태에 있다면 샬롬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나라는 '샬롬의 나라'입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을 만나서 하신 첫 마디가 '샬롬'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샬롬을 소망할 수 없다면, 우리의 신앙은 헛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떠돌이들이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망대해에서 오직 구원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이 살던 고향에서 더 이상 견딜 수 없기에 뛰쳐 나왔는데, 막상 갈 길이 막혔습니다. 그리고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서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교회가 구원의 방주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교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떠돌고 있는 것입니다. 고향이 있는데 갈 수 없고, 집이 있는데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망과 낙담과 원망과 분노만 남았습니다. 평화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바닥이 났습니다. 샬롬 없이 이 동네 저 동네 헤매고 있습니다. 그러나 TV와 라디오 앞에 섭니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몸부림을 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급합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제 영적인 떠돌이를 멈춰야 합니다. 영적 난민의 상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름시름 앓다가 영적 기갈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샬롬을 누리지 못하면 영적 기근에 허덕이다 절망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스도에게 있어 절망이란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키에르케고르의 말과 같이,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입니다. 다시금 영적 샬롬을 회복해야 합니다. 교회가 할 일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교회는 샬롬의 진원지입니다. 샬롬을 알려 주고 나누어야 합니다. 샬롬의 길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함께 샬롬을 누려야 합니다. 이것은 장차 완성될 샬롬을 연습하는 일입니다.

지금 영적인 고향이 있다면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더욱더 열심히 나의 고향을 복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모든 공동체의 사명이자 역할입니다. 한 사람의 신념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로 부르심을 받은 모든 지체들이 한마음과 한 뜻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과 비전은 바로 진리가 살아 있는 샬롬의 교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신동식(빛과소금교회 담임목사, 문화와설교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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