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교수의 회계 세무 칼럼] 비영리법인(1)
*공인회계사이자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비영리단체의 회계 및 세법 등을 가르치는 배원기 교수가 매주 본지에 교회를 중심으로 한 비영리단체 내지 공익단체의 회계와 세무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오늘부터 수 주간에 걸쳐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임의단체 등에 관하여 살펴본다. 오늘은 주로 Q&A 형식으로, 법인에 관해 살펴본다.
먼저 법인(法人)을 영어로 번역하면, 어떤 단어가 가장 적합할까? 이 질문은 필자가 모든 수업의 첫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인데, 대부분 Corporation이라고 답한다. 법인세라는 단어를 Corporation Tax 또는 Corporate Income Tax라고 번역하고 있으니, 외국인들이 알아듣기 쉬운 번역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에 따른 법인(法人)이라는 말의 뜻을 가장 정확하게 번역한 영어는 'Juridical person(법으로 만든 인간)'이다. Juridical person 외에 legal person, juristic person 또는 artificial person이란 용어도 사용된다. 즉 법인이란 우리나라 법률에 의해 사람(자연인)과 비슷하게 권리의무를 가진 단체를 말한다. 다른 법률용어로 표현하면, 자연인 이외에 '법률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자' 또는 '법률에 의하여 권리능력이 인정된 단체(예: 사단법인) 또는 재산(예: 재단법인)'를 법인이다.
쉬운 말로 설명하면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똑같은 형태인 13자리 등록번호를 가지고 있고, 비록 형태는 없으나 사람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행사해 법적으로는 엄연히 사람처럼 취급되는 존재', 즉 '법이 만든 사람'을 말한다.
두 번째 질문, 법인 제도는 언제부터 만들어 사용되고 있을까? 답은 근대 자본주의가 형성되기 시작한, 약 200년 전이라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즉 법인제도는, 근대 자본주의 경제발전에 따라 조직적인 활동체, 즉 단체에게 법률상의 인격, 법인격을 부여하여 법률관계의 주체로 만든 것으로, 프랑스 및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참고로 법인제도의 연혁 등에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해 <법인격,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소로움(정준식 저, 마인드 더갭 퍼블리싱, 2016년 5월 간행)>이란 책을 소개한다.
세 번째 질문, 법인과 법인격 없는 단체는 무엇이 다른가? 법인과 법인격 없는 단체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법인격 있는 단체는 어떤 편리한 한 점이 있는가?
실무적으로, '법인등기부'가 있는지에 따라 법인인지, 법인격 없는 단체인지가 구분된다. 법인등기부가 없는 단체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법인격 있는 단체로 취급될 수 있다. 즉 단체는 ①법인등기부가 있는 법인 ②법인등기부가 없으나 법인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단체 ③법인격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단체(예: 반상회, 반창회, 동창회 등, 이를 통상 '임의단체'라고 한다)로 구분된다.
여기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인인지, 그리고 등기부가 있는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통상 '공법인'에 포함되지 않고 등기부가 없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인'인지에 관한 학설은 나눠져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법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법인세 납부의무가 없다는 명문조항이 있다는 점을 소개한다.
법인은 권리능력 당사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법인등기부와 인감증명서만 제시하면 충분함에 비해, 법인등기부가 없는 법인격 있는 단체는 '법인격이 있다는 단체= 단체로서의 권리능력이 있다는 단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보다 많은 서류나 절차가 필요하다. 반대로 단체의 크기나 성격에 따라, 임의단체가 법인보다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두가지 용어에 관한 설명을 추가한다. '법인격(法人格)'이라는 말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말한다. 또한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이라는 관점에서, '법인격'과 '권리 능력'은 같은 개념이다. 법률 조항을 직접 인용하여 비전문가 독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민법 제3조에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밝힌 것이 바로 법인격을 의미하며, 자연인은 물론 법인(法人)도 법인격을 가진다.
'등기(登記)'란 일정한 사항을 널리 일반에게 공시(公示)하기 위해서 공개된 공부(公簿)에 기재하는 행위 또는 그 기재 자체를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①부동산등기, 선박등기, 공장재단등기 등 '권리의 등기' ②부부재산 계약 등기와 같은 '재산귀속의 등기' ③상업등기, 법인등기 등 '권리주체의 등기' 등 3가지로 나누어진다.
일반인들은 회사나 법인의 상업등기부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겠으나, 부동산 등기부는 쉽게 보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법원 내에 등기소가 있어 사법부가 등기업무를 관할하고 있으나, 미국이나 일본은 법무부나 법무성에서 등기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행정부 관할이다. 이처럼 나라별로 관할하는 곳이 다르다는 점도 부연한다.
요즘은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라는 사이트에서 모든 등기사항을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어, 필자가 애용하는 사이트의 하나라는 점도 소개하고 싶다. 다시 전문용어가 나오는데, 법인의 상업등기와 관련해 법인의 설립등기는 법인의 '성립요건'이고, 설립등기 외의 등기는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대항요건'이다.
네 번째 질문, 사단(社團)과 사단법인은 무엇이 다를까? 먼저, 법인은 공법인(公法人)과 사법인(私法人),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 등으로 나누어진다. 오늘은 사법인, 즉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에 관해서만 다룬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사단(社團)이란 '특정한 목적을 위해 두 사람 이상이 결합하여 설립한 단체'를 말하며, 사단법인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설립등기를 마쳐, '법인등기부가 있는 단체'를 말한다. 그래서 사단은 법인격이 있는 사단법인과 법인격이 없는 사단으로 나뉜다.
다섯 번째 질문. 교회는 법인격 있는 단체(사단법인)일까, 아니면 법인격 없는 단체(사단)일까? 필자가 아는 한 정부 허가를 받아 법인으로 등기한 교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모든 교회는 법률상 '법인격이 없는 사단'에 해당한다. 교회는 법인격이 없는 단체인데, 교회가 출연하고 정부의 허가를 받은 장학재단이나 사회복지법인은 법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부연한다.
일본은 종교법인법이라는 것이 있어, 모든 종교단체들이 이 법에 의해 법인격을 취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교법인법을 제정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비영리법인의 설립요건을 '허가'로부터 준칙주의로 변경하는 종교법인법을 제정할 필요 없이 민법 규정에 따라 종교단체에게도 법인격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인격 없는 사단(社團)으로서의 교회에게 법률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필자와 같은 회계 전문가나 법률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회칙 또는 정관이다. 모든 단체는 설립하면서, 회칙(또는 운영규약, 정관 등)을 만들어, 임원 구성이나 의결방법 등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같은 신앙으로 모인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회는 정관이나 회칙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설립된지 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필자가 섬기는 교회도 정관이나 회칙이 없다.
그런데 이는 평상시에 아무 문제가 없으나, 구성원 또는 교인간의 대립, 특히 재산권 분쟁이 있는 경우 회칙이나 정관이 없으면 문제 해결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교회가 속한 교단 헌법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관이나 회칙의 장점은 그 단체의 의사결정에 기준 내지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의사결정을 하면서 각자 자기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을 최선의 '원칙'이라고 주장하면서 의견 수렴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가끔 보는데, 정관이나 회칙이 있으면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해결이 쉽다.
필자가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법률전문가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잠시 변호사로 활동할 때, 교회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보면서 교회에 꼭 필요한 것이 정관이라고 했다고 한다.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필자는 회계사로 일하면서, 새로 설립되는 회사들에게 아무리 종업원 수가 적어도 회사 초창기에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취업규칙이라고 건의한다. 새로 목회를 시작하는 목사님들께도 본인의 목회 비전과 교회 운영에 관한 규칙을 정한 정관 내지 회칙을 초창기에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상 상시 10인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정부에 취업규칙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 의무가 없는 10인 미만 사업장도 미리 취업규칙을 제정하는 것이, 근로자가 10명 이상이 되었을 때 비로소 취업규칙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다. 뿐만 아니라 초창기부터 사업장의 근무 규칙이나 근무 요령을 통일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교회도 개척시점에 교회의 운영규약 내지 정관을 정하는 것이 쉽지, 나중에 교인들의 중지를 모아 교회의 운영규약 내지 정관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늦었더라도, 정관이 없는 교회들은 가급적 빨리 소속 교단에서 제정한 모범정관을 기초로 각 교회에 맞는 정관을 만들기를 권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