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자기애와 자기혐오의 함정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얼마전 화가로 활동 중이신 지인의 그림 전시회에 갔다가 따뜻한 감동이 흐르는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십대의 한 소녀가 엄마와 함께 그림을 보러 왔다가 어떤 그림 앞에 멈추었다. 그러더니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옆에서 엄마가 안아주었더니 조금 더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것이었다.

그림의 제목은 "괜찮아..."였다.

그림 속의 이미지와 제목이 마음을 두드렸을 것이다. 입시 준비에 치여 힘들었을 것이고, 또다른 그 무엇에 힘든 시간을 보냈을 이 소녀에게 치유의 메시지는 "괜찮아...!"였다.

괜찮다, 괜찮아, 라고 말하는 그림의 위로가 그 소녀에게는 치유로 흘렀을 것이다. 그 눈물은 그 소녀의 자기혐오를 하게 만들었던 상처를 치유하는 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림 한 점을 보면서 울 수 있는 감성이 그 소녀의 시간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분주해서 흘리지 못했던 내 안의 눈물도 덜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도 자신이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고 항상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나르시시즘이다. 다시말해 자기애적 성격장애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성격장애는 사랑의 결핍이나 부재에서 온다. 너무 사랑받지 못해서 그 결핍의 고통을 잊으려고 오히려 자기 자신을 이상화하고 비현실적으로 부풀려서 완벽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병이 자기애적 성격장애이다. 이런 사람은 주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숭배하길 바라게 되고 안하무인이 된다.

반면에 자신이 너무 못났다고 자책하며 자기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 병적인 자기애나 자기혐오는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혀 다르지만 아주 가깝게 붙어있다. 둘다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괴롭힌다. 완전히 구별이 되어 한 가지에 치우치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혐오의 감정 이면에 자기애가 함께 얽혀 있는 사람도 있다.

자기혐오감으로 항상 자신을 비난하고 못마땅해하고 수치스러워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 그를 향해 무서운 분노감이 생기는 경우를 보게 된다.

자기자신을 혐오하고 싫어한다면 타인이 자신을 무시해도 받아들여야 할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복잡한 자기애적 감정이 타인의 비난에 큰 상처를 받아 분노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병적 자기애는 비정상적인 낮은 자존감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독버섯처럼 마음 깊은 곳에 번져가게 되는데 더 커지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비합리적 생각으로 커져가게 된다.

비현실적이며 비상식적인 자기애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고통을 받게 하는지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이 무서운 나르시시즘은 타인을 짓밟고 이용하고 고통을 주어도 자신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공주병 왕자병이라고도 하는 질병이다. 자신 외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혐오는 자기애보다 더 무섭다. 타인이 조금이라도 자신을 무시하면 안 되지만 자기 자신을 죽도록 질책하고 미워하고 혐오한다. 어디 한 군데도 사랑할만한 구석이 없는 자신을 보면서 절망하고 또 절망한다. 그 절망은 분노로 이어지게 되는데 그 분노는 계속해서 자살을 꿈꾸게 만든다.

어쩌면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자기혐오감에 쌓여 몸부림치다 차마 죽지 못한 사람들이 병증이 악화되어 생기는 증상인지도 모르겠다.

건강한 마음의 상태는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진 자기애가 아닌 정확하게 자기자신을 알고 인정하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어도 괞찮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자기를 혐오하는 것은 겸손의 태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자신을 혐오하는데 타인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는 없다. 자신을 지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줄 때 타인을 향해서도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이가 많이 든 사람들 중에 의외로 병적 자기애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음을 본다. 오랜 세월 힘겨운 삶을 살아오느라 병적 상태가 된 줄도 모르고 자기애가 점점 더 강화되었을 것이다. 자신만이 옳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온 몸에 배어 있다. 아집과 편견과 고집불통의 심리상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는 결코 알지 못하며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림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그 소녀는 어쩌면 자신을 못나게 생각하고 힘들어하는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그림 속 정경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힐링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보다 좀 못하다고 느껴지더라도 괜찮다. 그렇게 비교하는 기준조차도 온전한 것이 아니며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다. 부족하고 못난 자신의 한 부분을 받아들여야 자신의 좋은 면도 비로소 보인다. 너무 혐오하고 싫어하다가 비현실적인 자기애가 생겨서 우쭐거리게 되는 것도 더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족해도, 완벽하지 않아도, 못난 부분이 아직 많더라도 괜찮다. 그런 내가 나 자신을 좋아해 주어야 한다. 나의 좋은 면과 부족한 면을 다 수용하고 통합해야 성장한다. 이 나라가 이토록 어지러운 것도 성장이 멈추어져 버리고 이기적이고 욕심에 가득찬 미성숙한 자기애가 판을 치기 때문일 것이다.

부풀려서 보지말고 정확하게 보고 자신의 슬픔을 슬퍼해주고 가엾은 부분을 가엾어 해주고 예쁜 부분은 예뻐해주자. 병적인 상태에서 타인과 비교하면 언제나 자신은 죽어야할 비참한 존재가 된다. 그러면 안 된다.

나는 나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하나의 존귀한 존재다. 내 생김새가 어떠하던, 내 부모가 누구던, 내 환경이 어떠하던 간에 나는 나로서 존재하며 존중해 주어야 한다. 존중해주는 첫번째 사람이 자기자신이어야 한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왜 나같은 걸 세상에 보내셨나요? 왜 이렇게 고통을 주시나요?"라는 물음 대신에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힘을 주세요"라고 기도하자. 비현실적이고 모호한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찾기 어렵다해도 실존하는 내가 신의 은총 속에 이 땅에 보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자신을 혐오하고 죽이려고만 하지말고 '나답게' '그냥' 살아보자. 위대하지 않아도, 크나 큰 의미를 찾지 못한다해도 그냥 살아보는 것이다. 살다보면 왜 사는지 목적은 저절로 알게 된다. 조급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나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자신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자. 그래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자. 그리고 자기애와 자기혐오의 함정에서 빠져나와 자유로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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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있는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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