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인지 오류의 습관 고치기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열 명 중 아홉 명은 근거 없이 자기 멋대로 어떤 상황을 해석하는 인지 오류에 빠져있다고 한다. 이러한 인지 오류는 인간관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미래의 밝은 희망을 보지못하게 한다. 

이전의 실패를 계속해서 되새기며 반추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고 생각하는 등 스스로 괴로움을 불러일으켜 우울증 같은 질병을 부르게 된다.  

인지 오류는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사람들이 내 의견을 묻지 않고 어떤 일을 수행했을 때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한다거나 또는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속담처럼 사용하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인지 오류에 속한다. 

이분법적 사고, 흑백 논리, 최악의 상황부터 생각하는 것, 사람들이 모두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미리 추측하는 것 등 우리 일상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 오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하게 낮은 것도 이것이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인지나 사고의 습관은 자신의 삶을 기쁘게 살지 못하게 하고 결국 불행을 끌어당기는 결과를 낳는다.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할 것이라는 추측성 불안을 먼저 끌어안게 된다면 무슨 일에서나 능률이 오르지 않을 것이며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무력감에 빠지게 할 것이다. 

인지 오류의 습관은 사람을 불행에 빠뜨린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마다 정상 수준을 벗어난 불안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적대적이 된다.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의 덫에 빠지면 자신의 전존재가 불행감에 함몰되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인지 오류는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범죄자들이 처음부터 범죄자가 아니었으나 서서히 상황과 환경에 의해 범죄 행각을 강화해 온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인지 오류 역시 서서히 진행되어 온 것이다. 어느 한 순간이라도 자기 성찰을 했다면 죄는 멈추어졌을 것이고 인지의 오류도 중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지 오류에 빠진 줄 모르고 계속해서 잘못된 사고방식을 자신과 타인에게 적용하며 살아가고 있고 때로는 회피하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돌변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오류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잘못된 인식 습관을 가지게 되었을 수도 있고 청소년기에 생겼을 수도 있다. 자신의 인지 오류의 출발점이 어디인지 살펴보고 왜 그런 인지 오류를 겪게 되었는지 살펴봐야 고칠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의 부모님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들이 온통 부정적이고 비판적이었다면 거기에서부터 이런 사고가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인식한다면 보다 쉽게 그 오류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다. 당신 자신과 부모님은 전혀 다른 존재이며 별개의 인격이다. 부모님의 사고가 그 말을 통해 내면화되어 뿌리박히게 된 것이므로 부모님과의 분리를 선언하고 그분들의 사고방식에서부터도 분리되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쉽게 동화된다. 인지 오류가 가득한 사람의 옆에 오래 있다보면 저절로 자신도 그렇게 된다. 그렇게 물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언제나 성찰하고 깨달아야 한다. 깨닫지 못하면 우리는 어둠에 갇혀 살게 된다. 

행복하다는 것을 고난과 시련이 전혀 없는 '완전하게 좋기만 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행복하다고 슬픔이 없는 것이 아니다. 행복하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며 불안이 전혀 없는 상태도 아닌 것이다. 인지 오류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지는 모든 영역에서 잘못된 해석을 대입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조금만 힘든 일을 겪어도 '이런 일을 겪게 된 나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야'라고 쉽게 생각하는 것 역시 인지 오류의 해석인 것이다. 

수많은 인지 오류에 머릿 속을 점령 당한 채 떠내려가서는 안 된다. 성경에 거듭 표현되는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는 말씀을 되새겨야 한다. '올바르게' 듣는 귀가 사라진 것은 인지 오류 때문이다. 유연하게 인간관계를 대처할 힘을 잃어버리고 적대적이 될 수록 이 세상은 오류 투성이의 살기 힘든 곳이 되고 만다. 

우리는 이 땅에서, 슬픔과 외로움이 간헐적으로 닥친다해도, 고난과 시련이 예상치 않게 파도처럼 몰려 온다해도, 기쁘게 살아갈 수 있다. 인지 오류라는 증상을 치유하고 얼룩진 마음의 자락을 닦아낸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고난 속에서도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 수 있다. 이렇게 또다시 찾아온 봄동산의 햇살처럼 기쁘게 살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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