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원기 교수의 회계세무 칼럼] 비영리법인(5) 사단법인 vs 재단법인
오늘도 질문으로 시작한다. 주식회사를 영어로 번역하면 어떤 단어가 가장 적합할까? 어떤 이들은 Corporation(통상적으로 '회사' 또는 '법인'이라고 번역됨)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Co., Ltd.(보통 '유한회사', 또는 '유한책임회사'로 번역될 수 있음)라고 하는데, 두 단어 모두 우리나라의 주식회사 제도를 정확하게 의미하는 영어단어는 아니다.
그래서, 주식회사를 우리나라 발음 그대로 'Chusik hoesa'로 쓰는 것이 좋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웃 일본에서 주식회사의 일본어 발음이 Kabushiki Kaisha이고, 일본의 주식회사 중 영문 이름에 Kabushiki Kaisha 또는 줄여서 K.K.라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영문 명칭에 Chusik hoesa'를 줄여서 Ch.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 질문, 우리나라의 재단법인을 영어로 번역하면 어떤 단어가 가장 적합할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문단어가 Foundation이지만, 미국의 Foundation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민법상 '재단법인'의 개념과 일치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미국의 제도에는 대륙법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의 구분 개념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미국의 비영리단체의 종류를 소개한다. 미국에서 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단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미국 연방세법이며, 이 비영리단체는 ①각 주의 비영리법인법 또는 회사법의 규정에 따라 설립되고, 각 주 당국에 등록된 비영리법인(미국은 계약법, 회사법 등의 법률이 각 주 별로 있음) ②법인격없는 사단(대부분의 학회, 전문 자격자 단체, 클럽은 이 형태로 연방 세금 면제를 받고 있음) ③지난 주에 소개한 신탁(Trust, 이 형식의 Foundation이 많음 등 3가지로 구분된다.
한편, 미국 각 주 법령에 따른 비영리단체 설립 형태는 Trust(신탁), Fund(펀드), Union(조합) Endowment(기금), Foundation(재단), Charter(인가단체)뿐만 아니라 Incorporated(지분/주식에 제한을 두지 않는 회사)도 많이 있다.
그래서, 법인 명칭만으로는 비영리 또는 영리 단체인지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미국 NPO의 특징의 하나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 최근 비영리단체를 통틀어 NPO라고 부르는 것도, 법인의 설립 근거법령 및 운용 제도가 미국과 크게 다르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영리단체, 비영리공익단체, 공익단체, 공익법인이라는 용어를 정비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Foundation라는 용어는 미국 연방세법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 연방세법에서는 Foundation을 Private Foundation(또는 Independent Foundation, 사적재단, 또는 민간재단. 독립재단), Corporate Foundation(기업재단), Family Foundation(가족재단), Community Foundation(지역재단) 등으로 분류하고 있고, Private Foundation은 다시 Non-operating Private Foundation(비사업 민간재단, 지원재단)과 Operating Private Foundation(사업민간재단)으로 구분된다. (몇 주 후 미국의 Foundation의 기원과 기부 문화에 관하여 소개할 때 자세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제도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그 기원이 되는 독일 제도를 간단히 소개한다. 권리주체로서의 자연인과 법인,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의 구별은 19세기 독일 민법학의 성과물이라고 한다. 이를 조금 소개한다.
19세기 이전으로 올라가면, 종교개혁 이전에는 교회가 여러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하였는데, 16세기부터 군주의 독점적 통치권을 인정하는 절대주의가 보급되기 시작되면서, 교회적·종교적 목적을 위해 바쳐진 재단에 대한 특전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교회와 국가 간의 권력투쟁이 시작됐고, 교회가 관장하던 재단의 쇠락을 초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에 몰수된 구교 재단의 재산으로 종교와 관련이 없는 병자간호나 빈민구제 등을 목적으로 새로운 재단이 설립되면서, 통일되기 전 독일의 각 지방단체(영방)은 재단 감독을 위한 행정체계 및 재단에 관한 기본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면서 사단법인, 재단법인의 개념이 나왔다고 한다.
돌아와서, 우리나라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제도에 관해 살펴본다. 사단법인이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결합한 사람들의 단체에 법인격을 인정한 단체"를 말한다. 사단법인은 다시 영리 사단법인과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나뉘는데, 여기서는 민법의 비영리 사단법인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비영리 사단법인은 비영리를 목적으로 수익사업을 해도 좋으나 이익을 사원에게 분배할 수 없고, 현행 법령상으로는 정관을 작성하여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고, 각 사무소의 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해야 한다(등기하지 않으면 법인의 설립을 주장할 수 없다). 사단법인의 최고 필수 의사결정기관은 사원총회이며, 이사는 적어도 매년 1회 이상 통상총회, 기타 필요에 따라 특히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의 청구가 있을 때에는 임시총회를 소집한다.
한편, 법인의 내부적 사무를 집행하고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상설 필수기관은 이사이다(민법에서는 사단법인에 몇 명의 이사를 두라는 규정이 없고, 이사회에 관한 규정도 없으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단법인은 정관상 이사회를 갖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법인의 재산상태나 이사의 업무 집행을 조사·감독하는 감사가 있으나 필수기관은 아니다.
이에 비해 법률에 의한 공익법인의 경우 감사는 필수기관이다. 다만 민법규정에 따라 이사는 등기부에 등재되나, 비영리법인이나 공익법인의 감사는 모두 등기부에 등기되지 아니한다. 사단법인의 사원(社員)이라 함은, 그 사단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職員)이 아니라 비영리 사단법인의 회원(member)를 말하고, 영리 사단법인, 즉 회사의 주주, 출자자 등을 말한다.
이에 비해 재단법인이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출연한 재산에 법인격을 인정한 단체(구성원을 갖지 않으면서 그에 바쳐진 재산으로 설립자가 정한 일정 목적을 지속적으로 실현해 가는 법인격을 가진 조직)"를 말한다. 재단법인에는 사원(회원, 구성원)이 없고, 설립자가 제정한 정관이 재단법인의 일반적 의사이다. 또한 스스로 의사를 형성·발전시키지 못하므로, 사단법인에 비하여 타율적·고정적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사단법인과는 달리 사원이나 사원총회는 없고 출연행위(기부행위)에 따라 이사가 의사결정·업무집행·대외대표의 일을 한다(재단법인에 대하여 민법에서 몇 명의 이사를 두라는 규정이 없고, 이사회에 관한 규정도 없으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재단법인은 정관상 이사회를 갖도록 하고 있다). 재단법인 설립도 비영리를 목적으로 재산을 출연하는 동시에 근본 원칙인 정관을 작성하여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설립한다.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의 차이로는 먼저 의사결정기관의 차이가 있다. 즉 사단법인은 사원총회(회원총회)가 적어도 매년 1회 개최되고 이 사원총회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며, 정관도 사원총회에 따라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 반면 재단법인은 회원(구성원)이 없어 사원총회라는 것이 없으며, 설립자의 의사가 반영된 원시 정관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법상 재단법인 정관은 변경방법을 정관에 정한 때에 한해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재단법인의 원시정관이 변경이 쉽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실무에서는 정관에서 정관변경을 정하고 있어, 재단법인 이사회의 결의 및 주무관청의 허가에 의해 변경되고 있는데, 이는 원래의 재단법인의 성격 그 자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재단법인에는 사원총회라는 것이 없어, 이사가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라 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민법에서는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 관한 언급이 없으나, 통상 정관에서 수 명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를 갖도록 하고 있어, 이사회가 재단법인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 된다.
그래서 이사를 어떻게 선임하고,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재단법인의 운영 및 집행에 핵심이 된다. 특히 재단법인에는 사단법인의 사원총회와 같은 최고 의사결정기관 내지 감독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의 자격이나 품성 등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사단법인은 감사가 임의기관인 반면, 재단법인의 감사는 필수기관이다. 그런데, 실무상 우리나라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의 정관상 감사를 두지 않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필자의 경험상 비영리단체의 감사가 과연 이사의 집행을 제대로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된다.
즉 재단법인은 이사회와 감사가 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관인데, 요즘은 재단법인에서 후원자 또는 수익자 단체를 조직하여,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의 중간형태의 법인이 나타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재단법인의 의사결정을 이사회 내지 이사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재단법인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필자가 잠시 감사로 활동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측 연금재단이 재단법인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의 혼합형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재단은 1960년에 총회 은급규정을 만들어 목회자 은퇴 후 생활보장 목적으로 총회 내부에 기금이 형성됐다가, 1989년 재단법인 형태로 전환됐다. 형식상 출연자는 총회로 돼 있으나, 그 재산은 연금 가입자들이 모았던 재단이라는 점에서 구성원(연금가입자)들이 만든 사단법인 성격이 더 타당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그런데, 사단법인 형태로 연금단체를 운영하고자 하면, 1년마다 사원(구성원) 총회를 개최할 때 전국의 연금 가입자들이 모이는 총회를 개최하여야 하는데, 실무상 이 사원(구성원)총회를 개최하여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것이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하며, 이사회에서 모든 주요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간편할 수도 있다.
재단법인 형태의 이사회가 과연 출연자 및 수혜자인 연금 가입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여기서 필자가 느꼈던 연금재단의 문제점을 모두 거론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사들 본인이 과연 이사로서 전문적인 지식과 상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사회나 연금가입자총회 자리에 예수님께 임재하고 계시다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고, 개인의 이익 즉 사익(私益)보다는 연금재단 내지 연금 가입자 전체의 공익(共益)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은퇴하여 연금을 수령하고 계시는 연금 수급자들은 본인 연금이 삭감되는 것, 즉 사익(私益)보다는 후배 목회자들을 위해 희생하는 자가 필요하며, 자기의 주장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연금재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면에 적용될 이슈이다.
요컨대, 사단법인이냐 재단법인이냐의 구분을 떠나,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그 단체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하는 집행부 즉 이사들의 소명의식과 전문적 지식 및 성실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배원기 교수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