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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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동화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우스운 이야기일 수 있다. 학업, 직장, 육아에 매여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선조들의 여름나기를 들여다 보면, 느린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쉽게 예지할 수 있다.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빠름으로 주어진 환경을 소화해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헐렁헐렁한 고무신을 신고 느린 부채질로 여름나기를 하는 선조들의 모습은 낯설기만 풍경이다.

휴가철이다. 일상을 떠나 쉼 없이 달려온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지로 떠나고 있다. 다양한 레포츠들이 역동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휴가 문화의 다변화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제공한다.

그러나 휴가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역동적인 휴가를 보내는 것도 가족끼리의 친화 등으로 의미가 있겠지만, 휴가 뒤 우리들에게 보람으로 남을 수 있는 의미는 고요함 속에서 얻어야 하는, 참된 자아와의 만남이다.

인생들의 삶은 대부분 의식주와 인간관계로 함축될 수 있는 범주에 예속돼 있다. 휴가 또한 사람 사는 이야기다. 의식주를 위한 노력의 대가와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기 위한 성실한 인간관계는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자화상이다.

그러나 믿음의 성도들은 의식주에 제한될 수 없는 영역에서 우리들을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는 분과의 특별한 관계를 돌아보는 휴가를 실천해야 한다. 성실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에 앞서 특별한 분과의 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은 참된 인생을 영위할 수 있는 시발점이다.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은 자칫 인생들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한시적 시간이 삶의 전부인 양 끌어안는 영적인 무지를 수용케 한다. 영혼의 무지는 소멸될 것을 소유하게 하고, 간직할 수 없는 것을 간직하려는 욕망으로 이어진다. 영혼의 무지는 결국 망극이다.

인생들에게 삶은 소중한 일생의 시간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에서 삶의 시간은 흘러간다. 성도들은 알고 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주신 영생의 생명들은, 삶의 시간이 영원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인생은 결코 생로병사 속에서 일백 년 남짓 소멸되는 시간이 전부가 아니다. 신생아 분만실에서 지하 영안실까지의 시간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한 번 죽는 것은 정하신 일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라 ... 아들이 있는 자에게는 생명이 있고 아들이 없는 자에게는 생명이 없느니라"

인생의 소멸은 곧 하나님의 심판과 더불어 영혼의 삶의 시작이다. 심판의 기준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예수 그리스도이다. 인생의 끝은 영생이냐 영멸이냐가 결정되는, 찬란한 영화이거나 참혹한 형벌이다. 성도들이 하나님과의 소통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이 길어진 환경은 인생들을 지치게 한다. 휴식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 휴가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 보자. 정적인 것이 동적인 것을 능가하고, 느긋한 마음이 서두름을 지배하는 영혼의 울림에 귀 기울여 보자.

예수 그리스도와의 동행의 시간은 성도들에게 소중한 영생의 기쁨을 돌아보게 함으로 새 힘을 공급해 줄 것이다. 고요함 속에서 인생의 참된 소망을 제시하시는 그리스도 예수의 음성을 듣는다면, 그곳이 어디이든지 성도들만이 알고 있는 최상의 피서지이다.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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