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단체나 크리스천들이 적극 활용 가능한 공익신탁 제도

|  

[배원기 교수의 회계 세무 칼럼] 비영리법인(4)-공익법인 vs. 공익신탁

▲배원기 교수

▲배원기 교수

오늘도 먼저 질문으로 시작한다. 영리법인(회사) 이사회의 영문표기는 통상 'Board of Director'로 하는데, 재단법인 이사회의 영문표기는 어떤 표기가 가장 적합할까?

기독교 관련 어느 재단에서 'Board of Trustee'라는 영문표현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Board of Director'로 쓰는 것이 더 보편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국의 대학교 이사회에서 'Board of Trustee'라는 명칭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의미는 신탁계약에서의 '수탁인 모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 일부 재단법인이 이사회 명칭으로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재단법인과 'Charitable Trust(자선신탁 또는 공익신탁)'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생각된다.

지금부터는 2015년 3월부터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공익신탁에 관해 살펴본다. 공익신탁이란 '종교, 자선, 학술 등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새로운 공익신탁법에서는 14가지의 공익사업의 유형을 정하고 있다)'을 말하며, 종전에는 신탁법에 공익신탁에 관한 몇몇 조문이 있었으나 그 동안 거의 이용되지 않았다. 그러다 법무부 주관 하에 2014년 3월 18일자로 새로운 공익신탁법이 제정되고, 이 법이 2015년 3월 19일부터 시행되면서 공익신탁에 관한 홍보나 기타 신문기사가 자주 나오고 있다.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그래도 친숙하게 알고 있는 재단법인 제도를 보자. 이는 독일 및 프랑스 등의 대륙법계 제도를 일본을 통해 도입한 것인데 반해, 신탁은 영미법계의 산물을 일본을 통해 도입한 제도이다.

원래 영미법상 신탁(Trust)은 유형과 활용 목적이 실로 다양한 제도라서 그 내용을 일률적으로 확정하기 곤란한데, 신탁이란 일반적으로 위탁자(신탁의 설정자)와 수탁자(신탁의 인수자) 간의 특별한 신임관계를 기초로 위탁자가 특정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행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일정한 자(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하고, 통상 신탁계약을 체결한다.

즉, 수익자를 위해 재산을 영위하는 제도로서 보편화됐는데, 이것이 양자의 신임 관계에 기초가 있는 관계로 트러스트(trust)라고 부르게 됐다. 한편 신탁은 중세 영국의 부동산 이용제도인 유스(use)에 그 기원을 두고 있고, 중세 시대에 귀족이 전쟁에 나가면 가까운 사람들 중 신뢰가 있는 사람(주로, 성직자 등)에게 토지·건물·곡식 등의 자산관리를 맡겼던 것에서 연유한다.

그런데 이따금 자산관리를 맡은 이가 재산을 빼돌리거나 돌려주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자, 위탁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주기 위해 관련 규율이 법제화됐고, 미국에서 신탁제도가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의 신탁법도 원래 일본이 서양제도를 도입한 것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공익신탁에 관한 일본과 우리나라의 연혁을 살펴본다.

원래 일본에서도 1916년 신탁법을 만들기 위한 해외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는 대부분 상사사익신탁(商事私益信託)에 관한 것이었고 공익신탁관계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며, 1919년 행정부의 신탁법 초안에도 공익신탁에 관한 조문은 없었다.

그 후 입안 무렵인 1920년 8월 법제심의회에서 심의위원 중 한 명이 '공익신탁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제기, 그 심의위원회가 만든 '신탁법 요령'에 공익신탁에 관한 수개의 조문이 마련돼 1921년 국화에 제출하기 위한 신탁법 확정안이 마련됐다. 이것이 일본에서의 공익신탁의 시작이었고, 우리나라도 같은 조항을 그대로 본떠서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공익신탁의 시작이었다.

새로운 공익신탁법이 제정되기 전에 공익신탁 제도가 거의 소개되지도, 이용되지 않던 이유는 모범적 기부모델이 없었고, 기부단체의 자금 운용에 대한 불신 등도 거론되지만, 그보다는 다음의 이유가 있다.

①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이 주로 영업신탁이 보급되었고 ②대륙법의 직접 영향을 받은 재단법인 제도가 사회에 친숙하고 널리 알려지고 이용되었기 때문에 영미법 계통의 공익신탁이 활용될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③행정당국도 공익신탁에 무관심하여 공익법인과 공익신탁에 모두 허가주의의 원칙이 채택되었음에도 공익신탁에 허가 절차나 기준 등이 마련되지 않았고 ④학계에서도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우리나라 공익신탁제도가 거의 알려주지 않고 이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학계나 정부 등이 모두 보급 및 발전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공익신탁제도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공익신탁법이 제정되어 시행되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무척 좋은 일이다.

새로운 공익신탁법상의 공익신탁제도의 주요 내용을 보자. ①누구나 쉽게 공익신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익신탁을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바꾸었고 ②주무관청별의 허가제도를 법무부에서 인가, 관리, 감독을 전담하도록 일원화하였으며 ③100억 원 이상의 공익신탁은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하는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④위탁자가 지정한 목적으로 신탁 재산을 사용하도록 제한한 점(공익재단의 경우 나중에 설립자의 설립의지와 달리 공익재단의 목적사업을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에 과한 논쟁이 있는데, 공익신탁은 이런 논쟁을 피할 수 있다) 등이다.

공익신탁의 강점은 재단법인 등 공익법인 설립에 비해 현격히 줄어드는 관리 비용이다. 재단법인 등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사무실 임차료나 인건비 등 통상 전체 기금의 5-30% 정도의 운영 경비가 필요한데, 이 같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공익신탁은 계약, 유언, 위탁자의 선언에 의해 설정이 가능하며, 공익법인의 설립보다 간편하고 수월하다.

출연 재산의 규모 및 활용 등도 위탁자가 결정하게 되며, 한 개인이 큰 규모의 공익신탁을 설정할 수도 있는 반면 소규모 자금으로도 공익신탁 설립이 가능한데, 모금형 공익신탁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의 소규모 출자를 모아서 자산가의 거액 출연과 맞먹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참고로 몇 주 후 우리나라가 본받았으면 하는 미국의 자선신탁(Charitable Trust)이나 미국의 'Foundation'을 소개할 예정이다.)

공익신탁과 재단법인 제도를 비교해 보면, 재단법인은 주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법인으로 설립돼야 하는데, 재단법인의 사업 목적별로 관할 주무부 장관이 각각 다르고, 주무부서 장관의 '허가' 취득이 그리 쉽지 않다. 반면 공익신탁은 개정 공익신탁법에 의해 주무부서가 법무부 장관으로 일원화됐고, '허가'가 아니라 '인가'로 변경됐으며, 공익신탁의 설정을 위한 법무부 장관의 인가 여부는 3개월 이내에 결정되도록 해, 공익신탁의 설정이 공익법인의 설립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공익신탁은 '법인'이 아니며, 공익신탁의 재산권은 수탁자 명의로 관리된다.

한편 공익법인의 설립을 위한 최저 기본재산은 각 주무부처별로 다르게 운영되고, 대략 최저 2억 원 이상이나, 공익신탁은 소액모집도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재단법인은 기본재산 자체의 사용은 금지·제한되고, 수익 금액을 목적사업에 사용하도록 한 반면, 공익신탁은 신탁 원본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공익신탁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가 되며, 개인이나 법인이 공익신탁으로 출연한 재산은 지정기부금으로 취급되며, 상속재산 중 피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공익신탁을 설정하여 출연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제외된다. 이런 세무상의 혜택은 상증법상 '공익법인'에의 출연(기부)의 경우와 거의 같다.

새로운 공익신탁제도는 도입된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생소한 제도일수 있으나, 기독교 단체나 크리스천들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법무부 공익신탁 공시 홈페이지(www.trust.go.kr)를 방문하면 된다. 추가 정보나 추가 질문이 있으면 필자에게 연락해 주기 바라며 글을 맺는다.

배원기 교수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월드와치리스트, 기독교 박해지도

오픈도어선교회, 2025 기독교 박해국 목록 발표

오픈도어선교회가 15일 서초동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2025년 기독교 박해국 목록’(World Watch List)을 발표했다. 이날 오픈도어 김경일 사무총장은 “기독교 박해국 목록이 기독교인들에게 영적인 도전을 주고, 오늘날 더욱 적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선교 환…

한기총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한기총 “공수처, 무리한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불법 멈추라”

대통령 기소, 절차·방법 모두 적법해야 불법 기반 결과, 결코 신뢰할 수 없고 불합리하고 불법적 행위만 양산할 뿐 적법 절차와 과정 통해 수사·기소·재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에서 15일 ‘수사권 없는 공수처의 무리한 대…

세이브코리아, 수기총

“카톡 계엄령 즉각 해제하고, 현직 대통령 국격 맞게 대우해야”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김선규 목사, 사무총장 박종호 목사, 수기총) 등 1200개 단체들이 15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즉각 카카오톡 계엄령을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들은 민주당의 최근 온라인 플랫폼 ‘민주파출소’를 설치하…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권영세 국힘 비대위원장, 한교총 김종혁 대표회장 예방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월) 취임 인사차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을 방문해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와 환담했다. 김종혁 대표회장은 “나라와 민족을 섬기는 귀한 사명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길 바란다”며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새벽…

33차 복음통일 컨퍼런스 첫날

“북, 코로나 후에도 계속 교회 성장… 말씀은 매이지 않는다”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 주제로 첫 3일 동족구원 위해 금식기도 전국과 해외에서도 유튜브 참석 제33차 복음통일 컨퍼런스(북한구원 금식성회)가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1월 13일 오후 5일간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성회 주제는 ‘분단 80년, …

김동식 피랍 순교

“순교 못할망정, 순교자 잊는 죄 범하지 말자”

美 국적 한인 선교사 돌아왔는데 대한민국 선교사들만 못 돌아와 기도하는 한국교회, 잊어선 안 돼 故 김동식 목사 피랍 25주기·순교 24주기 추모 및 납북자 송환 국민촉구식이 지난 1월 13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