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 때는 타는 목마름으로 돈을 구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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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우 목사의 로마 이야기] 물질과 신앙의 조화

▲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어릴 때,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 가난했던 시절, 성도들이 50여 명 정도 모이던 한 작은 시골 교회에 출석했습니다. 그런데도 성도들 간에 사랑이 얼마나 많고 뜨거웠는지 모릅니다.

서로가 헤어지기 싫어 예배가 끝났는데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교회 마당을 서성거리곤 했습니다. 구역예배 후에는 기껏 감자나 고구마를 나누어 먹으면서도, 마냥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나' 라고 여길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현대 교회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으로 치장되고 물질은 풍성해졌으며, 성도의 수는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목사님은 주일에 교회 올 때 자동차를 타고 오지 말라는 광고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교회는 이런 축복을 받았는데, 놀라운 것은 성도 간의 사랑과 애틋함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목회자를 존경하고, 성도 간의 지순한 사랑은 하나의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교회는 예전에 비해 놀랍게 부흥을 이루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교회가 풍성해지면 사랑이 증진되고 성도 간에 더욱 친밀해져야 할 텐데 말입니다.

가난할 때는 기도의 제목이 물질의 축복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분명 응답을 통해 넘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독일의 막스 베버(Max Weber1864-1920)는 그의 책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개신교회가 현대 자본주의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습니다. 종교개혁 전에는 거룩한 삶을 도모하는 길은 성직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거룩을 도모하기 위해 수도사의 길을 갔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깊이 연구했던 개혁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칼뱅은 잠언 22장 29절, '네가 자기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보았느냐 이러한 사람은 왕 앞에 설 것이요 천한 자 앞에 서지 아니하리라'는 말씀을 아주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고로 정직하고 합법적인 방법을 통한 부의 창출을 선으로 여겼습니다.

고로 돈은 악하다는 이제까지의 등식을 철저하게 부수어 버리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혁명적인 발상이었습니다. 또한 종교개혁자들은 부지런하고 검소한 삶을 권장했고, 대신 방탕과 게으름 등을 악한 것으로 경계하였습니다.

이런 사상이 모든 기능인, 상업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면서 놀라운 자본주의가 형성되었다고 베버는 보았습니다. 그리고 직업의 귀천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 직업이 세상에서 알아주지 않는 하찮은 것이라 해도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사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나에게 주신 재능을 근면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용하겠다는 굳는 결심을 가지고 일한다면 그것이 바로 성직이라고 칼뱅은 가르쳤습니다.

이런 가르침을 통해 자본은 상상할 수 없는 발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위그노들은 칼뱅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로, 대부분 기술 노동자, 장인, 그리고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검소한 삶을 지향했습니다. 이들로 인한 사상의 전염은 구라파를 자본주의의 총아가 되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자본의 축적과 신앙은 역사적으로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 까요? 이 부분을 연구한 막스 베버는 수도원 운동을 그 예로 들고 있습니다.

▲유럽 한 수도원 교회당.

▲유럽 한 수도원 교회당.

서방 수도원 운동의 효시가 된 베네딕트(480-560)는 5세기 말 로마의 근처 수비아코(Subiaco)의 동굴로 진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는 거기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생겼고, 그들과 더불어 12개의 수도원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시가가 일어나자, 529년에 로마에서 나폴리 중간의 몬테 카지노(Monte casino)로 옮겨갔습니다.  

베네딕트는 거기서 수도원의 규범을 세웠고 그 규범은 서방 수도원의 효시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절대 복종, 침묵, 정주(한 수도원에서 죽을 때까지 옮기지 않는 것), 겸손, 기도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표어가 "기도하고 노동하고 독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들은 하루 일과가 기도하고 노동하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수도원은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의 수가 많아지니 노동량도 많아지고, 거기에 따른 농산물의 축적으로 재물은 날로 증대되었습니다. 거기다 수도원에 재산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재물이 많아지니 거룩을 도모하는 수도원은 자신도 모르게 타락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물론 수도원을 창설한 베네딕트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규범이 지켜졌으나, 시간이 갈수록 정신은 해이하여졌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클리니 수도원은 베네딕트의 수도원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10-11세기 개혁의 기치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자본의 편리함과 향기로운 맛이 수도사들의 뼛속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수도원은 이미 대지주가 되었고, 수도승들은 더 이상 경작을 위해 노동하며 금욕적이고 청빈한 삶을 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즉 막대한 토지에서 나오는 수입만으로도 얼마든지 풍요롭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친히 밭에 나가 농사를 짓기보다, 일꾼을 사서 부리면 되었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금고에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쓸까가 저들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경험했지만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물만 마시면서 드렸던 기도와, 맛있고 풍성한 음식을 맘껏 먹으면서 드리는 기도는 기도의 영적 질료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많은 풍요를 지니고 있으면서 검소한 삶을 지향하려면, 차원 높은 자기 절제와 수준 높은 수도가 요구되는 일입니다. 중동의 부유한 여인들은 검은 차도로 속에 비싼 명품 옷을 입는다고 하는데, 수도원이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저들은 그 많은 재물로 온통 교회당을 금으로 누렇게 덧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예복(모자, 겉옷, 신발, 성찬기구 등등)을 찬란한 보석과 값비싼 비단으로 대체했습니다. 하나님을 위해서라고 변명하면서 말입니다.

벽과 천장을 온통 금으로 입혀 결코 변색되지 않도록 도모했습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시니 그에 관한 것은 최고의 보석으로 꾸며야 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신다면, 아니 수도원을 창시한 수도사가 본다면 필경 책망할텐데, 물질이 풍성하니 판단도 흐려지고 말았습니다. 성전을 화려하게 만드는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신다고 여겼습니다. 수도원을 창설한 분의 뜻이라고 치부했습니다.

성 프랜시스의 전기에 의하면, 프랜시스가 살아있을 때 제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자, 프랜시스의 가르침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수도원 운동이 진행됨을 보고 그가 운동을 후회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참 아이러니 한 일입니다.

가난할 때는 타는 목마름으로 돈을 구했는데, 응답으로 물질이 풍성하게 되자 돈의 노예가 되어 버렸습니다. 거기서 헤어나오고 싶지만 돈의 달콤함을 맛보았기 때문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을 구라파 교회가 겪었고, 지금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실상이 아닌가 합니다.

'돈맛'을 거절하지 못함으로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신앙생활이 형식적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간절했던 기도는 수십 년 전에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한 웨슬리는 처음 받은 월급을 평생 유지하였다고 합니다. 월급이 올라갈수록 그만큼 떼어 구제나 선교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평생 성령충만한 전도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 그런 길을 가기에는 누리는 부분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천국을 위해 편리한 그 많은 부분을 포기하기란 죽기보다 힘든 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시대 영적 회복을 위해 어떤 해결방안이 있을 까요?

로마 곳곳에는 기원 전 세워진 다이애나 신전들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그 신은 인간에게 풍요를 가져다 주는 여신입니다. 그 신의 형상은 유방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성도는 무릇 풍요의 신의 포로에서 헤어 나와야 합니다.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교회사적으로 볼 때 성공하기 힘든 일입니다.

베버는 자본주의 성공의 예를 '미국'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지금 미국은 영적으로 많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청교도적 이상을 구현하는 국가를 꿈꾸었던 지도자들이 사라지고 풍성한 물질이 지배하자, 성경과는 동떨어진 인본주의적 발상과 철학이 저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합법화,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당연한 인사 금지 등, 건국의 선배들이 보면 경악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전혀 부끄러움 없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나그네 여정입니다. 잠깐 머물다 주님께로 돌아가야 하는 숙명적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성도가 영원한 곳을 도모해야 함은 지극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 풍요의 신으로 인해 눈이 가려지고 사상이 혼미한 중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까요? 우리에게 대형교회를 이루게 하시고 리더가 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은사입니다.

유명한 음악가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줄리아드 음악학교를 입학하면 미국인들도 잔치를 벌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줄리아드를 졸업한 사람들 가운데 만 명 내지, 십만 명 중에 한 명 꼴로 스타가 탄생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스타는 어떤 사람인가? 그것은 하나님께로부터 특별한 은사를 받아야 된다고 합니다. 물론 공부나 연습은 기본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리더 교회도 하나님께로부터 은사를 받은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섬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형교회를 이루었다는 것은 그 교회로 인해 문을 닫아야 하는 수많은 작은 교회들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고로 주변에 있는 작은 개척교회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교단과 상관 없이 말입니다. 그런 일은 지역 사회에 아름다운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성공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교만한 느부갓네살 왕을 심판하시려 꿈을 통해 보여주셨습니다. 그 꿈을 해석한 다니엘은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도록 권고했는데, 그것은 공의를 행하고 가난한 자들을 긍휼히 여기라고(단 4;27) 했습니다.

이 일은 현대 교회가 겸손하게 시행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물질과 신앙, 이 문제는 교회나 개인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당신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평우 목사(로마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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