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나 조직이 형성되는 사회나 국가에는 반드시 주도적 세력이 존재한다. 선한 목적을 실천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일지라도, 주도적 세력이 조직의 가치를 부정적으로 이용하면 사회악을 지휘하는 '범법의 기득권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모순으로 최악의 결과를 야기 시킨 결과가 공산주의 이론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이익을 평등하게 분배한다는 공산주의 이론은, 모든 것을 공정하게 나누어야 하는 주도 세력을 필요로 하고, 주도 세력은 결국 본질을 망각하고 기득권층이 되어 권위와 축척을 제멋대로 행사하는 권력자가 되는 모순이 공산주의라는 기형적 사상의 검은 덫이다.
아무리 선한 목적을 실천하는 조직일지라도 주도 세력이 희생과 헌신이라는 명분을 망각할 경우, 오히려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범죄자로 전락하는 경우는 민주 국가에서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들여다보아도, 국가 전반을 흔들어 놓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 독재 집권이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정축재,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조장과 친·인척 비리,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 이래 최악의 국정농단까지...,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집권 후 대부분 범죄자가 되었다.
심지어 고아들을 돕는 고아원이나 노인들을 보호하는 요양원 같은 공공의 선한 집단마저도, 운영 주체들이 탐심을 갖는다면 추악한 사회악이 나타나게 된다.
종교 지도자들의 타락과 이단들의 출현 등은 모두 주도 세력들이 선한 목적을 망각함으로써 저지르는, 죄의 내면적 속성과의 유착 때문이다.
이러한 죄와의 유착은, 과도기 대한민국을 이끈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세력의 장기적 유착으로 기형적인 대기업을 출현시켰다.
비단, 드러난 실체적 유착만이 부정의 전부가 아니다. 이미 문어발식으로 확장된 대기업들이 중소 시장을 점유하는 행위와 이를 좌시하고 있는 정치적 방관까지, 모두 묵시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간접적인 정경유착의 고리이다.
순환출자라는 명분으로 거대 기업 총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의 관계는, 정경 유착이 아니라 죄의 공범 관계이다. 관행이라는 범주를 묵시적으로 설정해 놓고, 공동의 죄를 덮어둔 채 무언의 해바라기를 함께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돈 몇 푼 대출받기 위해 은행을 문턱이 닿도록 드나들어도 자금을 지원받기가 참 어렵다. 어렵사리 사업을 꾸려나가다 도산하게 되면 하루 아침에 거지꼴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도산에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제도랍시고 법정관리라는 명목의 '도피성'을 제공함으로써, 재활의 샛길을 열어준다. 기업은 파산해도 기업의 수장들은 이미 평생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살아갈 재물들을 다 빼돌린 뒤이다.
개인의 파산, 중소기업의 파산, 대기업의 파산이 다를 수 없다. 아무리 커다란 기업이라 해도, 방만한 경영이나 문어발식의 기업 확장 등으로 도산할 수 있다. 대기업의 도산에 정부가 개입해 구제하려는 시도 또한 정경 유착이다.
기업 스스로 자구책이 없다면, 아무리 거대한 대기업일지라도 개인 기업이나 중소기업의 도산과 똑같은 맥락으로 간주돼야 한다. 철저한 시장경제 원리가 지켜지지 않으면 이미 정경유착이다.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지금 3세 경영, 4세 경영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5% 전후의 지분으로 또 다시 순환출자를 계속한다면, 대기업의 총수가 되기 전에 매도하고 출자할 때마다 발생되는 세금으로 거대 기업은 뼈대만 앙상한, 소설 '노인과 바다'의 물고기와 같이 될 것이다.
설령 그런 결과를 초래한다 해도 순환출자에 따른 국가의 세금은 명명백백하게 징수돼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들이 전문성을 발휘해 실질적으로 발전시키고, 존속시키고자 하는 전문 분야만을 상속하고 투자하게 될 것이다.
대기업의 도산이 대기업 종사자들을 비롯해 대기업과 관계가 있는 중소기업들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라도, 더 이상 정부의 관여로 대기업이라는 명분 때문에 도산의 위기를 벗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이미 대기업의 기득권층들은 도산과 관계 없이 자손대대 부를 누릴 수 있는 재물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라는 우월적 환경을 이용해 전자제품, 반도체, 자동차, 보험회사, 섬유회사, 제약회사, 백화점, 물류 유통, 음료, 제빵까지 실력 행사하는 병폐는 반드시 차단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예나 지금이나 정치권력의 아귀다툼과, 이들이 기득권층이 될 것을 기대하고 붙은 거머리 같은 주변 간신들로 인해 연일 아수라장이다.
기업들의 주가가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는 반응 또한, 오래도록 관행처럼 여기며 독버섯처럼 자라난 정경유착에 대한 악의적 기대감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은 철저한 시장 경제 원리가 적용되는 구조로 변화돼야 한다. 보이지 않는 기득권층이 사라지고, 정경유착의 기득권으로 명맥을 유지해 온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기업 도산의 홍역을 거쳐야 하며, 건실한 기업만이 자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경제 구조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입법은 정치인들이 하고 이러한 제도 위에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일은 경제인들이 행하는, 철저한 정경분리 원칙만이 견실하고 뿌리 깊은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대기업일지라도 도산할 수 있고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대기업이 될 수 있는 견실한 자생력만이, 기업 성장의 열쇠가 되는 경제 구조가 시급히 시도돼야 할 자본주의의 시금석이다.
/하민국 목사(인천 검암 새로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