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개혁,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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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개혁신학] <기독교 강요>를 읽읍시다

▲최더함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최더함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 되는 해입니다. 실로 개신교는 종교개혁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지난 세기동안 가열찬 발걸음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움에 충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작금에 이르러 개신교는 추락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진실된 신앙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사람들에게 소망을 불어넣는 참된 메시지가 실종되고, 교회당에는 인본주의와 세속주의의 목소리들이 가득찹니다. 세상 가운데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며 모범이 되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사람들보다 더 부패하고 위선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한국교회 안의 여기저기서 개혁에 대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옵니다. 어떤 이는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의 형식을 빌어 95개 개혁안을 발표하는가 하면, 그동안 자칭 평화주의자로 행세하면서 모호한 신학적 입장으로 유명한 모 인사는 좀 생뚱한 관점으로 개혁을 말하고 있고, 어떤 신학자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내세우며 한국교회 개조를 주창하기도 합니다. 모두 자신의 목소리가 한국교회 개혁에 대한 바른 진단인 양 행세합니다.

알다시피 종교개혁은 단지 하나의 종교를 바꾼 일개 사건이 아니라, 성경의 정박지를 떠나 탕자가 되어버린 가톨릭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요 부패한 교회에 대한 수술 작업이었습니다. 나아가 성경적 교회를 재정립하고 교회에 필요한 모든 신학들을 연구하고 집합시킨 성경적 신학과 신앙의 참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종교 개혁가들은 이런 일들을 하나님이 내리신 과업으로 믿고, 순교의 정신으로 실행 완수하여 우리에게 위대한 유산으로 물려주셨습니다.

그 중 개신교의 역사에서 단연 중추적이고 종합적인 개혁의 완성은 존 칼빈(1509-1564)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칼빈의 생애는 오직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 교회 중심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 정신이야말로 개신교의 핵심입니다.

특히 칼빈은 새로운 교회의 신학을 수립하기 위해 일평생을 바쳐 소위 개신교의 교과서라 불리는 <기독교 강요>를 집필하였습니다. 1536년부터 시작한 그의 집필작업은 무려 23년 동안 지속된 끝에 완성되었습니다. 따라서 <기독교 강요> 없는 기독교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강요를 '제2의 성경'이라 평함은 결코 부당한 평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의 성도들은 이 불후의 명작이자 기독교 신앙의 최고 스승인 이 책에 무관심하고 그다지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므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기독교 강요>를 널리 알리어 열심히 배우고 읽히게 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지적 성장과 인격적 성숙 등 신앙의 진보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저도 미숙한 사람이지만, 감히 저에게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물으신다면, 주저치 않고 <기독교 강요>를 읽었을 때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여러 차례 이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하나님의 감동과 은혜를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제 신앙과 인생에 있어 <기독교 강요>는 하나의 지침이자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만큼 <기독교 강요>에는 특별한 힘과 능력이 동반합니다. <기독교 강요>에는 성령의 감동하심이 함께 있어, 성경을 바로 보고 바로 알게 합니다. <기독교 강요>는 기독교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신앙의 길잡이입니다. 기독교 교리에 무지했던 한 신자가 <기독교 강요>를 통해 거룩한 성도로 거듭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흔히 한국교회가 아직 '초등학문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미숙함을 벗어버리고 성숙한 한국교회가 되는 길이 바로 <기독교 강요>에 담겨 있습니다. 한 마디로 종교개혁의 후손이자 개신교인이라 자처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지 않고 무시하고 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존 칼빈은 기독교인들이 믿고 있는 진리들이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실천적이고 실제적인 신앙의 문제들을 매우 진실되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말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기독교 교리와 신학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칼빈은 단지 학문으로서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작품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목회자적 관점에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또 존 칼빈은 <기독교 강요>를 매우 질서 있게 체계적으로 저술했습니다. 지금과 같이 당시에도 사도신경은 모든 신자들이 애용한 기독교 교리의 핵심을 담고 있는 신조였습니다. 총 4권에 달하는 <기독교 강요>는 바로 이 사도신경의 구조를 가지고 1권에서 4권까지 성부 하나님, 성자 하나님, 성령 하나님, 그리고 교회론 순으로 쓰여졌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신자들은 이런 체계적인 진술을 배움으로써 일목요연한 기독교의 교리들을 맛보게 되며, 하나님에 대한 지식에 있어 일취월장할 것입니다.

<기독교 강요>는 한 마디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다루는 책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원칙을 신학적으로 정립하고 성경적으로 근거를 제시합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경건(pietatis, piety)'입니다. 칼빈은 경건이야말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논하는 가장 귀한 첩경이라고 말합니다. 참된 경건이 참된 신앙의 요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건은 하나님을 정확히 바르게 아는 지름길입니다. 이런 것을 통해 우리는 성경을 대하는 칼빈의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그는 '성경이 가라면 가고 멈추라면 멈춘다'는 유명한 원칙을 확립하여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겨 주었습니다. 그는 성경이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임을 굳게 믿은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칼빈의 신앙의 흔적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칼빈은 성령 안에서 기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기독교강요 제3권 1장은 우리와 그리스도를 연합시키는 성령에 대해 논합니다. 그는 여기서 그리스도의 은혜는 성령의 은밀한 역사로 말미암는다고 천명합니다. 믿음은 성령의 선물이고 더 높은 지식이며, 확실성이고 시험과 싸워 이기는 능력이라고 갈파합니다. 이런 지식들이 모든 성도들에게 주입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칼빈은 개혁을 말하면서 결코 타인의 개혁을 먼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소신대로, 자기를 부인하는 자기개혁 없는 모든 개혁은 헛된 일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개혁은 칼빈이 기독교강요를 그렇게 시작하듯,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소유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자기 갱신을 말하면서도 기독교 교리에 대해 무지하고, 심하게는 교리를 경시하고 무용하다고 하면서, 주관주의적이고 경험 일변도의 신앙의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기독교 강요>를 읽으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는 성도들이 되어 봅시다. 나아가 500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샬롬.

/최더함 박사(아리엘교회, 개혁신학포럼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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