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어느 대학의 과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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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세상에 대홍수가 일어나 세상의 만물이 모두 사라질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내게 노아의 방주와 같은 거대한 배가 있다면 어떤 사람들, 동물들, 식물들, 무생물들을 선택하고 싶은지 확정하고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 어느 대학의 인문계 학과의 과제물이다.

노아가 방주를 짓던 때를 생각해 본다. 노아가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방주를 제작하라는 명령을 받은 때는, 등 따습고 배부르고 인생만사가 즐거운 시절이었다. 작금의 현실과 같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광명 세상이었는데, 산꼭대기에 방주를 만들어 홍수를 대비하라는 하나님의 지시는 도저히 사람의 지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성경은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그날까지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과 시집가고 장가들었더라'고 당시의 세상 문화를 극단적으로 개탄한다. 마침내 하나님은 사람 지으신 것을 한탄하시고, 40 주야를 퍼붓는 홍수의 심판을 강행하셨다.

그런 와중에 하나님은 피조물들을 보존하시려는 사랑으로 인간 중에서 믿음 좋은 노아와 그의 가족을 선택하셨고, 더불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을 방주 안으로 들어오게 하심으로써 피조 세계를 보호하셨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 때는 하나님의 의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노아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은 것이 아니라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특별한 은혜를 받은 사건이 '노아의 방주' 사건이다.

과제물을 접하면서, 과연 나는 누구를 선택하고 어떤 것과의 동행을 결정해야 할 것인가 하는 명제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숙연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먼저 나 자신이 스스로 방주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돌이킴이 다가온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영생의 소망을 다시금 부여잡아야 하는 심령의 피안을 쓸어안게 된다.

그리고 하나님의 시각으로 현실의 세상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의도를 생각해 봤다.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본 현실은, 안타깝지만 한 마디로 절망적이다. 문명은 최첨단을 향하여 시·분·초를 각축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울증과 고독감에 시달리는 정신질환자는 물론, 자살자마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최첨단을 향하고 있는 인간의 새로운 도전과 열망은 신본주의의 퇴보와 동시에 인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물질만능주의 사고를 도덕률로 여기는 정신의 피폐를 야기시키며, 점진적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자신을 창조하신 창조주를 불신하는 영멸의 몸부림을 가속하고 있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연일 북한의 핵 위협과 열강들의 패권 다툼의 싸움터로 전락하고 있는 가운데, 연이은 최고통치자들의 권력형 부정부패와 거짓말을 앞세운 정당들의 기득권 쟁탈로 망망대해에서 시동이 꺼진 배처럼 표류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를 거치면 교도소를 가고, 기업인들은 정치인들의 공갈 협박과 투쟁적인 노사의 극렬한 분규로 채산성을 잃어가고 있다. 당연히 실업자는 늘어가고,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하류 노인은 급증하며, 사회보장제도의 미비함과 교육비의 과다한 지출은 자녀 양육을 포기하거나 아예 혼인 자체를 거부하는 세대를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 정화의 마지막 보루인 교회마저 세상 물질관과 별반 구분되지 않는 가치관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목회자들은 교회당을 대물림하고 있고, 명예와 음란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다문화 가정을 통하여 들어온 신흥 종교들이 난무한 가운데, 이단들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7백여 차례의 외침을 받으며 일제강점기와 동병상련의 전쟁을 헤쳐 나온 대한민국은, 지금 노아의 시대와 똑같은 상황이다. 이 집 저 집, 맛집의 먹거리가 풍성하고,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고, 소유하고 싶은 편리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그러나 교회당 문을 닫고 있는 개척교회는 늘어가고 있다. 아기의 울음이 멈춰버린 적막한 시골마을처럼, 개척교회에는 소명 있는 성도들이 없다. 성도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의 신앙 형태는 대부분 헌신 없는 대교회에서의 형식적인 주일예배가 전부이다. 하나님의 진노가 임박한 징표들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의 도피성이 절실하다. 방주의 은혜가 사무치게 그리운 시대이다. 하나님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시대, 인간이 하나님 되어버린 시대, 우상숭배가 만연한 시대, 하나님보다 물질을 더 소중히 여기는 시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사라진 시대이다. 목회자들의 자녀들마저 불신자들과 혼인하는, 영적 암흑이 덮어버린 시대이다. 손톱의 때만큼도 미련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기꺼이 감사함으로 방주에 들어간다. 크리스천들의 변질된 신앙 형태를 보다 못해 정든 고향 땅 영국을 뒤로 하고, 신대륙 미국에 정착한 청교도들의 마음으로 방주에 들어간다. 옥수수를 비롯한 각종 씨앗으로 농사를 짓고 결실을 맺자마자, 하나님께 추수감사 예배를 드렸던 청교도들의 심정으로 방주에 들어간다.

청교도는, 영국의 종교개혁자들과 그의 후예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그들은 영국 국교회(성공회)의 부분적 개혁을 지양하고, 칼빈의 종교개혁 정신을 따라 철저하고 완전한 종교개혁을 이루려 했다. 실제로 청교도들은 영국 종교개혁은 물론, 이후의 개혁주의의 기반을 형성했다. 영국 내 청교도 운동은, 한 세기 반 가량이나 지속적으로 진행된 개신교 종교개혁 운동이며, 그들의 정신과 사상을 이어받은 그의 후예들에 의해 지금도 그들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청교도라는 말은, 처음에 그리스도인이라는 칭호가 비판받고 정죄받았던 것처럼, 하나님을 대적하는 무리들에 의해 영국 국교회에 비타협적인 개신교도들을 내리깎는 경멸조의 적개심 가득한 호칭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탁월한 경건과 하나님을 믿는 순전한 믿음은 가장 성경적인 사람들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가 되었다.

오늘 내가 방주에 초대한 사람은, 찬양 연주자들과 성가대원들이다. 그리고 준비할 수 있는 만큼의 갖가지 식물들의 씨앗이다. 인간적인 마음이사 혈연과 지연들을 모두 초대하고 싶지만,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시각으로 볼 때, 안타깝게도 교회 밖에서는 방주에 동행할 지인들이 없다. 더군다나 작금의 현실이 망극의 시대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일가친척 피붙이들 또한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방주에 초대한 연주자들, 성가대원들, 갖가지 씨앗들 외에 중요한 한 가지는, '여호와이레'께서 방주에서의 삶을 위한 모든 것을 예비해 놓으셨음을 절대로 신뢰하는 믿음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기꺼이 오직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 영생을 보장해 주시는 하나님만을 찬미하고자 방주에 들어간다. 탐심과 욕망, 이기적인 사고와 거짓된 위선의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장엄한 연주에 맞춰 하나님을 향한 일념으로 감사의 찬양을 부를 것이다. 은혜의 눈물,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영생 주신 은혜에 거듭 거듭 부복할 것이다. 샬롬.

하민국 목사(인천 검암 새로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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