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회는 다수결 운영보다, 통일된 의사결정 도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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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원기 교수의 회계세무 칼럼(14)] 비영리단체의 지배구조(2)

▲배원기 교수

▲배원기 교수

비영리단체의 지배구조를 살펴봄에 있어 가장 먼저 강조해야 하는 것은, 비영리단체의 유형이 너무 다양하여 하나의 통일된 지배구조를 법으로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영리법인인 회사의 형태는 상법상 5개의 회사 형태(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회사, 주식회사 및 유한책임회사)만 존재하여, 이들 5개 회사형태 별로 지배구조를 설정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비영리단체는 민법상 사단법인, 재단법인, 공익법인법에 의한 공익법인, 사립학교법에 의한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에 의한 사회복지법에 의한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에 의한 의료법인, 기타 각종 특별법에 의한 법인들, 법인격이 없는 교회 등의 종교단체, 종중, 동창회 등의 친목단체, 로타리클럽 등의 친목 및 봉사단체, 시민단체 등 다양한 단체가 있어, 비영리단체 전체를 아우르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몇 주 전에 썼듯이, 우리나라의 비영리단체들 중 사단법인 측면이 강한 단체들은 총회, 이사회 및 감사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재단법인 측면이 강한 단체들은 총회라는 기관 없이 이사회 및 감사의 2개 기관이 있는 형태로 구별된다. 그런데 사원총회가 이사 및 감사를 선출하는 사단법인 형태보다는 이사회에서 이사 자신이나 감사를 선임하는 재단법인 형태에 지배 구조의 문제가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물론, 사단법인 형태에서도 주도권을 가지 사람이 전횡하는 사례가 있다).

또 법에서 아무리 좋은 지배구조를 만들더라도, 실제 운영에서 법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것이 우리나라 실정이라 할 수도 있다. 즉 우리나라 조직 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가족주의와 연고주의가 대표적인 영리법인인 주식회사에도 만연돼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즉 우리나라 대부분 주식회사의 큰 특징은 가족 기업제도이며, 지배주주 내지 대주주가 존재하면서 자본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주주총회에서 지배주주 내지 대주주가 이사와 감사의 임면권을 행사하는 한, 이사와 감사에게 공정한 의사결정과 감독권한을 기대하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라는 주장이 있다.

또 상장기업의 이사 및 감사도 대부분 신입사원에서부터 출발하여 회사 내부에서 승진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특정 주인이 없는 은행이나 공공기관을 제외한 재벌기업의 대주주 내지 총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여기서 대주주나 상사에게 고칠 점이 있을 때 지혜롭게 말하고 지적할 수 있는 아랫사람의 자질도 필요하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윗사람 또는 대주주의 자세가 더 중요하고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그런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 개선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다시 비영리단체로 돌아와 보면, 비영리단체의 효과적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은 주식회사보다 더 어렵다. 우선, 비영리단체에는 주주가 없을 뿐 아니라 시장의 자율적인 규율도 거의 존재하지 않고, 이해당사자가 누구인지 애매하며, 비영리단체의 운영책임자가 과연 누구에게 경영책임을 가지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비영리단체의 이사라는 봉사직에 대한 인식도 약하고, 이사로서의 독립성과 이사의 역할에 대한 이사 자신들의 인식도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대부분 비영리단체의 이사회는 명목적으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 실정이다. 더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법률에서 비영리법인의 이사나 이사회의 역할이나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즉 영리법인인 회사의 이사 및 이사회에 관한 연구나 법규가 상당한 진전이 있는 반면, 비영리법인의 이사나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규정이 거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은 우리나라 법령상의 비영리법인의 이사의 책임과 역할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연구나 사례를 소개한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19가지 항목은 캐나다 학자가 캐나다 비영리단체 이사의 역할에 관해 연구하면서, 캐나다 비영리단체 이해관계자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순서대로 정리한 비영리단체의 이사의 역할이다.

(이 연구를 기초로 우리나라 학자도 이와 유사한 조사 및 연구를 실시한 적이 있고, 필자는 국내 연구를 다시 인용하면서 용어를 일부 수정했다.) 비영리단체가 처한 상황이나, 응답자의 생각 내지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으나, 우리나라 비영리단체의 이사들도 참고할 만한 항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1) 이해관계자 요망 또는 욕구에 대한 대응책 제시 2) 이해관계자에 대한 조직의 대표로서의 역할 3) 조직 목표 및 비전의 제시 4) 재정방안의 수립 5) 직원 및 자원봉사자 처우 대책의 수립 6) 대외 협력관계의 형성 7) CEO 및 임원의 활동 평가 8) 이사회 자체 활동 평가 9) 연간 예산수립 및 감사 10) 조직운영 평가 11) 기금 모금 활동 수행 12) 조직에의 재정적 후원 13)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이해관계의 대변 14) 당해 비영리단체의 고유프로그램 개발 15) 당해 비영리단체의 고유 프로그램 전달 16) 당해 비영리단체의 고유 프로그램의 평가 17) CEO 및 임원의 채용 18) 이사회 활동 계획의 수립 19) 새로운 이사의 충원 및 훈련

또 하나 소개하고 싶은 것은 'Policy Governance®'라는 것인데, 주창자의 이름을 따서, 카버 모델(Carver Model)이라고도 한다. 이 모델은 비영리부분뿐 아니라 영리 및 공공 부문 조직에서도 적용되며, 조직의 주인(Owner), 이사회 및 최고 경영자 간의 적절한 관계를 정의하고 안내하는 모델이다.

필자도 최근 Policy Governance를 소개받아 인터넷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 정도라서, 미국과 문화나 관습이 다른 우리나라의 영리조직이나 비영리조직에 과연 적합한 것인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다. 그래서 소개하는데 조금 부담감이 있으나, 필자에게 이를 추천했던 미국 California Baptist University(캘리포니아 침례교 대학교, CBU) 사외이사를 역임한 재미교포는, 이 모델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CBU가 Carver Model을 알게 된 것이 약 20여 년 전에 전체 재학 학생 수가 808명이던 시절이고, 현재는 약 10배로 늘어나 8천 명이 넘었다. CBU 총장 말을 빌리면 "Policy Governance, Carver Model 없이는 불가능..."이란 이야기를 항상 한다고 한다.

CBU는 초창기 Carver Model을 도입할 때, 총장과 이사장 및 이사들이 집합해 1주일간의 설명과 세미나를 통해서 시작됐다. 이후 매년 첫 이사회 때마다 모든 이사들이 Carver Model에 관한 재훈련을 받으며, 새로 임명되는 이사들에게는 상당량의 책과 숙제를 주어 이사들이 Carver Model을 숙지하도록 해 이를 이사회 운영 및 학교운영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Policy Governance에 관련된 자료가 상당하고(아쉽게도 아직 영문자료뿐이다), 이를 보급하는 미국 컨설팅 회사도 많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CBMC(기독실업인회) 등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입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Policy Governance에는 10가지 원칙이 있으며, 원칙 1-3은 조직의 주인(Owner), 이사회의 책임 및 이사회의 권한을 정의하고, 4-7은 조직이 제공할 효익(benefits), 이사회 수행 방법, 직원 행동규범을 이사회가 서면으로 정의함과 관련된 것이고, 8-10은 이사회의 위임과 모니터링을 다루고 있다. Policy Governance에 관하여 필자도 초보 수준이지만, 10가지 원칙 중 가장 인상적인 것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이사회는 조직의 주인(Owner)이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그 조직의 주인과 조직과 서로 소통하면서 조직이 원하는 것을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The board must clearly identify with their ownership and communicate with them to ensure that the organization is achieving what they want)"는 것이다.

통상 비영리단체는 주주 또는 소유자가 없어 주인(Owner)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Policy Governance 이론에서는 비영리단체에도 주인이 있으며, 이사회는 그 주인이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그 주인이 원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에는 통상 설립자(출연자) 또는 후손들이 있는데, 설립자 등이 주인이 아니라 교육서비스를 제공받은 학생이 주인이라는 것이다. 비영리단체의 이사들은 난상토론이나 고민 등을 통해 그 조직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면, 교회의 주인은 당연히 에수님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교회를 창립한 목사, 또는 재력이 있거나 영향력 있는 장로가 주인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고, 주인이 누구인지 오해 또는 착각하여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번째 감명받은 원칙은, "이사회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The Board Speaks with One Voice)"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의 전문을 소개하면 이렇다.

"이사회 정책은 이사회의 목소리입니다. 경영진의 한 형태로서 이사회의 가치는, 이사들의 다양한 견해, 가치관 및 시각을 하나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만장일치가 요구되지는 않으나, 이사회의 결정은 모호하지 않아야 하며, 정책에 기록되어야 하며 이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결정인 것처럼 지지되어야 합니다. 어느 누구 개인 또는 소그룹이 이사회 정책을 수립할 수는 없습니다(The board's policies are the board's voice. The board's value as a form of management is that it is the single expression of diverse views, values and perspectives. While unanimity is not required, the board's group decision must be unambiguous, recorded in policy and upheld by every member of the board as if it had been their own decision. No one person or sub-group may make policy for the board)".  

이 두 번째 원칙은 이사회에서 난상토론 또는 수많은 다른 견해가 제시되더라도, 일단 결정된 후에는 반대 또는 다른 생각을 가졌더라도 이사회 밖에서 본인의 소수의견을 발설하거나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상을 자세히 알지 못하나, 얼마 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결정에서 초기에는 헌법재판관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졌으나, 회의를 거쳐가면서 하나의 통일된 의견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유사한 예다.

2번째 원칙에서 "만장일치가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하고 있으나, 비영리단체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 차례의 회의를 거쳐 이사들이 하나의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장로교 교회의 장로로서, 교회 당회(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의 이사회와 유사한 장로교 교회 의사결정기관) 운영을 살펴보면, 당회는 다수결로 운영하는 것보다 수 차례 회의나 비공식 회의 또는 소통 등을 걸쳐 하나의 통일된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된다. 환언하면, 본인의 의견만 고집하지 않고, 본인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고 수용하는 지혜나 양보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지구의 60억 명의 사람 중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현실에서, 60억 인구의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할 방안이 없을까?"라고 말하는 필자의 친구 한 명이 있는데, 정답은 꾸준한 토론과 설득 및 양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Policy Governance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인터넷에서 Policy Governance Carver Model, 또는 Carver's Policy Governance® Model in Nonprofit Organizations을 검색해 보길 권한다.

우리나라에도 이 모델이 정착되어, 교회를 비롯한 우리나라 비영리단체들의 운영이 업그레이드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배원기
공인회계사/홍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세무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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