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에 대한 구체적 기도를 멈춰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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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4]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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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어떤 말이나 교훈에 대해, 성경보다도 더 권위 있고 신빙성 있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마음에 담아두고 명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말들은 크리스천들 사이에서 떠돌아다니는 것도 있고, 명저자의 글귀나 노래가사 등도 있다. 그런 말들 중 하나가 "배우자에 관한 기도는 구체적으로 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말에 반대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이렇게 가르치는 분들도 있고, 그런 생각이 다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말이 다소 인본주의적이고 성경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개인적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보면 배우자 기도가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간증을 듣게 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어떤 여성은 배우자의 키와 몸무게까지 기도했는데, 그조차 응답을 받았다고 놀라워했다. 그런 간증은 나름대로 귀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미안하지만 이런 이들은 신앙이 아직 어린 단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응답 받았다는 위의 여성도 준수한 키와 몸무게를 구해서 응답을 받았다고 했는데, 어떤 여성이든 모르긴 해도 아마 키 162cm에 120kg의 남성 배우자를 놓고 기도하진 않을 것 같다.  

알다시피 세상 거의 모든 남자들은 오차범위 내에서 비슷비슷한 키와 몸무게의 여성을 원한다. 여성들도 남성의 경제력이나 키 등에 집착한다. 그러면 다들 비슷한 기도를 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축구에서 각 팀의 실력과 노력이 다르고 팀마다 기도하는 선수가 있는데 무조건 우리 팀이 이기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애매한 일이다.

장애인과 결혼해서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귀한 사람들이 있다. 이 분들은 어떻게 기도했을까. 감히 추측해 보건대,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이든 막연하게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배우자'를 위해 기도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생각은 달랐다. 하나님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부족한 자녀를 위해 그들을 예비하셨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뜻과 하나님의 뜻 사이에서 결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구체적인 성품을 놓고 기도하는 건 어떨까? ⓒ박민호

▲구체적인 성품을 놓고 기도하는 건 어떨까?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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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한 여성은 결혼 후 미국에서 살고 싶어 기도를 했는데, 마침 그런 조건의 신랑을 만나 함께 유학을 갔다고 한다. 그러나 몇 년 후 이혼을 하게 됐다. 알고 보니 돈도 벌지 않으려는 너무나 형편없는 남자였고, 장로 가문인 시댁은 아들만 감싸는 비상식적인 사람들이었다. 나중에 그녀는 미국에 가려고만 했지, 신중함이 없었던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신체적·금전적 조건이 아니고 성품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기도로 그렇게 딱 맞는 사람을 데려다 주시거나 주변 후보들의 성격이 돌연 바뀔까? 그럼 맞는다는 의미는 또 무엇일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서 배우자를 선택한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문제를 만나고, 너무 안 맞아 도저히 못살겠다고 한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잘 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누구나 단점이 있고, 결혼으로 하나님이 맺어주신 이유는 서로 보완하며 잘 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배우자도 일종의 달성 목표이거나 도달해야 할 타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일단 누군가를 찍으면(?) '저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며 주변을 일곱 바퀴 돌아 무너뜨리려 한다.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라는 말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삭도 야곱도 룻도,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예비된 배우자인 리브가와 라헬과 보아스를 만났다. 야곱은 라헬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종살이를 하고 고난을 겪으며 '아내 쟁취'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하나님 앞에서 그의 유별난 성품을 연단받은 것이다. 배우자의 조건을 골라 내 입맛에 맞추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려니와, 옳지 않은 생각이다.

내가 변화 받고 연단 받아 하나님과 사람 앞에 합당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다. 결혼은 자기의 꿈을 이루는 도구가 아니다. 먹든지 마시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해야 하듯, 결혼도 두 사람이 함께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통로가 돼야 한다.

유대인들은 기도와 눈물로 오랜 기간 메시아를 기다렸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들은 예언된 대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고, 다윗의 혈통이어야 하고, 세상의 왕으로 정치적 능력을 지녀야 하고..., 이런 구체적인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메시아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구약성경에 예언된 수백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진정한 메시아였지만, 유대인들에게는 '영안'이 없었다. 예수님은 그들의 진정한 신랑이었건만, 그들은 구체적인 조건들을 따지면서 예수님이 하늘의 왕국을 주실 진정한 왕임을 알아보지 못했고, 그저 선한 것이 나올 리 없다고 믿는 나사렛 땅의 목수로만 여겼으며, 흠모할 만한 것이 없는 그의 조건들에 마음을 닫아 버렸다.

그 결과 그들은 폭도가 되어 하나님의 독생자인 메시아를 죽이고,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민족이 되고 말았다. 그들의 영적으로 강퍅한 마음은 끝내, 세상의 왕이며 정치적 해결사인 마지막 때의 적그리스도에게 환호를 보내는 최악의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보내신 배우자도 본인이 거부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 된다. 구체적 조건 너머에 있는 가능성과, 눈에 보이는 상황 너머에 있는 잠재성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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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위한 구체적인 기도에는 내 욕심이 들어가기 쉽다. 금주 로또복권 번호를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기도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돈벌이 수단으로 복권의 행운을 기대하는 자체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방향이 잘못된 기도에도 응답하실 때가 있다. 그들의 수준에 맞는 은혜를 주신 것이다. 콜라가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사 주게 되는 것이 부모이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우리 엄마 최고!" 하며 고마워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맛 없어도 몸에 좋은 밥이나 야채도 잘 먹고 튼튼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 차원 높은 영적 성도가 되기를 원하신다는 것이다.

언젠가 깨달을 날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응답을 해 주시지만, 하나님이 진정 원하시는 기도는 모든 것을 다 맡기며 그분의 주권을 인정하는 기도이다.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믿는다면, 늘 가장 좋은 것으로 채우길 원하시는 내 아버지라는 것을 안다면, 적당한 때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주님 보시기에 좋은' 배우자를 주실 것으로 믿고 다 맡기라.

사람에게도 건전한 눈으로 부지런히 좋은 배우자를 찾고 분별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흔히 하는 구체적 조건에는 신앙적인 것도 있겠지만 일반적 조건들도 많기 때문에, 일정한 조건들이 맞으면 그 사람이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여겨 종교나 신앙이 다른데도 '어떻게 잘 되겠지' 하며 결혼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수님도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당신이 원하시는 길이 있었지만,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길 원한다'고 기도하셨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결혼은 신랑 되신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 성도들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신부로 인정하실 때 우리의 조건을 보고 택하지 않으셨다. 아마 조건을 따지기 시작했다면, 누구도 쉽게 구원을 받아 천국 혼인잔치에 초대받지 못했을 것이다. 구원, 즉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는 것은 어떤 조건이나 행위로 되는 것이 아니고 값없이 받는 선물이다.

배우자 기도는 꼭 필요하지만, 그 내용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멋지고 아름답고 성격도 좋은 킹카를 꼭!! 주시옵소서. ...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진정으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내게 꼭 필요한 귀한 사람을 예비하셨다가 보내시면 순종하겠나이다.'

예수님처럼 이렇게 기도하라. '그런데 기왕이면...' 하고 끝에 토 달지 말고.

김재욱 작가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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