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우 목사의 로마 이야기] 내 모습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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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며칠 전 중요 일간지 1면 톱에 성공한 사람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아주 예쁘고 전혀 두려울 게 없다는 자신만만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자기 분야에서 험난한 현실과 맞서 싸워 승리를 일궈낸 거인이기에, 태도도 보통 사람과는 달라보였습니다. 그 기사를 본 이 땅의 성공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하고, 또한 그의 성공담을 배우기 위해 애쓸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모든 이가 노력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아주 적다는 사실입니다. 그처럼 성공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을 보면 부러워하고 또는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절망하거나 비관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이 땅의 얼마나 많은 인생들이 평생, 성공에 목을 매고 살아갈까요?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 경쟁은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계속되고, 끝내 이기지 못한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절망하고 자포자기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술 문화가 그토록 인기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성공에 목말라하고 또 집착하지만, 정작 하나님은 성공에 대하여 어떻게 여기실까요? 이 점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장말 중요한데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공생애를 사시는 동안 한 번도 성공한 사람을 칭찬하신 일이 없습니다. 세리장 삭개오는 그 시대 소위 성공한 인생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국세청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를 만난 주님께서 '너는 참으로 대단하구나, 그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애썼구나, 참 장하다' 라는 식의 격려를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노예의 자리에서 총독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사람 빌라도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도 예외 없이 세상적 가치관에 함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직 성공을 위해 자녀들을 명문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주일임에도 불구하고 교회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결과 고등부나 대학부는 텅텅 비어버리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유럽 코스타(KOSTA-유럽유학생수련회)는 참석하는 청년들로 넘쳐나 장소를 찾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일시에 1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저렴한 장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 모이는 수가 겨우 300여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5년 이내 모임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하늘의 가치관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으로는 하늘의 가치관을 붙잡는다고 하나 현실은 세상의 가치관을 좇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신앙은 삶에서 후순위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 시대 성도들이 신앙 보다는 이 땅에서 성공을 더 간절하게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회자들까지도 만나면 첫 인사가 '성도가 얼마나 됩니까? 헌금은 얼마나 됩니까?'가 화두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내놓을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한 사람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성공했다고 여기는 사람은 승리의식에 도취하고 말입니다. 이런 단순 비교의식 때문에 사람들을 자포자기하고 더 나아가 자살로 삶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단순 비교는 이 세상 신이 가져다 준 잘못된 사상입니다. 우리를 세상에 보내신 하나님께는 우리가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기쁨이요, 아름다움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시는 것은 어떤 됨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아름답다고 하십니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작은 교회.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작은 교회.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부자는 그 부요한 대로 하나님을 의식하는 삶이 아름다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많은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성공하고 높아질 때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칭찬하듯이 하나님도 그러실 거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내 모습 그대로의 나"를 기뻐하십니다.

지난주에 밀라노에 살고 있는 큰 아들이 손녀와 함께 출장차 로마를 방문했습니다. 며칠 동안 함께 지냈는데, 유난스레 더웠지만 우리 부부에겐 큰 기쁨의 날들이었습니다. 그것은 4개월 된 손녀딸의 사랑스런 몸 짓 때문입니다.

손녀딸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받기 위해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어려서 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그냥 웃다가 울다가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양발과 팔을 움직였고, 가끔 환하게 웃는 행동이 그가 할 수 있는 몸짓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체가 귀엽고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우리 역시 하나님 앞에서 그럴 것입니다.

누가 열심히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나님께서 감동하실 까요? 또는 밤잠을 자지 않고 사업에 몰두하여 수조 원을 모았다고 하나님께서 놀라실까요? 인기가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고 하나님께서 놀라실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노력을 부정하고 지식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만 최고로 여기는 세상의 가치관을 우리는 뛰어 넘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손녀딸처럼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는 그 자체가 하나님의 즐거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로 힘들다고 딴 생각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주님은 십자가를 짊어지실 때 우리보다 더 힘드셨습니다. 그 혹독한 고난의 과정을 한 걸음, 한 걸음 골고다 언덕을 향해 오르시는 순종의 모습이 하나님을 감동케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열심을 다했는데도 성공하지 못해도, 가난해도, 나사로처럼 온몸에 병이 들어 스스로 가눌 수 없는 정황에서도 실망하지 마십시오. 그 자리에서 오직 주님만 바라보고 견디십시오.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마십시오. 그 상황을 하나님은 고즈넉하게 바라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스러워 못 견디시겠다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하나님의 판단을 보십시다. 이 땅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었던 부자가 있고, 그에 비해 차라리 태어나지 않음만 못했던 나사로가 있습니다. 부자는 왕이 즐겨 입는 자주 옷을 입었고, 매일 매일 호화로운 잔치로 날을 새웠습니다. 그러나 나사로는 일상생활이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로 허기긴 배를 채워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사로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얼마나 큰 고통에 시달려야 했을까요?

아마 이런 모습을 본 수 많은 사람들은 혀를 차면서 나사로를 측은하게 여겼을 것입니다. 불쌍하구나, 저러려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데, 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나사로는 그 이름의 의미처럼 하나님만을 소망 삼고 지난한 세월을 견디어 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부자도 죽고, 가난하고 병든 나사로도 죽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나사로는 곧바로 아브라함의 품으로 들어갔고, 부자는 음부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진정한 성공자일까요? 이런 일들이 우리의 지구촌에는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오래 전 파리의 모임에 참석하고 머무는 호텔이 같아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한국의 재벌과 택시에 동승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내가 목사임을 알고는 자신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실은 자신의 어머님이 교회의 권사님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신은 사업에 바빠서 교회를 다니지 못한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물질 때문에 신앙을 팔아먹은 사람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가 제대로 살려면 물질을 모두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말씀을 순종해야겠지만, 그런 일은 천지가 개벽된 다해도 일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당신은 현재 어떤 상황에 계십니까? 그 자리에서 하나님을 소망하고 바르고 정직한 삶을 위해 투쟁하십시오. 어떤 상황에 처했다 해도 자살하는 사람들이 애용한다는 마포 다리는 꿈에도 생각하지 마십시오, 고난을 견디고 이겨내십시오. 내 모습 이대로 살아가십시오. 그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잘 사는 삶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시는지요?

/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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